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70세를 고희(古稀)라 하고, 77세를 희수(喜壽)라 칭해왔다. 지난 시대에는 70세까지 사는 사람이 드물었기 때문에 70세를 고희라 불렀던 것 같고, 77세는 70세보다 7년을 다 살았으니 기뻐서 아마도 희수라 명명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또 희(喜)자를 약자로 나타내면 ‘七’ 자 세 개를 삼각형으로 배치하여 표현한다. 삼각형으로 표기된 칠(七)를 횡으로 늘어놓으면 ‘七, 七, 七’이 된다. 이 세자 중에서 가운데 칠자를 곧게 피우면 十자가 되어 ‘七十七’로 변형된다. 그래서 77세를 희수라 불러온 것 같다. 마찬가지로 66세를 미수(美壽)라 부르는 것도 ‘美’자를 분해하면 ‘六’를 거꾸로 한 것과 ‘十’ 및 ‘大’로 나타내진다. 여기서 ‘大’를 ‘六’과 같은 형상으로 판단해서 66세를 미수(美壽)라 부르게 된 것이라 한다. 재미있는 조작적 표현이다. 이런 표현들이 일본 제국주의 시대에 일컬어진 것이라 하여 바람직하게 생각하지 않는 이도 있지만, 나이에 대해 의미를 부여 했던 것만은 무심하게 생각할 수 없을 것 같다. 세월의 지나감을 유수와 같다고 하고 더 빠른 속도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세속(歲速)이 마치 화살 날아가는 듯 시비(矢飛) 같이 빠르다고 한다. 그래서 환갑(還甲). 고희(古稀). 미수(米壽), 팔순(八旬), 백수(白壽), 회혼(回婚) 등의 나이를 맞이하면 여생(餘生)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무상감과 오래 살았다는 장수감에 희비교차(喜悲交叉)의 행사를 열어 자손들이 어버이께 만수무강를 기원하는 헌수(獻壽)의 예잔(禮盞)를 올려 왔다. 고마운 일이었다. 오늘날은 생명의 장기화가 일반화되어 환갑 칠순 팔순 등은 의미 없는 나이가 되었으니 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막상 희수를 맞고 보니 지난 온 세월이 무심하지 않았다. 자식들은 객지에서 생업에 쪼들려 바쁘게 살다보니 애비가 고희인지 희수인지 생각할 여념이 없다. 어느 일류대학 학생들의 설문에서 부모의 바람직한 졸년을 63세 정도라는 통계에서, 재산 많이 남겨 놓고 조사(早死)하는 것이 가장 존경스러운 부모라 하니 이런 쇼킹한 일부 자료를 가지고 다수의 효자들을 못된 생각을 갖는 자식으로 착각해서는 아니 되겠으나, 어떻던 77세까지 산 것은 퍽 다행스러운 특혜이고 과욕적인 삶이라고도 생각된다. 그러나 바쁘게 살아온 지난 세월을 돌이켜 보면 어찌 회한이 없다고 할 것인가. 몇 자 읊어 보았다. 덧없는 인생 희수를 맞으니, 기구한 세상길 지름길이 없었다네. 고향 마을에 돌아온 지 삼십 수년 인데, 세월을 허송하고 일은 변한 것이 없네. 봄 참새는 정이 있어 나를 보고 지저귀고, 화단의 뭇 풀은 나그네 보고 웃네. 서창 밝은 곳에 누워 책을 읽으니, 산 구름은 가볍게 날며 단지 말이 없다네(朝露人生迎喜年 崎嶇世路少捷焉 三十年前歸閈里 虛送歲月事無變 春雀有情啼向我 花壇群草笑留人 書窓明處臥讀書 霄雲翔飛但無言). 막상 희수를 맞고 보니 시간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끼게 한다. 자는 시간도 아까운 기분이다. 그래서 성년은 중복으로 오지 않고 하루에 새벽은 다시 새기 어렵다(盛年不重來 一日難再晨)고 선인들은 말 하였던 것 같다. 후회는 항상 늦다고 하지 않았던가. 운명대로 팔자대로 살아오긴 하지만 시간의 중요성을 진정 잘 아는 이야 말로 성공적인 삶을 살아 갈 수 있다고 여겨진다. 지방선거에 입후보한 분들도 아마 시간이 중요하다고 여겨질 것이다. 천금 같은 시간의 가치를 망각하지 말고 선용(善用)하여 회탄(悔歎)이 아니라 희탄(喜歎)의 즐거움이 공감되기를 바라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