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의 인사(人事)에 사실상 묘한 영향을 미치는 두 개의 변수가 있다. 그것은 바로 `기수`(期數)와 `나이`이다. 기수는 최초 임용시기가 같은 동기별로 순차적으로 부여된 숫자이다. 이 기수와 나이(정년 제외)는 사실상의 면직 기준으로 더러 활용되는 경우 외에 인사에 공식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는 요소가 아니다. 　예로서, 주요 인사 행위인 승진이나 전보 임용의 경우 우선 점검되는 것은 현 직급 또는 현 보직에 얼마나 있었느냐 즉 현 재직 경력이다. 그리고 그동안의 실적과 역량, 충성도 그리고 예정 보직과 관련된 직군·직렬별 전문성 등이 고려된다. 　여기에 공식 요건 사항이 아니면서도 `기수`와 `나이`는 거의 모든 인사 작업판에 두 얼굴을 가지고 위협적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이 때 기수를 따지는 것을 `기수론`(期數論)이라고 한다면 나이를 따지는 것은 `나이론`(論)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은 인사 대상 당사자에게 유리하게도 작용하고 불리하게도 작용해 왔다. 　그리고 이 양면성은 분명히 순기능 보다는 역기능으로, 밝음보다는 어둠으로 즉 `음계`(陰計)로서 더 자주 활용되어 왔을 것이다. 사람을 포용하고자 할 때보다 배제하고자 할 때의 명분으로 더 자주 동원된 것이다.　먼저, 다양한 조직 생활을 하면서 `기수` 또는 회수(回數)의 틀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필자의 경우는 초등학교 제 42회, 중학교 제 32회, 고등학교 제 23회, 대학교 제 33회 졸업이다. 또 사회 직장생활에서도 L그룹 공채 제 9기, 국가공무원 공채 제 27회 등이다. 군대와 같은 제복사회에서는 그 기수가 보다 더 엄격히 관리되고 있다. 미국 공직사회에도 같이 교육 받은 동기들의 모임(alumni meeting)이 있다.　이러한 기수 문화는 오늘날 아무리 성과주의 세상이라고 하나 경력·경륜의 요소를 버릴 수 없는 `인간 조직`에서 선후임(先後任)의 기본질서나 조직 응집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되고, 조직 관리 측면이나 구성원 개인 입장에서도 인력의 식별·분류 등을 위한 하나의 주요 잣대가 되는 것이다. 　이 기수문화 자체에 대한 정서는 조직의 구성이나 성격 등에 따라 다르겠으나 반 엘리티즘(anti­elitism) 차원에서 종종 거부감도 있어 왔다. 그러나 이 거부감은 오히려 `기수론`의 순기능적 작용 때문에 역으로 생긴 반감일 수 있다. 그렇다면 단순히 서열주의나 군국주의(軍國主義)적 산물 등으로 매도해버릴 수도 없는 것이다. 　다만 이 `기수론`이 발탁이나 용퇴를 논하면서 오용되는 경우가 문제이다. 기수가 어리다는 구실은 발탁에서 제외하려는 의도이거나 능력이 아직 모자란다는 `음계`이고, 기수가 너무 높다고 하는 것은 후배 위해 퇴진시키려는 `음계`일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다. 　다음으로, 나이 문화는 조직에서 장유(長幼)의 기본 질서나 인륜적 예의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나이론`은 승진인사에서 같은 평점이면 연장자를 배려할 때처럼 일부 포섭의 논리로 작용하는 경우 외에는 대부분 배제의 논리로 작용한다. 　또 이는 절대성이 있는 기수론과 달리 인사권자의 연령이나 관점에 따라 상대적이며 유동적이다. 그래서 가끔 비굴하거나 천박스러울 때조차 있다. 이 `나이론`(論)은 그야말로 나이론(nylon)인 것이다.　`나이`가 고용관계를 유지하는 데 걸림이 된다면 이는 이른바 `연령에 의한 고용 차별`(the age discrimination in employment)이 되어 원칙적으로 위헌적 현상이 된다. 한국의 경우도 신규 채용 시의 연령 제한은 이미 없어졌고 퇴직해야 하는 연령 즉 정년은 다른 정책적 이유로 아직 존속하고 있다. 　실제 일을 하는 데는 `나이`가 장애가 아니라 개인의 건강이나 열정, 실적과 역량 등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이`든 세월이든 생사(生死) 간 거리의 척도일 수는 있어도 인사에서 인력을 용인(用人)하거나 배제하는 기준으로 쓰이는 것은 이치에 어긋나며 비겁한 일이다. 　그러나 현실은 `기수론`과 마찬가지로 어떤 인력을 배척하려고 할 때 자주 동원되는 `음계`가 또한 `나이론`인 것이다. 개인을 가르는 데 이만큼 분명하면서도 안일한 잣대는 없기 때문이다. 　인사를 하면서 `기수론`과 `나이론`을 들이대는 것은 인사의 기본이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이는 동시에 어리석고 어두운 인사의 한 단면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