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쯤으로 기억된다. 업무 차 서남아시아, 아프리카 몇 개국을 거쳐 방글라데시(Bangladesh)의 수도 `다카`에 도착했을 때는 저녁 퇴근 무렵의 시간이었다. 그 나라는 면적이 한반도의 반을 조금 넘지만 인구는 1억 6천만 명에 육박해 세계에서 인구밀도가 제일 높은 편이고 경제적으로 가장 가난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국토는 산이 거의 없고 대부분 평지에 강·늪지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 우기에는 심한 범람으로 피해가 막대한데도 신통한 대책이 없다. 무서운 뎅기열병(dengue fever)을 일으키는 뎅기모기가 낮 시간에도 설쳐대는 나라이다.　퀴퀴한 냄새가 배어나는 도시 거리는 검은색이었다. 시내버스는 온통 낙서에 차창 유리는 깨져있고, 매달리듯 타고 가는 승객들은 흡사 폐허를 가는 모습이었다. 차량들 사이로 달리는 낡은 오토바이 변형택시(일명 툭툭이)를 보니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이튿날 대낮 다카의 전통시장은 아예 인간세상으로 보이지도 않고 도저히 글로 묘사하기가 민망한 어떤 생명체들의 서식(?) 지대처럼 보였다. 어쩌다 내비치는 소형 텔레비전 불빛이 대조적으로 신기할 뿐이었다. 　"내가 여기 와 본 것은 잘한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나라의 `행복지수`(幸福指數)가 세계 1~2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과연 그러할까? 　행복의 사전적 의미는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이다. 이 행복이 본래 주관적인 것이라면 개별 인간마다 행복을 느끼는 조건이나 상황이 다를 수는 있다.　그러나 `행복지수`는 인간의 행복 수준을 측정하는 종합지수이다. 경제성장이 행복 수준을 보여주는 데 한계가 있어 이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 경제 후생지표(measure of economic welfare)이며, 그 중에 국민 총 행복지수(Gross National Happiness)라는 개념도 있다. 　이런 행복에 관한 자료로는 UN의 `연도별 세계 행복 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유럽 신경제재단(NEF)의 `국가별 행복지수` 등이 있다. 　여기서 행복 평가의 공통적 요소는 경제(GDP)나 환경·건강·안전·수명 등 `생존 조건`에 관련된 것, 개인에 대한 지원·문화·자유·인간관계 등 `사회적 욕구`에 관한 것, 자존심·발전 가능성 등 `존경과 자아발전 욕구`에 속하는 것 등 다양하다. 　그런데 어떠한 보고서에도 `경제·건강·인간관계`는 필수적이며 이들은 다른 요소보다 더 비중 있게 취급되고 있다. 솔직히 보통의 인간 누구에게나 먹고 사는 것과 안전 문제 등 `생존의 기본`이 충족되지 않는 상태에서의 행복이란 이미 위선일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다. 　여기에 또 `인간관계`가 중요한 것은 그로부터 편안과 스트레스가 양극화되어 직격으로 발생하고, 보람과 허무도 그 속에서 확인되기 때문일 것이다. 　방글라데시가 그리 행복하다고 한다면, 그것은 분명 측정의 오류이거나 잘못 전달된 정보일 것이다. 아니면 진정한 행복이 아니라 일종의 체념지수(諦念指數)가 높기 때문이거나 체념론(諦念論) 신봉자들의 주장에 불과할 것이다. 또는 극히 제한된 일부 항목에 관한 것이었을 것이다.　그 나라는 자살률이 한국보다 훨씬 높고 아동·여성 학대도 매우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생적인 기쁨과 억압 또는 포기에 의한 체념은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부탄(Bhutan)이라는 나라도 행복지수가 높다는데 그 진실성에도 의문이 있다. 혹시 통제된 평가 수치라면 이도 문제가 있다. 최근 유엔 행복보고서에 노르웨이가 수위권(首位圈)에 있다고 하나 이 또한 쉽게만 받아들일 것은 아니다.　일개 조직에 있어서의 행복도 마찬가지이다. 우선 `생리적 욕구`와 `안정 욕구`는 마슬로우(A.H.Maslow)의 욕구 단계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가장 기초적인 동기요인이다. 이들이 먼저 충족되지 않으면 그 다음 단계의 만족은 어려운 법이다. 　그 다음 요소는 개인별 과업(task) 성취도와 조직 목표 달성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내부 `인간관계` 문제이다. 구성원 상호간의 알력은 그 개인의 피를 말릴 뿐만 아니라 조직전체에 기능장애를 일으키는 독소이다. 따라서 내부 갈등을 여하히 조정하느냐 하는 것은 조직 `행복지수`에 결정적인 작용을 한다. 만약 월요일이 기다려지는 직장이라면 일단 행복한 조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