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하늘과 땅 사이에 내가 가장 존귀하다. 부처님이 탄생 즉시 바로 외친 말씀이라고 한다. 그런데 아무리 부처가 되실 몸이라고는 하지만 갓난 애기가 말을 했을 리는 없고, 필시 후세의 사람들이 어떤 상징적인 의미로 그렇게 기록했을 수는 있을 것 같다. 　그것이 아니라면, 실제로 부처님이 하신 말씀이 분명하지만, 부처님 탄생 시점을 어떻게 보아야 할 지, 이견(異見)이 있을 수도 있겠다. 그러니까 여기서 부처님 탄신을, 부처님의 본명인 `고오타마 싯다르타`가 몸을 받은 날로 볼 것인지, 아니면 그가 보리수 아래에서 수행 끝에 크게 깨달아 해탈(解脫)한 시점, 즉 `석가모니불(釋迦牟尼佛)`로 다시 탄생한 그 시점을 의미하는 것인지가 명확치 않아 보인다는 말이다. 아무튼 불기(佛紀) 2562년, 석가 탄신일에 즈음하여 부처님이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외친 이유를 나름대로 되새겨 보고자 한다. 　신(神)들이 사는 천상세계(天上世界)와 뭇 중생(衆生)들이 사는 지상세계 (地上世界)모두를 통 털어, 자신만이 오직 유일하고 가장 존귀한 존재라는 이 말의 참 뜻은, 내가 당신들 보다 가장 잘난 사람이라는 뜻이 아니라 절대로 불가침인 생명의 존엄성과 인성(人性)의 고귀함에 대한 정의(定義)요 선언이었다. 즉, 하늘 위 그 어떤 신성(神聖)도 인간의 자아(自我) 위에 있지 않으며, 그 어떤 진리도 인간의 이성(理性) 하에 있다는 사실을 천명(闡明)한 말이 아니었을까? 　신은 하늘나라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자아 속에 있으며, 진리는 만리(萬里) 밖 성지(聖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속에 기록되어 있음이니, 진아(眞我)를 찾으면 신을 만난 것과 같고, 무명(無明)에서 벗어나 눈을 뜨면 모든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하여 따로 구할 진리 같은 것이 있을 리 없다는 말씀으로 해석된다.　자연계 내의 생명현상으로 자연히 조합된 프로그램에 따라 다만 무심히 생멸(生滅)할 뿐인 다른 생명체와 달리, 사람은 인간 고뇌의 원인이기도 한 자아의식(自我意識)이라는 것이 있다. 그러나 자아상실의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을 알지 못하며, 인간으로 진화하기 전에 DNA 속에 각인된 정보에 따라 여전히 동물적 삶에만 집착하는 모습이 아닌가? 오감의 지배하에 있는 모든 욕구는 여태 퇴화되지 않고 이성과 싸우고 있다. 여기서 이성이 본능보다 성(盛))하면 인격이 나타나게 되겠지만 이성이 본능에 패하면 동물과 진배없는 인간으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 또한 사람이다. 　아마도 이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동물들 중에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수 있는 생명체는 인간밖에 없을 것 같다. 따라서 부처님은 `모든 중생이 다 불성을 지니고 있다` 즉, 모든 사람이 다 부처가 될 자질이 있음을 일깨워 주신다. 달랑 `무(無)`자 화두(話頭) 하나를 들고, 무릎 병을 만들며 십년동안 면벽참선(面壁參禪)한 스님들에게는 대단히 죄송한 말씀인지 모르겠지만, 존재하지도 않는 것에 집착하지 말고, 없는 것을 찾으려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남이 무자 화두의 답은 아닌지? 이는 화두를 포기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애시당초 찾을 대상이 거기 없었음을 깨달음이라. 따라서 우리가 찾고자 하는 그 모든 것들은 이미 존재하지 않음이기에, 존재하지도 않는 헛것을 찾아 일생을 헤매일 것이 아니라 내 안에 들어있는 가장 존귀한 존재를 먼저 알아차리라는 말씀이 아니었을까?　교인들이 죄를 짓고 교회에 나가 회개하는 모습이나, 불자들이 악업(惡業)을 짓고 절을 찾아 절을 하는 모습들이 내 눈에는 전혀 달라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죄는 회개하여 사라지지 않으며 복은 구하여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행함의 결과가 있을 뿐, 부처님은 자신 앞에 엎드려 복을 구하는 신도를 보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그대의 경배 대상이 아니다. 그리고 나는 그대에게 줄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다` 길을 아는 사람이, 길을 몰라서 길을 묻는 사람에게 그 길을 손으로 가리키면, 가리키는 그 방향을 쳐다봐야 하는가, 아니면 길을 가리켜 주는 사람을 쳐다봐야 하는가? 복을 지으면 복을 받을 것이라 했건만, 사람들이 복은 짓지 않고, 복을 지으라한 사람에게 복을 달라한다. 부처님 오신 날, 복을 구하는 행렬에만 길게 줄을 설 것이 아니요, 모두가 지금 잃어버린 자신을 찾는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