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도 사랑하지 못하고, 가족도 사랑하지 못하며, 이웃을 미워하는 사람들이 애국을 외친다. 나를 위해 가족이 필요하며, 가족을 위해 이웃이 필요하고, 이웃을 위해 국가가 필요할 것인데, 국가를 위해 이웃과 가족과 내가 희생되어야 한다면, 우리는 그런 국가가 왜 필요한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은 자연계에서 홀로 생존하기에는 매우 취약하고 연약한 생명체이기 때문에 홀로 자신을 지키기가 어려워 가족을 구성했고, 또 가족을 지키기 위해 이웃이라는 공동체를 만든 것이며, 이웃이 모여 부족이라는 공동체를 만들고 또 부족을 지키기 위해 좀 더 큰 연합체를 만든 것이 국가라는 조직인데, 국가가 무슨 권리로 개인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타인이 타인을 향해 애국을 강조하는가?　국가는 기본적으로 모든 개인의 안전한 삶을 위한 공동체이기에, 국가가 개인을 위해 필요한 조직체일지라도 개인이 국가를 위해 존재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따라서 위정자들이 자신의 권좌를 지키기 위해, 혹은 기득권층이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타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애국일 수 없고, 자신이 자기와 가족을 지키고 이웃을 지키기 위한 행위와 마음을 애국이라 해야 옳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기와 타인을 미워하게 하고, 이웃과 이웃을 미워하게 하는 사람들이야말로 가장 반사회적이며 가장 반국가적인 비애국자들임이 분명한데, 그런 사람들일수록 유난히 애국을 강조한다. 그리고 지역사회의 분열을 가장 조장하는 사람들이 또 유난히 애향심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 사랑하고, 이웃과 이웃이 서로 사랑하고, 서로가 서로를 지켜주는 것이 가장 큰 애향심이요, 그런 애향심들이 모여 가장 큰 애국심이 될 터인데, 그리도 반목하고 서로 싸우며 애향심은 무엇이고, 애국은 무슨 얼어 죽을 애국인가?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권에 대한 침해는 어떤 명분으로도 합리화 될 수 없는 것이기에, 애국을 앞세워 타인을 핍박하는 행위란 인륜범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나치스가 유태인들을 학살하며 애국을 강조한 것이나, 일본이 동아시아를 침탈하며 강조한 애국이나, 과거 군부정권이 민주인사들을 고문하고 탄압하면서 강조한 애국이 다르지 않은 것이며, 지금도 어떤 사람들은 타인과 이웃을 그리도 증오하면서 애국을 말하고 있다. 그런데 누가 그들에게 애국하라 했는가? 국가 안보를 가장 취약하게 만든 사람들이 안보를 강조하고, 국격을 가장 크게 실추시킨 사람들이 애국을 강조한다. 그리고 보수를 가장 허약하게 만든 사람들이 무슨 낯으로 아직도 보수를 강조하고 있는가?　우리는 유태인들을 학살한 독일인들의 그 끔찍한 만행을 규탄하면서도, 이념이 다르다거나 혹은 사상이 의심스럽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같은 국민이며 동족이며 이웃인 사람들을 나치스의 홀로코스트를 방불케 할 정도로 무자비하게 학살한 1948년의 제주도 4·3 사건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사람도 없고, 또 알려고 하지도 않는 것이 사실이다. 고 노무현 대통령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제주도를 방문하여, 당시 극우 세력들에 의한 국가의 이름으로 자행된 그 천인공노할 만행을 정부 입장에서 사죄한 것을 놓고, 아직도 일부 보수 인사들이 반공 이대올로기로만 그 사건을 설명하려 한다면, 그들이 주장하는 보수나 애국이 과연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70여 년 전의 일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70 년이 아니라 700 년이 지나도 그런 일은 기억해야 할 것이며, 좌익이든 우익이든 인륜범죄에 시효가 있어서는 아니 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