"늦은밤 차량 통행을 막는 불법주정차 차량을 신고할 곳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술자리라도 있는 날이면 그냥 차를 회사에 두고 오는 편이다. 대리기사분이 이런 길목 때문에 화를 낼까 걱정스러운 것도 있지만 차량에 흠집이 생겨도 시치미를 뗄까하는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서울에서 대구로 장기출장을 오게 되면서 대구 북구 산격동에 집을 마련한 A(29)씨는 늦은밤마다 도로를 점령하는 불법주정차 차량에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고 있다. 대학가를 끼고 있어 복잡할 것은 예상했지만 도로 통행을 막는 막무가내식 불법주차는 예상조차 못했던 변수였다.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주차단속은 구청 소관이기 때문에 구청당직실에다 전화하라"는 짤막한 내용이 전부였다. 　구청 당직 공무원이 올리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A씨는 취객과의 괜한 마찰이라도 줄여보자는 생각에 다른 불법주정차 차량을 피해 후진, 일방통행 공간을 역주행한 끝에 겨우 자신의 집을 찾아갔다. 　실제로 경북대 북문 로데오거리에서 도로 통행을 막는 불법주정차 차량을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지난 13일 밤 12시 20분께 로데오거리인 대학로 13길 일대는 원룸을 짓는 신축공사 현장을 중심으로 각종 건축자재가 인도를 점령한 채 약2m 가량의 높이로 적재돼 있었다. 자재 옆으로 차량이 통행할 수 있게 숨통을 트였지만 K-5 차량이 반대편 문이 닫힌 업소 옆으로 바짝 주차하면서 이곳은 더 이상 차량이 통행할 수 없는 길이 돼버렸다. 　이곳을 지나려던 한 스파크 차량은 몇 번을 통과하려다 실패하고 끝내 좌회전으로 핸들을 돌려 다른 주정차 차량이 가득한 비좁은 골목을 통해 자신의 목적지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운전자는 화가 났는지 몇 번의 경적을 울리기도 했다. 　이런 광경은 로데오거리 곳곳에서 확인됐다. 술집 등이 주택가 골목 사이에까지 확산됐지만 주차장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아 불법주정차 차량이 늘면서 보행자와 다른 차량의 통행에 불편을 주고 있었다. 　심지어 리모델링을 하거나 신축건물을 짓는 공사현장 일대는 건축자재 옆으로까지 차량이 주차돼 있어 이곳을 지나는 차량들은 백미러를 접는 등의 아슬한 통행을 감수해야 했다. 　인근에 무지개공영주차장 등 2곳의 공영주차장이 있지만 이곳은 이미 저녁께부터 만차가 돼 사실상 제 기능을 잃어버렸다. 　하지만 이런 불법주정차 차량의 단속은 앞으로도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은 자신의 소관이 아니라며 단속을 회피하고 있고 지자체는 업소 상인들의 민원에 사실상 야간 단속에는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경찰관계자는 "불법주정차 단속권한은 구청이나 시청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운전자들간 싸움이 생기지 않는 이상 경찰에 관여할 수는 없다"며 자신들의 업무와는 선을 그었다. 　북구청 관계자는 "로데오거리 일대 불법주정차 단속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CCTV를 통해 이뤄지고 있을 뿐 더 이상의 단속은 없다"면서 "보다 단속을 강화하고 싶지만 대부분이 상가지역이다보니 지역경제를 잠식시킨다는 업주들의 민원에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지금 설치된 CCTV로도 일부 업주들로부터 낮 시간대 영업을 망치고 있다는 민원이 접수되고 있을 정도다"고 단속의 어려움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