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박(朴), 석(昔), 김(金) 삼성의 왕 신위를 모시고 향대제(享大祭)를 봉행하는 숭덕전(崇德殿), 숭혜전(崇惠殿), 숭신전(崇信殿)이라는 전호(殿號)는 모두 왕으로부터 사액(賜額)되었다. 이들 전호를 지을 때 수많은 단어가 구안되었을 터인데 이렇게 작호 되었다는 것은 전을 출입하는 모든 백성들에게 교육하는 왕의 특별한 메시지가 담겼다고 여겨진다. 　숭덕전이라 전호가 사액된 것은 신라 육부의 조상이 신라 초대 왕을 추대할 때 인재의 선정기준을 `덕(德)`으로 하여 박혁거세를 추대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삼국유사`에 "6부의 조상들이 각기 그 자제를 거느리고 알천 언덕에 모여 의논하기를, 우리들이 위로 백성을 다스릴 군주가 없는 까닭에 백성들이 모두 방종하여 스스로 하고 싶은 대로 하니, 어찌 덕 있는 사람을 찾아 군주로 삼고 나라를 세워서 도읍을 두지 않겠는가"라고 기술한 것에서 볼 때 `덕`은 통치자가 갖추어야 할 제일의 덕목인 것 같다. 　그래서 숭덕전은 덕을 높이고 숭상하라는 의미를 지닌 전호라 생각된다. 그리고 숭혜전은 `은혜`가 중심이 되는 사액이라 하겠다. 은혜는 고맙게 베풀어주는 신세나 혜택이다. 신세진 사람이나 많은 혜택을 받았던 사람들이 그것을 베풀어준 사람을 잊지 않고 고맙게 생각하면서 보답할 수 있어야 인간생활은 윤택할 수 있는 데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잊어버리거나 외면하여 비난을 듣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신라 38왕을 배출한 김문의 성손들은 비록 그 시대의 찬란했던 조왕의 음덕을 직접적으로 받지는 못했지만 오늘날 신라 왕족이라는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은 지난 세월의 조왕이 베푼 은혜라 할 것이다. 그래서 숭혜전은 마땅히 은혜를 높이고 받들어 숭상하라는 함축성 의미를 지닌 왕의 교훈적 전호라 하겠다. 　그 밖에 숭신전은 `신(信)`을 높이 받들 것을 함의한 전호라 생각된다. 신(信)자는 `인(人)`과 `구(口)`와 `신(辛)`이 결합된 상형이다. 여기서 신(辛)은 바늘의 모양을 형상한 것으로 `형벌(刑罰)`의 뜻을 지닌다고 한다. 그래서 신(信)자는 사람이 입으로 말을 함에 있어서 미덥지 못한 데가 있으면 형(刑)을 받을 것임을 맹세하는 모양에서 `진실`의 뜻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숭신전은 석씨 여덟 왕의 덕업을 진실하게 믿고 후손들은 신(信)을 숭상하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하겠으며, 숭무전은 `무(武)`를 숭상하라는 지시적 의미를 담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전호만이 아니라 사당과 학교 건물 같은 곳에 게시된 편액을 보면 의미 있는 단어가 보인다. 특히 하버드 도서관에 게시되어 있는 격문과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지옥문의 편액은 매우 뜻깊은 문장이다.　하버드대학은 학생들에게 독서를 권장하는 목적으로 도서관 정문에 "지금 잠을 자면 꿈을 꿀 수 있지만, 지금 책을 읽으면 그 꿈을 반드시 이룰 수 있다"고 크게 게시해서 권독을 통해 수많은 국제적 인재를 배출하여 세계 최고의 명문대학으로 자리 매김한 것이다. 　공자도 위편삼절이 되도록 책을 읽어서 위대한 선생이 되었던 것이 아닌가. 지옥문에는 "여기에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고 하였으니, 지옥에서 들어가서 생환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데 이룰 수 없는 희망을 갖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니, 아예 헛된 노력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한수원의 사옥에 최근 게시한 편액 `光明理世`는 광명으로 세상을 다스린다는 `혁거세(赫居世)`와 관련한 용어로서 현세를 찬란하게 밝힌다는 뜻을 함의하고 있으니, 경주의 각종 편액이 비록 어려운 한자로 구성되어 있다할지라도 거기에는 무언의 교훈이 있음을 알고 살펴보는 것은 수양의 한 방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