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멘탈은 자신의 내면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졌을 때 가장 큰 힘을 가진다고 한다.　멘탈코칭 코스에서 만난 최미정 선생님이 최근 `아무튼, 경쾌한 존재감`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책 내용 중에 `어떤 상황에서도 긴장하지 않는 멘탈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자신과의 커뮤니케이션의 질을 높여나가는 접근 방법 그리고 과정을 의미한다`는 쯔게 요이치로 코치의 멘탈코칭의 정의에 큰 공감이 갔다.　많은 운동선수들이 중요한 경기에 임하면 불안감과 두려움으로 인해 평소 자기의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 때가 많다. 나 또한 현역시절에 이런 경우가 얼마나 많았던지….　본인이 불안해 하고 두려워하는 것을 바라보는 훈련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왜 불안해 하는지, 왜 긴장하는지, 왜 두려워하는지, 왜 염려하는지, 왜 초조해 하는지.　꼭 쳐야 하는 상황이나 꼭 이겨야 하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불안감과 두려움이 찾아온다. 이럴 때 타자는 타석에서 한발 물러서서 자신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한다. 투수도 마찬가지다. 위기가 닥칠 때 호흡이 가빠지고 맥박이 빨라질 때 그 상황에서 투구하게 되면 십중팔구 얻어 맞거나 아니면 본인이 생각했던 볼을 던질 수 없다. 경험이 없는 많은 젊은 투수들이 포수의 미트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먼저 타석에 들어선 타자를 생각한다는 점이다.　투수의 구질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투수의 명성이나 화려함을 먼저 생각한 나머지 젊은 타자들이 주눅이 들어 평소에 칠 수 있는 구질을 맥없이 범타로 물러날 때가 많다. 투수나 타자들이 불안감에서 이길 수 있는 것은 많은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순간적으로 날라오는 볼이기에 생각이 많으면 칠 수 없다. 타자는 볼만 집중해서 칠 때 불안감과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　투수들도 타자를 먼저 생각하기 보다는 포수의 사인에 따라 미트에만 집중할 때 연습할 때처럼 자기가 생각했던 대로 잘 던질 수 있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평소부터 훈련이 되어 있지 않으면 안 된다.　자신이 불안해 하는지, 긴장하는지, 두려워하는지, 염려하는지, 맥박이 빨라지는지, 자신을 바라보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관중들의 야유나 언론의 비판이나 평가에도 흔들리지 않고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불안감에서 탈피하려고 도망가려고 해서도 안 된다. 두렵고 염려가 될 때는 도망가지 말고 그것을 인정할 때 멘탈이 한단계 진화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선수들이 불안해 하거나 두려움을 인정하지 않고 숨으려고 할 때가 많다.　2000년도 미국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에 있을 때의 일이다. 마이너리그 더블A 팀에서 미네소타와의 원정경기에 급하게 콜업된 `마크 벌리`란 투수가 있었다. 20대 초반의 앳된 모습을 한 마크 벌리는 선발투수가 다치는 바람에 갑자기 대체 자원으로 생애 첫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서게 됐던 것이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나는 것은 마크 벌리가 나에게 다가오더니 "너무 떨려 볼을 던질 수가 없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나는 "다른 것 생각하지 말고 포수가 사인 내는 대로 미트만 보고 던지라"고 조언했다. 나의 이야기를 알아 들었는지, 아니면 본인 스스로 불안감을 이겨냈는지 모르지만 중간투수로 올라가 깨끗하게 한 이닝을 잘 막아냈다. 제리 매뉴얼 감독의 눈도장을 받은 마크 벌리는 이후에도 자주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올랐다.　야구는 순간적인 판단과 선택이 필요한 스포츠다. 그 짧은 순간에 일어나는 운동에서 많은 생각이나 잡념이 일어난다면 좋은 선수가 될 수 없다. 타자는 단순하게 `볼보고 볼 치기`란 생각을 갖고 타격에 임해야 한다.　투수도 마찬가지다. 마운드에서 많은 잡념을 갖게 되면 자기가 생각했던 방향으로 던지지 못한다. 단순하게 생각하려면 이것 또한 훈련할 때부터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생각이 먼저 앞서면 그 생각으로 인해 자신을 망치게 된다.　이제 지도자들이 답을 가르쳐 주고 정답을 강요하는 시절은 지났다. 선수들이 자신에게 묻고 답하고 분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지도자가 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