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날이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그동안의 회담과 다른 여러 가지 의미를 갖는다. 가장 큰 이슈는 역시 핵폐기와 평화협정일 것이다. 전 세계가 곧 전쟁이 발발할 것 같은 위기에 빠진 한반도를 근심어린 눈으로 바라보다가 갑작스럽게 평화정착이라는 반전을 이뤄낸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의 외신 기자들이 몰릴 것이라는 뉴스도 나왔다.　남북정상회담에 상정될 주제들 가운데 이산가족 상봉과 경제협력도 중요하고 북한 관광 재개도 충분히 논의될 수 있다. 그 가운데 우리 국민들의 관심 가운데 중요한 부분이 국경 개방이다. 우리는 그동안 반도국가지만 섬나라처럼 살았다. 대륙으로 건너갈 수 있는 통로를 북한이 가로막아 외국으로 가려면 반드시 항공이나 선박을 이용해야 했다. 만약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국경이 개방된다면 우리는 기차를 타고 파리까지 갈 수 있게 된다.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국도 7호선을 달리다 보면 아시안하이웨이라는 표지판을 만나게 된다. 이 길을 달리다 보면 서울과 평양, 신의주를 지나고 중국의 단동과 북경, 그리고 카자흐스탄과 이란을 거쳐 터키의 이스탄불까지 논스톱으로 달릴 수 있다는 가슴 떨리는 상상을 하게 된다.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과연 그 꿈을 이루게 해 줄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북한은 더 이상 금단의 땅이 아닐 수 있다. 이미 중국인은 무비자로 신분증만 제시하면 북한을 방문해 관광할 수 있다. 지난 23일 북한 황해북도에서 중국인 관광객을 태운 버스가 뒤집히면서 중국인 32명, 북한 주민 4명이 숨진 사고가 있었다. 이들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은 상무시찰단이라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지만 중국인들의 북한 관광은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러시아인과 미국인들의 북한 관광도 심심찮게 이뤄진다. UN과 미국의 `최대압박` 국면에서도 북한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다는 것은 의외다. 2015년도 기준으로 한 해 10만 명 정도의 외국인 관광객들이 북한을 찾았다고 한다. 이 가운데 90% 정도는 중국인이고 나머지는 유럽과 미국인이다. 실제 북한을 찾는 관광객 숫자는 이런 공식적인 수치보다 더 많을 걸로 보인다. 북한은 러시아 관광객들을 위해 북한 비자 발급 기간을 20일에서 단 이틀로 줄였다.　북한은 북세계 각국의 인민들을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적대행위만 없으면 괜찮다며 일반인들의 관광마저도 수용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김일성·김정일 동상에 대한 헌화 강요, 휴대전화 수시 검열, 노트북 휴대 금지, 야간 통행금지, GPS 사용 금지 등 불편함은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들에게 북한 관광이 허용된다면 엄청난 관광객들이 몰려갈 것이 분명하다. 금단의 땅에 대한 호기심, 잊지 못할 경험이 기다리기 때문이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우리도 준비해야 한다. 북한 관광수요가 늘어나면 국내여행이 현저하게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그동안 막혔던 북한행의 봇물이 터지면 경주를 방문하려던 발길을 북한으로 돌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리고 육로를 통한 중국과 러시아 접근이 가능해진다면 국내 관광객들은 이색 체험을 위해 발길을 돌릴 것이다. 물론 이 가정은 너무 앞서가는 것일 수도 있지만 결코 엉터리 상상은 아니다. 　그런 면에서 경주의 관광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해야 한다. 이번 노동절 연휴에 중국인 관광객들은 방콕과 도쿄에 이어 서울을 가장 선호하는 여행지로 꼽고 있다고 한다. 엄청난 규모의 중국인 관광객들이 사드 보복조치 이후에 밀려오게 된다. 이들의 발길을 끝까지 잡으려면 어떤 콘텐츠를 보강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이 문제는 오래 전부터 제안됐다. 그러나 경주는 그다지 바뀐 것이 없다. 1천년 전 조상이 물려준 유산만 주무르고 있다.　지금의 모습이라면 중국인 관광객들은 아무도 다시 경주를 찾지 않을지도 모른다. 경주가 가진 역사유산은 자기 나라의 유산보다 형편없이 규모가 작고 숙박비와 밥값 등 물가는 비싸고 즐길거리는 절대적으로 불리한데 누가 경주로 올 것인가. 방콕, 도쿄, 서울과 비교했을 때 경주는 50년이 뒤져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주의 100년 대계는 관광산업을 어떻게 일으키느냐에 있다. 6·13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은 관광산업 발전에 대한 획기적인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눈치 보지 않고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만들기 위한 특별한 시도가 없이는 경주의 경제적 어려움은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