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는 38도 선을 경계로 두 개의 다른 이념을 가진 두 개의 정부가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완전히 동일한 DNA를 가졌으며, 동일한 문화, 동일한 언어, 동일한 생김새를 가진, 결코 두 개의 나라일 수 없는 같은 민족임에 틀림이 없다. 남북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데는 그런 감성적 이유만이 있는 것이 아니며 실용적인 측면에서 보더라도, 여기에 모두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국익이 있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한국이 반도국가라고 하지만, 대륙 쪽이 완전히 차단되어 있기 때문에 사실상 섬나라와 다름이 없다. 그런데 만일 남북이 자유왕래하게 되면, 우리는 이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한 유라시아 대륙과의 육로가 만들어 지는 것이며, 이는 과거에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새로운 활동무대의 등장을 의미한다. 그리고 북한 지역은 알려진 대로 지하자원의 보고이다. 　거기다 북쪽의 근면하고 값싼 노동력이 남한의 자본 및 기술력과 결합되면, 최소한 금세기 내에 우리 한민족이 세계 속의 초강국으로 부상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다른 나라에서조차 나오고 있지 않은가? 현재 포화상태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우리 경제의 여러 가지 성장 한계에도 불구하고, 남북이 경협하고 거대한 대륙을 가로지르는 육로가 개척되면, 그 엄청난 시너지효과는 지금 우리가 예상하는 그 이상일수도 있다는 얘기다.　신미양요(辛未洋擾)에서 보듯이, 2차 대전 이전만 해도 조선은 결코 친미국가가 아니었다. 그런데 일본에 국권을 빼앗긴 후 36년 만에 미국의 힘에 의해 일제에서 해방되면서 우리 한반도에 두 개의 정부가 만들어 졌다. 하나는 친미정부 또 다른 하나는 소련의 사주를 받은 공산정부, 그에 따라 남한을 적화통일하려던 공산주의 세력에 의해, 인류 전사(戰史)에 보기 드문 참혹한 골육상잔의 전쟁을 치르면서 남북이 철천지 원수지간처럼 갈라지고 말았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그것은 중동이나 동유럽 일부 국가들의 해묵은 종교 갈등 내지 민족 감정에 의한 전쟁과는 전혀 다른 것임을 이해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반도가 분단된 원인은 첫째, 주변 강대국의 이데올로기 충돌로도 볼 수 있지만, 대륙의 세력을 등에 업고 독립된 한반도의 권력을 장악하려한 일단의 내부 공산주의자들과 또 그간 일제에 부역하며 기득권을 쌓아올린 친일(親日) 친미(親美)세력들 간의 권력 다툼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러니까 일제에 의해 침탈받기 전의 조선반도 주민들은 애시당초 남북갈등이나 동서갈등 종교갈등 이념갈등 등을 찾아 볼 수 없는 순박한 배달민족이었지만, 외침(外侵)이 일어나자 일부 간악한 기회주의자들이 오직 자신의 영달을 위해, 고의로 민족을 분리시켜 서로 싸우게 만들고 편을 갈라온 나머지가 현재의 남북 분단이며 또 남남갈등에 다름 아니라는 말이다. 북쪽이든 남쪽이든 우리 민족을 그렇게도 불행하게 만든 그 사악한 무리들이 아직도 이 땅에 기득권을 가지고 주인행세를 하고 있으며, 아직도 그들은 그 기득권을 지키려고 몸부림치고 있는 모습을 우리는 보게 된다. 입으로는 통일을 외치며 돌아서서 통일을 방해하고, 남북 화해를 세계가 원해도 그들은 여전히 분단과 긴장상황이 그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는데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가 아닌 바보가 보아도, 남북간 긴장완화 그리고 화해와 협력이 우리 민족의 번영에 얼마나 유리한지는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것을 배 아파하고 방해하는 무리들이 있다면, 그들이야말로 민족의 주적(主敵)이 아니면 무엇일까? 당연히 어떤 경우라도 국가 안보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하겠지만, 나는 핵폭탄보다 더 무서운 것이 바로 내부의 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더 이상 국민을 속이고 오도(誤導)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기가 그리도 어려운가? 우리 국민들의 높은 교육수준과 진보된 대중 미디어가 남(南)이든 북(北)이든 이제 더 이상의 우민화(愚民化)를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사실을 좀 깨달았으면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