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열흘간 인천에서 출발해 울산을 거쳐 대구로, 또 대구에서 전북 군산, 경남 합천, 양산을 찍고 인천으로 올라오는 이번 재능기부는 2000㎞가 넘는 먼 여정이었다.　첫날 정윤수 감독이 맡고 있는 울산제일중으로 찾아가 늘 해오던 방식대로 교장선생님에게 먼저 인사드렸다.　정영석 교장선생님의 야구사랑과 애착은 남달랐다. 야구사랑이 얼마나 대단하시면 훈련 끝날 때까지 늘 지켜보시고 또 필요한 도구나 훈련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교육청에 지원을 요청해서 어려움이 없도록 이모저모를 보살피고 있다.　선수들과 한창 훈련하고 있는데 교장선생님이 교내방송에 "오늘 이만수 전 SK감독님이 학교에 방문해 야구선수들에게 재능기부 하고 있으니 사인 받고 싶은 학생들은 수업 마치고 운동장에 나오라"고 하신 것이다.　교장선생님의 친절한(?) 안내방송에 전교생들이 사인 받기 위해 운동장으로 몰려나왔다. 900명 학생들에게 다 사인해주는 것은 솔직히 부담스러웠고 가능해 보이지 않았다. 다행히 교장선생님이 직접 운동장에 나오셔서 차례대로 사인 받을 수 있도록 말씀해 주신 덕에 몇 시간 만에 다 끝낼 수 있었다. 　이번 사인 재능기부에서 알려주고 싶은 것이 있어서 한 학생을 지명해 옆에 두고 사인 받는 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이 몇 가지 사항을 전달하도록 했다.　`사인 받고 나서 감사의 인사 꼭 시켜라. 사인 받을 때 찢어진 종이 가지고 오지마라. 새치기 하지 마라`　학생들에게 사인을 받는 예절을 알려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지난 4년 동안 수많은 학교를 다니며 전교생 대상으로 강연은 했어도 전교생에게 모두 사인해 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늘 이야기하지만 우리나라 프로야구가 미국 메이저리그처럼 100년 이상 꾸준하게 국민들과 팬들에게 사랑 받기 위해서는 몇 가지 꼭 지켜야 할 것이 있다.　1.프런트 2. 언론 3. 현장 4. 팬 이 네 가지가 서로 공존하는 관계가 됐을 때 우리 프로야구가 메이저리그처럼 100년이 넘어서도 팬들과 국민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다.　사인 안 해준다고 선수들만 야단 칠 것이 아니라 팬들 또한 작은 예의만 지켜준다면 지금보다 훨씬 좋은 관계를 가지며 서로 응원할 수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 구단에서 조금만 신경 쓰면 불상사는 얼마든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재능기부는 나의 모교인 대구 상원고에서 했다. 상원고 야구부 감독을 맡고 있는 이종두 후배는 프로생활에서 뛰어난 선수생활을 했던 만큼 선수들을 지도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나 또한 모교라 그런지 재능기부 내내 편안한 마음으로 선수들을 가르쳤다.　대구 인근의 경남 합천 야로중학교는 야구부가 창단된 지 올해로 4년차다. 야로중을 지도하고 있는 장인욱 감독은 열악한 환경에서 야구하는 어린 선수들이 좌절하지 않고 꿈과 비전을 키워갈 수 있도록 선수들과 같이 생활하고 있다. 무엇보다 장 감독은 뛰어난 행정력을 갖춰 야로중에 부임한지 1년도 되지 않아 지역주민들에게 큰 신임을 받는 인물이 됐다.　장 감독은 주민을 보면 먼저 달려가 인사하고, 또 행사가 있으면 앞장서서 팔을 걷어붙이기 때문에 주민들과 빨리 친할 수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하면 야로를 좀 더 잘 사는 도시로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 주민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 고민한 결과 야로에 `야로베이스볼파크` 조성하기로 지난 14일 많은 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공청회를 가졌다고 한다. 장 감독의 뛰어난 행정력으로 인해 지금 야로는 새로운 희망을 갖고 있다.　야로중학교 교장선생님의 전교생들을 대상으로 미래에 대한 비전과 꿈에 대해 강연한 뒤 양산으로 향했다.　합천과 양산은 같은 경남이지만 합천은 대구에 가깝고, 양산은 부산과 인접해 꽤 멀다. 양산의 원동중학교 이상훈 감독과 교장선생님과 1년 전에 한 재능기부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보람이 컸다.　이번 재능기부는 기간도 길고, 2000㎞가 넘는 장거리여서 몸은 피곤했지만 무사히 집으로 올 수 있어 모든 것들이 감사한 재능기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