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으로 반도(半島) 국가는 세계 어느 지역이든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이 충돌하는 위치에서 잦은 외침을 격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지중해의 이태리나 그리스 그리고 태평양의 한반도(韓半島) 등, 반도 국가의 국민들은 끊임없는 환란에 시달린 나머지 강인하고 영특하지만 기회주의적인 국민성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게 된다.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니며 그 나라의 국민성을 면밀히 고찰해 보면, 특정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성향은 어떤 인종학적인 측면 보다는 대개 지정학적인 영향에 의해 형성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대륙인들은 기상이 크고, 선이 굵지만 음흉함이 있다. 섬나라 사람들은 침략성이 강하며 도전적이다. 그리고 반도인 들은 이타심이 크고 의심이 많으며 영리하지만, 조급하고 기회주의적인 속성이 있다. 인종이 다르며 지구 반대편에 있지만, 이태리 사람들과 한국 사람들이 매우 유사한 국민성을 띄는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라 바로 지정학적인 원인에 기인한 것이 아닌가 한다. 그리고 어느 한 나라의 국민성이 그 특징을 가지듯이 같은 나라 내에서도 지역에 따라 그 지역 주민들의 성향이 있기 마련인데, 산악지형과 평야지역 그리고 해안에 사는 사람들의 성격이 다른 것을 보면, 환경이 사람들의 성격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중대한 것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한반도는 지리학적인 측면으로만 본다면 `삼천리금수강산`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산악과 평야 그리고 긴 해안선 및 도서지역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고, 기후도 양호할 뿐만 아니라 무서운 태풍이나 지진 등 천재지변으로부터도 비교적 안전한 지역에 속하는 편이라 결코 자연환경이 나쁜 나라는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역사적으로 많은 환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지정학적 숙명을 가진 반도(半島)라는 것인데, 그것은 예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이긴 하지만 초강대국인 미국과 미래의 세계 패권을 노리는 거대한 대륙국가 중국 그리고 호시탐탐 대륙 진출을 꿈꾸는 섬나라 일본 등, 열강들의 틈바구니에서 언제나 바람 잘 날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공산주의의 종주국인 소비에트 연방이 붕괴된 후 세계 각지의 공산체제가 몰락하면서 유일한 분단지역으로 남은 한반도에서, 북한은 그간 자신들의 체제를 유지하며 끈질기게 자력갱생을 도모해 왔지만, 한계상황을 맞이하여 급기야 우리 민족 끼리를 강조하며 남북 정상회담장에 나오게 된다. 그런데 아무리 우리 끼리를 강조해도 우리 끼리서만 해결될 문제 같지는 않고, 결국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관계 속에서 합의점을 찾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아무튼, 남북 화해와 평화무드를 가장 반겨야 할 당사자인 우리가 어떤 정치적 이유로 내부 갈등을 만들고, 선거용 위장평화 운운하며 연일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는 특정인들의 모습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 동의하기가 어려워진다. 가령,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의 말대로 남북의 정상이 동상이몽(同床異夢)을 가지고 판문점에서 만나 평화 분위기를 연출했다 한들, 그것이 결코 보기 나쁜 장면은 아니며, 우리 국민들이나 우리를 지켜보는 세계인들 또한 더 좋은 장면의 연출을 기대할망정 평화를 위한 연출이나 노력 그 자체를 비판하지는 않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정치행위 자체가 고도의 연출이 아니면 무엇이며, 인간이 살아가는 모양 자체가 또한 연출이 아닐까? 어쩌면 위선(僞善)으로 연출되지 않은 인간의 모습은 상상이상으로 추할 수가 있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인생이라는 연출된 무대의 배우가 된 것이 아닌지?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더 좋은 장면을 연출하여 한반도의 지정학적 숙명을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