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재능기부는 전라남도 최남단 순천과 여수로 정했다.평소에는 최소한 한 달 전에 미리 재능기부 할 팀을 정하거나 부탁 받은 학교의 감독한테 직접 연락해서 서로 스케줄을 정한다.이번엔 순천남산초등학교 박진호 감독한테 연락해 4월 초에 재능기부 하러 내려간다고 하니 좋아하며 흔쾌히 승낙했다.재능기부 갈 때는 대부분 잘 찾지 않는 시골이나 환경이 열악한 곳에서 야구하는 학교를 찾아간다.전날에 미리 내려가 재능기부 할 학교부터 답사하기로 했다. 모든 답사를 다하고 재능기부하기 위해 학교로 찾아 갔지만 무언가 느낌이 이상했다. 야구하는 선수들이나 지도자를 볼 수 없었고 학교장이나 선생님 또한 아무도 모르는 눈치인 것이다.훈련하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이었지만 미리 야구장에 갔더니 젊은 맹진국 감독이 나를 보고는 깜짝 놀라며 달려 오는 것이다. 맹 감독만 놀란 것이 아니라 내가 알고 있던 박진호 감독이 아니라 나 또한 놀랐다.처음 보는 젊은 맹 감독에게 "오늘 내가 재능기부 하기 위해 오는 것 모르느냐"고 물었더니 아무 연락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럼 박진호 감독은 어디에 있냐고 물었더니 "지금 정읍에 있는 인상고등학교에서 감독 생활하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아뿔사, 박진호 감독과 내려가기 전에 몇 번이나 통화 했지만 서로가 당연히 알 것이라 믿고 학교(순천남산초)에서 오후 1시 30분에 만나기로 약속만 했던 것이다.너무 놀라 다시 박진호 감독한테 전화했더니 박 감독은 학교에서 내가 도착하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힘들게 지도자생활 하는 후배들에게 내가 내려가는 일에 조금이라도 부담주기 싫어 구구절절 이야기 하지 않았던 것이 이런 큰 실수를 하고 말았다.순천에서 정읍까지 거리가 무려 160km 떨어진 먼 거리였다. 인상고등학교는 정읍에서도 끝자락에 있어 거리가 상당히 멀었다.자동차로 약 두 시간 달려야 갈 수 있는 먼 거리였다. 거리도 멀고 이틀씩 순천에서 정읍까지 왕복으로 가기에도 너무 부담이 돼 박 감독에게 미안하지만 가기가 힘들 것 같다고 이야기했더니 절대 안 된다며 늦어도 괜찮으니 꼭 재능기부 해 달라는 것이었다.이미 학교장이나 선생님 그리고 학부형과 선수들에게 내가 재능기부 하러 온다고 모두가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다는 은근한 압박(?)과 함께.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며 기다릴 것을 생각하니 내가 조금 무리가 되더라도 가는 것이 옳은 일인 것 같아 차를 두 시간 몰아 정읍으로 달려갔다.학교에 도착하니 이미 학교장과 선생님, 재학생들까지 나를 반기며 기다리고 있었다.무엇보다 전국 각지에서 야구하기 위해 모인 야구선수들이 나를 기쁘게 맞아줘서 정말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멀다는 핑계로 정읍까지 오지 않았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실망을 안겨줄 뻔 했다. 나의 실수로 이틀간 차로 왕복 8시간을 달려가며 재능기부 했지만 피로하지 않을 정도로 행복한 시간이었다. 남산초등학교 맹 감독이나 선수들에게는 다음에 순천으로 다시 내려와 재능기부 하기로 약속했다. 순천은 봄꽃이 한창이었는데 멋진 경치만큼이나 내 마음도 좋았던 재능기부였다. 순천을 뒤로 하고 여수로 출발하는 발걸음이 무척 가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