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는 키워드들 중에는 드루킹, 매크로, 댓글 조작, 여론 왜곡 등이 있다. 온라인에서 여론, 특히 댓글 조작을 통해 정치 분야의 여론형성을 왜곡하는 것은 심대한 사회적 문제이고,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다가온다. 그 모든 것이 인간으로부터 발생한 것이고, 그에 대한 대처방안도 인간이 내놓는다. 온라인 댓글 조작을 방지하는 첫 번째 방안은 기술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키워드 검색 결과나 어떤 뉴스를 목록에 먼저 배치하는가를 결정하는 알고리즘이 댓글 조작을 방지하는데 중요하다. 휴대전화 한 대당 3개의 아이디(ID)를 만들 수 있고, ID당 10개의 댓글을 달 수 있게 하는 규정을 제한하여 프로그램에 반영할 수도 있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상 현상을 감지하고 대처하는 것과 유동 인터넷주소(IP) 방식에 대한 대안을 찾는 것도 또 다른 기술적 방안이다. 두 번째는 법과 제도로 댓글 조작을 방지하는 것이다. 일종의 규제 정책이다. 인터넷 실명제, 댓글과 공감 자체를 인터넷에서 없애는 법을 시행하는 것이다. 이는 표현 및 언론 자유와 상충하여 벼룩 한 마리 잡기 위해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 되는 제도이다. 최근 포털의 뉴스를 인링크(포털 내부에 뉴스를 연결하는 방식)에서 아웃링크(언론사 사이트로 뉴스를 연결하는 방식)로 전환하는 제도를 도입하여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런데 네이버가 아웃링크 방식을 이용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니다. 네이버는 이미 언론사별 아웃링크 방식을 이용해 오고 있다. 네이버는 인링크와 아웃링크라는 두 개 방식을 모두 이용하고 있다. 네이버 홈페이지의 뉴스스탠드는 언론사를 선택하면 언론사 사이트로 이동하는 아웃링크 방식이고, 네이버뉴스는 네이버 내에서 뉴스를 보는 인링크 방식이다. 그런데 네이버 이용자들의 대부분은 뉴스스탠드의 언론사 구독 서비스보다는 네이버뉴스를 선택하고 있다. 왜 그러할까? 서비스의 편리성이다. 다음과 네이버뉴스에서와 같이 선별해 둔 뉴스를 한 곳에서 보는 것보다 새창을 띄워 다른 사이트로 이동하여 본 후, 다시 포털로 되돌아와 오는 것이 불편하다. 네이버와 카카오와 같은 포털이 언론사에 전재료를 지불하는 이유도 인링크 방식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언론사의 뉴스를 이용하여 광고료로 돈을 벌기 때문에 그 대가로 언론사에 전재료를 지불하는 것이다. 첫 번째 방안의 주체는 (포털) 기업이고, 두 번째 방안의 주체는 정부와 국회이다. 온라인 댓글 조작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술혁신은 창과 방패의 역할을 둘 다 하고 있다. 기술 혁신으로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면, 방패를 뚫을 다른 창으로 시스템을 공격해 온다. 법과 제도는 문제 해결의 대안이기도 하지만 산업과 경제 발전을 저해하는 규제가 되기도 한다. 규제 혁파를 외치는 사람들이 가끔은 규제 강화를 주장하는 것을 보면 참 역설적이다 싶다. 온라인 댓글 조작과 같은 문제 해결의 핵심은 사업방식(비즈니스 모델), 좁게는 기업이 돈을 버는 방식인 수익모델의 차이에 있다. 네이버와 구글 둘 다는 포털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런데 홈페이지를 보면, 수익모델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네이버의 홈페이지에는 광고가 있지만, 구글의 홈페이지에는 광고가 없다. 광고로 돈을 버는 구글에는 왜 광고가 없을까? 구글은 분산형 광고 방식이다. 구글은 구글 사이트가 아닌 콘텐트제공자 사이트에 키워드와 관련된 광고를 내보낸다. 구글의 애드센스 광고라는 것은 아웃링크라는 연결 방식에 기반을 두고 있다. 구글은 콘텐트제공자들에게 분산하여 광고를 내보내는 대신 광고수익을 그들과 공유한다. 그래서 흥미롭고 유익한 콘텐트를 제공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구글과 제휴하여 구글 애드센스광고를 올리고 돈을 벌 수 있다. 대부분의 구글 광고주는 개인이나 소기업이지 대기업이 아니다. 구글의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은 다른 미디어 기업과는 달리 구글이 대기업에 의존할 필요가 없게 한다. 또한 구글이 댓글 조작에 대한 책임을 질 이유가 없는 것도 당연하다. 한편, 인링크 방식에 기반을 둔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은 많은 이용자들을 유입하여 오래 동안 머물도록 해야 광고효과가 극대화된다. 사이트를 방문한 고객이 다른 곳으로 떠나지 않고 오래 머물수록 광고를 클릭할 확률이 높다. 달리 말하자면, 방문자들을 사이트에 고착화시켜야 한다. 이러한 수익모델을 갖고 있는 기업에게 아웃링크 방식으로 전환하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 우리 가계에 온 손님을 경쟁자들에게 공손히 안내해줄 사업자가 있을까? 그것도 고객도 불편해하는 마당에서 말이다. 온라인 댓글 조작도 기본적으로는 인간의 욕망에서 출발하는 것이기에 기술을 도구로 제도와 법을 악용하는 사례이다. 이러한 현상은 오프라인에도 존재하고, 미래에도 새로운 방식으로 나타날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자생적 정화 능력을 갖추게 하는 온라인 생태계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기술혁신과 제도뿐 만아니라 기업이 창의적 비즈니스 모델을 고안할 때 사회를 어지럽게 하는 욕망도 싹트지 않게 할 수 있다. *포털의 콘텐트(뉴스) 연결 방식 인링크(Inlink)란 네이버와 카카오와 같은 포털에서 뉴스 제목과 같은 어떤 주제를 클릭하면 포털 내부에서 해당 콘텐트를 연결하여 볼 수 있는 방식이다. 한편, 아웃링크(Outlink)란 구글과 같은 포털에서 검색 결과를 클릭하면 포털 사이트를 떠나 콘텐트 제공 사이트로 이동하여 콘텐트를 볼 수 있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