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콜카타의 옛 이름은 `기쁨의 도시`라고 합니다. 벵골어로는 `아난 나가르`며 영어로는 `시티 오브 조이`라고 합니다. 패트릭 스웨이지가 주연으로 나왔던 영화 `시티 오즈 조이`는 바로 콜카타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작품입니다. 거기에는 홍수로 난민이 된 뱅골의 빈민들과 그들의 땀과 눈물로 자신의 부를 축적하는 사업가들의 삶이 극단적인 보색대비를 이룹니다. 또 우리나라 애완견의 견사(犬舍)보다 허술한 주거지에서 죽음의 문턱을 넘기 직전에 있는 걸인과 장애인, 빈민들의 모습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어금니를 앙다문 채 묘사했습니다. 그런 도시의 옛 이름이 `기쁨의 도시`라고 한 아이러니는 어디에 있었을까요? 　또 하나의 예가 있습니다. `아난 나가르`라고 부르던 도시 이름이 콜카타라고 바뀐 연유도 있습니다. 영국의 한 귀족이 벵골만에 배를 대고 아삼의 밀림지역으로 올라오다가 나무꾼 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나무꾼은 아삼지역 삼림의 목재를 골라 하나둘 쟁여놓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영국인이 물었습니다. "이 마을의 이름이 무엇입니까?" 나무꾼은 영국인의 영어를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색목인이 뭔가를 묻기는 하는데 도대체 무슨 질문인지 가늠이 가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대충 짐작으로 "저 나무들은 언제 벤 것들입니까?"라고 묻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대답했습니다. "콜카타". 콜카타는 벵골어로 `어제 벤 것`이라는 말이라고 합니다. 그때부터 영국인들이 아난나가르를 콜카타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인도 동부 최대도시의 지명이 콜카타가 됐습니다. 재미난 일화입니다. 　`아난나가르`나 `콜카타`는 매우 문학적 상상력이 풍부한 지명입니다. 슬픔과 고통이 집약된 도시를 반어적 표현으로 `기쁨의 도시`라고 불렀던 사실과 어긋난 의사소통으로 `콜카타`라는 어처구니없는 지명을 갖게 된 연유를 따져보자면 인도인들의 철학과 언어를 다루는 기발한 기질을 엿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콜카타는 바로 시성(詩聖) 타고르의 고향입니다. 저는 인도에서 가장 인상적이고 좋아하는 도시가 어디냐고 물을 때마다 별로 고민하지 않고 콜카타라고 대답합니다. 그 이유가 바로 타고르의 고향이라는 점입니다. 콜카타에는 타고르가 살던 집인 `타고르 하우스`가 있습니다. 이곳은 벵골 르네상스의 중심인물들이 모여 문학을 논하고 문화를 이야기하던 곳이라고 합니다. 현재에는 라빈드라 바라티 대학교 건물로 이용되고 있고 별관은 박물관으로 개조돼 타고르의 유품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9월에는 타고르를 기념하는 축제가 열립니다. 　제가 그곳을 처음 찾아간 것은 30대 초반이었습니다. 그리고 콜카타를 찾아갈 때마다 반드시 그 집을 찾습니다. 한번은 타고르 하우스의 뜰에 앉아 엘리아데의 소설 `벵갈의 밤`을 읽었던 기억도 있습니다. 　김 선생님. 선생님은 경주가 낳은 시인 박목월의 제자 되시지요? 저는 고향이 경주입니다. 선생님께서는 노후를 경주에 정착하셔서 목월의 시 정신을 잇고 계시는데, 저는 콜카타의 타고르 하우스에서 참 부러웠습니다. 내 고향 경주는 우리 현대문학의 두 거성인 목월과 동리의 고향이고 목월의 생가는 복원돼 있지만 뭔가 아쉽습니다. 생가 복원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단순한 기념관 건립이라면 예산 낭비 아닙니까? 목월의 생가는 그렇다 하더라도 동리의 생가는 아직 그 터를 매입하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고향의 문인들은 도대체 뭐하고 있단 말입니까? 시장은 눈뜬 봉사입니까? 　선생님. 지식인들의 뜻을 규합해 주십시오. 정신문화가 다져지지 않은 도시는 부박한 도시일 뿐입니다. 신라천년 고도라는 거푸집만 둘러쓰고는 경주의 미래가 없습니다. 당대 최고의 인문학적 가치를 지닌 두 분의 문인이 태어난 경주에 문학적 상징성을 가진 장소가 존재하지만 이 콘텐츠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주는 미래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더 크게 생각하셔야 합니다. 우리 문학의 최고봉 두 분에 대한 본격적인 문화적 활용이 필요합니다. 동리목월문학관도 새로운 모멘텀이 필요합니다. 대중적 콘텐츠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문학인들만의 소소한 모임터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두 분이 남긴 문학적 가치를 활용한 다양한 시도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경주의 문학인과 지식인들이 나서야 할 시점입니다. 그 선두에 선생님을 비롯한 동리 목월의 제자들이 서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