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의 어느 후미진 골목길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늙은 연주자가 낡은 바이올린을 들고 연주를 하고 있었다. 그 앞에는 모자가 하나 놓여 있었지만 아무도 그 모자에 동전을 던지지 않았고 노인의 연주에 관심을 가져주지도 않았다. 어느 날 그 노인 앞을 지나던 젊은이가 노인에게 정중하게 청했다. 　"할아버지. 죄송하지만 제 주머니에는 준비된 돈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저도 바이올린을 좀 다룰 줄 아는데 제가 할아버지를 대신해서 잠시 몇 곡만 연주해 드리면 안 되겠습니까?" 　젊은이를 비스듬하게 쳐다보던 노인이 낡은 바이올린을 젊은이에게 건넸다. 젊은이는 잠시 현을 조율하고 나서 천천히 연주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곧 그 낡은 바이올린에서 놀랍도록 아름다운 선율이 흘러나왔다. 　그 소리를 듣고 모여들기 시작했던 사람들이 한 사람씩 두 사람씩 발걸음을 멈추어 서서 큰 무리를 이루었고 두 곡이 끝난 후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 노인은 자신이 벗어놓은 모자를 들고 사람들에게 다가갔고 거기 모인 모든 사람들은 주머니에서 지폐를 꺼내 건넸다. 지폐는 모자에 수북히 쌓였다. 　갑자기 구름처럼 모여든 사람들을 보고 경찰관이 달려왔지만 경찰관마저도 그 선율에 매료되어 물끄러미 바라보면 감상을 하고 심지어 모자에 돈을 넣기까지 했다. 　연주가 끝나고 모든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그때 그곳에 있던 한 사람이 큰소리로 외쳤다. "저 사람은 바로 파가니니다." 그 젊은이는 당대 최고의 연주자이자 바이올린의 마술사라고 칭송을 받던 파가니니였던 것이다. 　낡은 바이올린이었지만 그것이 누구의 손에 잡혀 연주되는가에 따라서 그 소리는 엄청난 차이가 난다. 이 진실은 어찌 바이올린 연주에 국한되겠는가. 한 나라도 그렇고 가정도 그렇다. 누가 그 집단을 이끄느냐에 따라 사정이 달라진다. 　우리는 지금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유권자들은 자신들 앞에 나타난 후보자들 가운데 한 사람을 택해 자신이 살고있는 지역의 살림을 맡겨야 한다. 하지만 과연 어떤 사람이 적합한지에 대해서는 쉽게 판단이 서지 않을 수 있다. 단순하게 후보자가 가지고 있는 스펙만 보고 판단할 수도 없고 정당을 보고 선택할 수도 없다. 후보자가 가진 도덕성을 가려보자니 그것마저도 포장이 돼 있어 옥석을 가리기 힘들다. 　그러나 쉽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 한 번 뽑으면 그 사람에게 4년을 맡겨야 한다.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할 수도 있다. 우리는 어처구니없게도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한 채 대통령을 뽑았다가 뒤늦게 후회하는 오류를 범했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엄청난 공격을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여러분"이라고 말하며 혓바닥으로 입술을 핥았던 이명박이나 "단 한 차례도 사익을 취한 적이 없다"며 거짓 눈물을 흘리던 박근혜를 떠올린다면 주권으로 행사할 수 있는 선거에서의 한 표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누구에게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운명을 맡길 것인지를 깊이 숙고해야 한다. 노인의 손에서 끼익끼익 겨우 소리만 내던 바이올린이 파가니니의 손에 넘어가서는 천상의 멜로디로 변한 예를 기억하자. 지도자의 능력이 지역의 100년을 좌우한다. 　우리는 그동안 한 특정 정당을 맹목적으로 지지했다. 그 결과가 어떠했는가를 냉정히 따져야 한다. 그 정당이 집권정당일 때 과연 경주의 발전이 생각만큼 이뤄졌던가. 그 정부가 경주의 특성인 문화와 관광에 대해 관심이라도 있었던가. 문화를 국가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고자 했던 지난 정부는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비선실세에게 문화권력을 넘겨줬다 .  그러면서도 경주에 대한 지원은 제한적이어서 시민들이 목말라 했다. 이제 시민들은 경주의 미래 100년을 좌우할만한 인물을 시장으로 뽑고 도의원, 시의원으로 뽑아야 한다. 그들이 과연 어떤 철학을 가지고 지역에 헌신할 것인지 따져 묻고 살펴봐야 한다. 같은 학교를 졸업했다고 해서, 같은 성씨를 가졌다고 해서 덮어놓고 지지하던 지난날의 과오를 청산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나라도 경주도 제대로 성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