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planning)이란 한마디로 `철저히 신경 쓰는 것`이다. 그러나 이론적으로는 "어떤 목표를 향한 또는 달성하기 위한 행동(대안)을 설계하거나 지시하는 것으로 미래지향적이며 능동적·동태적 과정"쯤으로 정의 될 수가 있다. 　이론적으로 `정책 기획`이든 `행사 기획`이든 그 목표 달성을 위한 대안을 마련하는 과정인 것은 분명하나, 이 순진한(naive) 개념의 숙지만으로는 기획의 `실제 상황`(field)에서 맥을 출 수가 없다. 　대학 졸업 후 20대에 L그룹의 광고대행 회사에서 직장 초년생으로 일할 때였다. 당시만 해도 정책론이니 기획론이니 하면서 학교에서 공부한 개념들이 머릿속에 펄펄 살아있을 때였다. 그러나 사회에 나와 실제 부닥치는 사건들 속에서 단일 행사 설계조차 원만히 추진하기에는 늘 부족함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에 노련한 기획 과장에게 "한 마디로 기획이 무엇입니까?"라고 진지하게 물었다. 그는 잠시 생각한 뒤 "철저히 신경 쓰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순간 그 말이 강하게 머리를 스쳐갔다. 　그 기획과장은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했다고 한다. 행정학이나 기획론 따위는 공부한 적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그냥 직장 실무에서 다년간의 경험과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몸으로 익힌 기획이었다. 그에게서 우러나 보이는 기획은 바로 살아있는 기획이었다. 　실제, 기획은 최선의 설계를 위해 `꾸준히` `집중적`으로 탐색하고 점검하는 것이다. 어떤 목적 사안에 접근하되 숲을 봤다가 나무를 봤다가 다시 숲을 보는 것이다. 또한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의 울타리 안에 머물다가 울타리 밖으로 나와도 보는 것이다. 그리고 또 들어도 보고 놓아도 보고 뒤집어 보기도 하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 정치라고 한다면 소비자의 마음을 얻는 것은 광고이다. 그래서 `광고기획`이라고 하는 것이며 이 과정은 `철저하게 신경`을 써서 정성을 다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광고회사에는 머리가 하얗게 센 직원들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이야기가 있다.　정책이나 사업에 얽힌 이해관계는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 영역보다 공익을 추구하는 공공 영역에 있어서 그 정도가 훨씬 다양하고 복잡하다. 그래서 공공의 기획은 다각도로 부딪히는 이익들의 최대공약수를 추구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나라의 제도나 정책은 보편성을 전제로 마련된 것이다. 이에 따라 일반적인 국내 법규는 중앙 정부에 있어서든 지방자치단체에 있어서든 그 영역 내의 적용대상에 있어 무차별성을 가지고 있다. 　영속성이 있는 제도나 정책뿐만 아니라 그 외 일시적인 공적 규율이나 처분 등에 대해서도 개별 처지에 따라 보는 입장이나 이해가 다른 법이고 또 각자 일리도 있는 법이다. 그러므로 저쪽에서 보는 시각이 이유 있으면 이쪽에서 보는 시각도 이유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하나의 제도를 새로 만들거나 바꾸려 할 때에도 이러한 `다면성`(多面性)을 철저히 분석해 보지 않으면 안 된다. 이는 입체적이면서 시계열적으로 `철저히 신경을 써야 한다`는 의미가 되는 것이다.　다음으로, 이러한 정책은 정치적이되 공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여하한 정책도 그 설계를 함에 있어 사적인 목표나 이익이 개입되어서는 안 된다. 또 기획하는 본인이 개인적으로 설사 집단적으로 겪은 `경험`이나 `감정`도 일반화의 검증을 거치기 전에는 그것들 또한 작용해서도 안 된다. 　결국, 공공 기획은 공익과 공공 목표 달성에 `철저히 신경 쓰는 것`이다. 이익과 관점의 다각성을 고려해야하고 공익성과 균형성을 동시에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적인 동기와 이익들은 `고려`는 하되 `배려`를 해서는 아니 된다. 　그러므로 공직자로서 사적(私的)인 동기에 따라 철저히 신경 쓰는 것은 공공 기획이 아니며 공적(公的)인 일에 대충 신경 쓰는 것도 기획이 아니다. 기획은 `철저히 신경 쓰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공(時空)에서의 `다면성`과 이념에서의 `공익성`을 기준하여 복합적으로 `철저히 신경 써야 하는 것`이다. `기획은 철저히 신경 쓰는 것`이라고 말하던 옛날의 그 선배가 지금도 가끔씩 생각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