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한평생 버리고 싶지 않은 소원이 있다면　나무들의 결혼식에 초대 받아 낭랑하게　축시 한번 낭송해 보는 일이다　　내 한평생 끝끝내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다면　우수가 지난 나무들의 결혼식 날　몰래 보름달로 떠올라 　밤새도록 나무들의 첫날밤을 엿보는 일이다　　그리하여 내 죽기 전에 다시 한 가지 소원이 　있다면　은은히 산사의 종소리가 울리는 봄날 새벽　눈이 맑은 큰 스님을 모시고 　나무들과 결혼 한번 해 보는 일이다                                           　 　-정호승 　신록이 꽃 보다 눈부신 계절이다. 꿈결처럼 벚꽃들 사라지고 온 천지가 연둣빛 세상이다. 모란꽃이 햇살처럼 피어나는 아름다운 봄날. 정호승 시인의 시를 읽는다. 그의 시는 우리 삶과 인간의 존재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시다.　그가 낸 시집 제목들만 봐도 그렇다.`별들은 따뜻하다` `사랑하다가 죽어 버려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서울의 예수``이 짧은 시간 동안`등등 정호승 시인의 상상력은 한국시단에 독보적이다. "나무들의 결혼식"! 이 얼마나 동심 같은 엉뚱한 발상인가.　시인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나무들의 삶을 오래오래 바라본 모양이다. 그래서 나무들도 인간들처럼 서로 사랑하고 결혼 한다고 상상한다. 그래서 나무들의 결혼식에 초대 받아 축시도 낭송해 보고 싶고, 우수가 지난 어느 날, 보름달로 떠올라 `나무들의 첫날밤`을 훔쳐보고 싶고, 시인의 `버킷리스트`는 범종소리가 번지는 산사의 봄 날 새벽, 눈 맑은 스님 모시고, 청순한 향기를 뿜는 나무와 결혼 하고 싶다고 아이 같은 고백을 한다. 　이 얼마나 시인다운 상상인가. 시인은 어떤 글에선가 "시가 내 인생을 위로해줄 때가 있어서 나는 시를 쓴다. 감사한 일이다"고 고백 한다. 그리고 "마더 데레사 수녀는 모든 인간에게서 神을 본다고 했지만 나는 모든 인간에게서 詩를 본다"고 말한다. 정호승의 시를 읽으면 마음이 착해진다. 　모든 시인은 단 한편의 아름다운 시를 남기기위해서 평생의 긴 시간을 탕진한다. 정호승은 그의 시에서 인간 존재와 삶에 대한 통찰을 치열하게 보여준다. 　시인은 인간다운 인간을 꿈꾸고, 인간다운 삶을 살고 싶다고 뜨겁게 노래한다. 그래서 그의 시에는 노숙자, 독거노인, 무릎 없는 걸인, 미화원 아주머니, 맹인 소녀등 가난하고 소외된 계층에게 연민의 눈짓을 보내며 그들의 아픔과 상처를 껴안아 주는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시를 쓴다. 정호승, 그는 70년대 80년대 대학가를 중심으로 젊은 층에게 상당한 인기를 누렸으며. 지금도 그는 독자들의 사랑을 엄청 받고 있는 경주를 사랑하는 독보적인 첨성대 같은 시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