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에 짐짝을 지고 날거나, 헬리콥터 처럼 짐을 매달고 날아가는 나비를 나는 본적이 없다. 　나비는 가벼운 몸 하나 가 있을 뿐이다. 몸 하나가 전 재산이다. 그리고 무소속이다.　무소속의 가벼움으로 그는 날아다닌다. 꽃들은 그의 주막이요 나뭇잎은 비를 피할 그의 죽음이다.그는 늙어 죽으면서 바라는 것이 없다. 바라는 것이 없기 때문에 죽을 때도 그는 자유롭다.　 　 -최승호　 　여름이 싱그럽게 막 달려온다. 6월의 햇살이 이마에 쨍, 뜨겁다. 최승호 시인은 지금도 한국의 중요한 시인이지만, 특히 80년대 한국 시단의 중요한 자리의 시인이었다.  　그의 시는 현실의 어두운 삶의 모습을 그로테스크한 풍경으로 보여준다. 그의 시는 사람은 결국 죽는다는 인간의 이야기를 바탕에 깔고 있다. 그는 도시의 현실을 불안과 부패로 상상하면서, 인간은 죽음을 향해 가는 `똥자루`에 불과 하지만 그 인간을 노래하는 시는 쉽게 죽지 않는다는 `변기의 세상`같은 개성적인 시를 쓰고 있다. 　살기가 참 팍팍하다. 살아 갈수록 안개속이다. 이 땅의 젊은이에게는 더 가혹한 현실이 안타깝다. 흙에서 와서 흙으로 가기 전에 잠시 스쳐가는 우리의 일생, 집착과 욕심을 벗어나야 삶은 행복해지는 것일까. 날마다 한치 앞이 잘 안 보인다. 한반도의 앞날이 짙은 안개 속이다. 　나비를 자세히 관찰해 본적이 있는가? (시인의 상상력처럼) "나비는 몸 하나가 그의 전 재산이다 그리고 좌도 우도 아닌 무소속이다 무소유의 가벼움으로 산다. 꽃들이 나비의 주막이요 나뭇잎은 비를 피하는 그의 죽음이다. 나비는 바라는 것이 없다. 그래서 죽을 때에도 나비는 자유다! 죽을 때에도 하늘을 그리워하고 하늘을 향한다"    　며칠 전, 나는 마당의 늙은 배나무에 놀러 온 호랑나비 한 마리를 유심히 본 일이 있다. 무성해진 푸른 잎들의 그늘과 그늘사이로, 그는 몸을 잠시 휴식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등에 짐짝도 없이 세상을 훨훨 날아서 흙담을 훌쩍 뛰어 넘더니 아득한 허공 속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무소유의 선승처럼, 신비한 모험을 하는 어린아이처럼, 꾸불퉁 꾸불퉁 몸의 균형을 찾으며 어디론가 오늘의 주막을 찾아 사라져 갔다.  　나는 순간 상상을 했다. 나비는 시인일까? 나비에게도 슬픔과 환희가 있을까? 나비는 어디서 물을 마실까? 나비는 꽃의 사랑과 사랑의 안타까움을 알까? 　나비가 난다. 지구 위를. 지구가 꾸불텅! 솟는다. 시간이 훅, 지나간다. 그러나 저 무소유 나비의 시간은 나의 것이 아니다. 나의 자유도 물론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