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생활에서 정말 잘 안 되는 일 중 하나는 아마도 `보고 받는 자의 겸손`(謙遜)을 실천하는 일일 것이다. 겸손은 상대를 높이고 자신을 낮추는 것이니 대인행위에서는 `섬김`으로 표출된다. 부하직원을 섬긴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보고 받는 상급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보고를 받는 동안 상급자는 보고자인 부하를 평가하지만 그 부하도 동시에 상급자를 평가한다는 사실이다.　또한 본인에게는 상급자뿐만 아니라 부하도 가장 중요한 내부 고객이다. 부하를 고객처럼 생각한다면 부하가 보고하러 오는 것은 주요 고객이 방문해 오는 것과 같은 일이 될 것이다. 　보고 또는 보고서 내용의 적확성 문제나 보고하는 자와 보고 받는 자 간의 실체적인 소통·보완 문제는 여기서는 논외이다. 여기서는 방법론으로서의 보고 받는 `자세`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그 자세의 근본은 상급자로서 부하에 대한 `섬김`일 것이다. 이 `섬김`을 실행하는 방안을 정리해 보자는 것이다.　첫째, 보고자를 편안하게 해 주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부하가 보고하러 오면 일단 본인이 하던 일을 멈추고 상급자로서 예의를 갖춰 대하는 것이다. 상관의 말투는 어떤 것이 좋은가? 일반적으로 부하들에게 존대를 하는 것이 좋겠으나 지나치면 거부감이 생긴다. 개인적인 관계나 경우에 따라 반말이 더 친근하고 자연스럽다는 직원들도 많다.　그리고 내용 보고에 들어가기 전에 보고자의 그날의 특징을 간단히 언급해 주는 것이 분위기를 편하게 한다. 거기에 그 직원의 근황에 관한 질문 등을 가볍게 덧붙여 주면 더욱 좋을 것이다. 승진한 지나 현 부서에 온 지가 얼마나 되었는지 등을 알면 그와 관련된 말들을 해 주는 것도 좋다. 　부하의 근황을 말하려면 부하들의 신상에 관한 지식이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평소 애정과 관심을 쏟아야 한다. 그 정도 수준이 되지 않으면 당일의 옷차림이나 얼굴색 등을 터치해 주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다만 보기가 좋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언급을 삼간다. `있는 것`(facts) 중 `좋은 것`만 말하는 것이다. 이것이 칭찬의 시작이다. 안 좋은 거라도 걱정을 해 주는 것은 무방하다. 예컨대 얼굴색이 안 좋을 경우 얼굴이 안 좋아 보인다고 하지 말고 무슨 걱정이 있느냐고 물어보는 것이다.　둘째, 보고서에 의한 보고인 경우라면 중요 부분은 `밑줄`을 쳐가며 보고 받는 것이 한결 돋보인다. 부하의 작업에 대한 적극적 동참이 되는 것이다. 예전에 Y대통령은 보고서 두 장이 넘어가면 하품을 했고 D대통령은 싸인 펜으로 밑줄까지 치면서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두 경우 다 정도가 지나치면 문제가 있다고 하겠지만 일단은 Y대통령보다 D대통령의 태도가 질적인 측면에서 정부 내 평이 더 좋았다.　셋째 보고를 마칠 때 그 보고 내용이 좋으면 반드시 "잘 됐다!"고 외쳐 주는 것이다. 또 부족함이 있으면 "... 부분만 보완하면 완벽해지겠네!" 등으로 전향적인 코멘트를 해주는 것이 좋다. 설사 많이 부족하더라도 "고생했다!" 정도는 언급해 주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　무릇 인간이 그러하듯 조직인도 그 이기적인 측면은 어쩔 수가 없다. 그래서 상관은 `부하에게 인심 쓰는 부하를 좋아하지 않는다!` 환언하면 대부분의 상관은 `부하 조지는(driving) 부하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상관 입장에서는 어떤 부하가 그 아래 부하에게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을 때 그로 인해 생기는 `편익`(업무 성과)은 상관에게 공유되지만 `비용`(인심 상실)은 거의 분담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계층적 조직에서 윗사람에게만 좋도록 일하라는 법은 없다. 나의 부하들로 하여금 인간적인 동인(動因)과 자율성에 입각한 업무성과를 거두게 하는 것이 근본이다. 그러므로 보고를 받을 때에도 `섬김`의 자세로 소통하며 `칭찬`을 통해서 일을 하게 하자는 것이다.　보고 받는 자세, `섬김`이 그 생명이다. 정부 청사의 어떤 사무실에 붙어있는 내용처럼 "누가 온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 한 사람의 인생이 오고 있기 때문이다!" 부하가 오는 것은 중요 고객의 인생이 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