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재사상(三才思想) `천지인`은 하늘이 있고 땅이 있으며 사람이 있다는 것인데, 어떤 종교적 의미를 떠나, 우주를 의미하는 하늘에서 땅이 만들어 지고, 그 땅위에서 인간이 생성되었다는 것은 당연하고 진부한 과학적 사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천지인`을 `인지천`으로 바꾸어 보면 어떨까? 태초에 텅 빈 공간에서 무슨 인연이 쌓여 땅덩어리가 만들어지고, 또 펄펼 끓는 용암덩어리이던 땅에서는 무슨 변고가 있어 생명이 만들어졌으며, 그리고 인간이 탄생하였을까? 하늘이 깊은 뜻이 있어 땅을 만든 다음 그 위에 인간을 만들었다면, 하필 우주의 변두리인 이 불안한 행성 위에, 왜 이 모양 이 꼴의 인간들을 만들었을까? 비단 우리 지역의 꼬라지나 우리나라의 역사뿐만 아니라, 인류의 역사는 들여다보면 볼수록 인간으로써의 혐오감이 커지는 것은, 비뚤어진 나만의 심성 탓인지 모르겠다.　어떤 종교가 우주의 나이를 오천년으로 보든 만년으로 보든, 그 것은 특정한 종교의 교리일 뿐임으로 시비할 생각은 없지만, 태초에 텅 빈 우주에서 빅뱅(Big Bang)이라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현재까지 최소한 백 억년이 훨씬 넘는 시간이 흘렀고, 그 대 폭발로 흩어져 우주공간을 떠돌던 먼지들이 다시 뭉쳐지고, 이 지구라는 행성이 만들어지고 나서 현재까지의 시간만 계산해도 수 십 억년이 지났다는 것은 입증된 과학적 사실로 받아들여진다. 그리고 그 수 십 억년의 세월 가운데, 한 인간이 천수(天壽)를 다하여 백년을 산다 한들, 그야말로 찰나와 같은 한 순간일 뿐인데, 무엇이 그리도 시시비비할 일들이 많을까? 사람이 높다거나 낮다 해도 태산(泰山)아래 어린 꿀밤나무에 대롱대롱 매달린 도토리들의 키 재기에 다름 아닌 것이며, 잘난 사람 못난 사람 해봐야, 아데닌(A), 티민(T), 구아닌(G), 시토신(C)이라는 단지 네 개의 단백질 부호로 써내려간 수 십억개가 넘는 DNA 코드 중에 단 몇 개의 차이에 불과한 것인데, 너와 나의 차이 그리고 너 생각과 내 생각의 차이는 또 무엇이 그리도 대단한 것일까?　문제는 천지인(天地人)에 있다! 사람들은 항상 스스로 그 어떤 대상의 피조물(被造物)이라는 생각 때문에, 그 대상이 하느님이 되었든 땅님이 되었든 간에 섬겨야 할 대상을 찾으려 하고, 또 섬김을 받으려는 대상이 나타난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어느 누구든 자신이 존재하기 전이나 후에 하늘이 있었던, 땅이 있든 무관한 일일 뿐인데,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자신이 아닌 다른 대상에서 구하고 또 의지하려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종교나 미신이 발생된 게 아닐까?　옥황상제(玉皇上帝)께서 대노(大怒)하시는 일이 있더라도 나는 이제 천지인(天地人)을 버리고, 인지천(人地天)의 사상을 세우자고 말하고 싶어진다. 자신이 존재함으로 땅이 있고, 땅이 있어 하늘이 존재한다. 즉, 내가 있어 지역이 있으며 지역이 있어 국가가 필요해진다. 그렇듯이, 내가 있어 사회가 있으며 사회가 있어 정치가 필요하지 않을까? 따라서 섬길 대상을 찾지 말고 섬겨 줄 대상을 찾음이 옳다. 인간이 신의 피조물인지는 모르지만, 그 신(神)은 또 인간의 창조물이라는 것이 내 생각인데, 만약 그게 아니라면, 신은 왜 이 지구라는 행성 위의 인간보다도 역사가 짧고, 또 그렇게도 많은 신들이 있는가? 전지전능(全知全能)한 신이라면 이렇게도 불완전하고 어설픈 피조물을 만들 이유가 없을 것 같은데, 아무튼 자신이 신의 피조물이라는 신념을 가진 사람들은 신(神)을 욕보이는 불경(不敬)을 그만 두어야 마땅할 것이다. 왜냐하면, 신은 서로 사랑하라 하였지 미워하라 하신 적이 없고, 시기하라 하신 적이 없으며, 도둑질 하라 하지 않았고, 거짓말 하지 말라 하였으며, 서로 죽이지 말고, 간음하지 말라 하시었기 때문이다.　나는 거울 앞에 설 때마다, 이 조악한 작품을 만든 신의 짓궂음을 보게 된다. 달마화상은 그 험상궂은 자기 모습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지도 궁금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