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3일이 시나브로 다가온다. 어디 할 것 없이 선거시장에 물건 팔려는 사람들이 차고 넘친다. 그래서인지 정당의 후보가 되려는 내부경쟁도 여느 때보다 치열하다. 상황은 집권여당이나 야당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뭐가 좀 달라졌을까 싶다가도 이내 한숨만 나온다. 나만의 정의를 앞세워 집안싸움을 일으키고, 독립운동이라도 할 요량으로 집을 뛰쳐나간다. 침을 뱉으며 빈 봇짐을 둘러메고 무작정 황야로 들어서기도 한다. 이뿐인가. 이판사판이란 식으로 아무 잘못도 없는 상대를 헐뜯고, 진실인 냥 지어낸 거짓의 가면을 뒤집어씌우려 한다. 이렇게 관중 없는 공천불복 드라마를 찍어대는 것도 모자라, 언론을 상대로 고소고발까지 한다.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다.　억장 무너지는 메아리가 필자의 가슴 속에서만 울리는 건 아닐 테다. 경쟁하겠다는 데야 말릴 사람은 없다. 하지만 홧김에 TV를 꺼버리고 선술집으로 향하게 만드는 행태는 왜 또 그렇게 옛날과 똑같은지. 도대체 이유가 뭘까? 흔한 말로 `내로남불`만은 아니다. 확증편향증이다. 선거 때마다 고개를 내미는 횟수가 쌓일수록 증상은 더 심해진다. 나만 옳고 나만 후보가 되어야 한다는 자기망상에 마지막 남은 선량한 영혼마저 팔아버린다. 얼마나 이기적인가. 왜 플라톤의 마차에 마부가 필요한지 그 까닭을 알 듯도 하다.　지난 2007년의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을 기억한다. 승복한다는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던가. 이 대목에서 헷갈리지 말아야 될 게 있다. 바로 승복의 의미다. 필자가 말을 건네 물어보면 대부분이 패배를 인정하는 게 아니냐고 답한다. 엉뚱하다는 시선을 보내면서 말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나의 패배`를 넘어 `상대가 후보임`을 인정하는 거다. 그게 진정한 승복이다. 그 속에 자신이 선택받지 못한 이유를 성찰해보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면, 그게 아름다운 승복이다. 확증편향증에 중독된 이들에게는 공염불일 테지만, 이 말뜻을 이해나 할지 모르겠다.　굳이 과거 사례까지 들어가면서 승복의 의미를 말하는 데에는 그만한 까닭이 있다. 멀리 볼 것도 없이 포항을 한 번 보자. 자유한국당 경북도당에서 포항시장후보에 대한 공천심사결과를 내놓았다. 그동안 공천과정을 두고 중앙당과 도당 사이에 힘겨루기를 한다는 논란도 있었지만, 그 결과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오히려 시민은 결과를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선택받지 못한 당사자만 유독 분통이 터지는 모양이다. 꼬투리 잡고 찔러본다고 달라질 건 없는데, 시민을 인질로 삼고 시민과 싸우느라 아까운 `포항의 시간`만 허비하고 있다. 자신이 말한 대로 깔끔하게 수용했으면 한다. 의혹을 부풀려 환차익을 노리려는 부질없는 도박은 그쯤만 하고. 스스로가 왜 신뢰받지 못했는가를 냉정히 돌아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래야 본인의 말대로 아름다운 공천이 된다.　기왕 한 마디만 더 해야겠다. 주변을 둘러봤으면 좋겠다. 재난극복에, 트라우마에, 그리고 앞길걱정에 지치고 힘든 시민을 말이다. 그들의 아픔을 곁에서 함께하지는 못할망정 본인이 연출한 어설픈 막장 드라마를 보라고 권해서는 안 된다. 적어도 지역의 대표가 되겠다면 멀리 보고 깊게 생각하고 넓게 행할 줄 알아야 한다. 될 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안다는 말이 그냥 있는 게 아니다.　국민은 알고도 궁금하다. 아름다운 승복을 하지 못하고 불복의 소란을 피우는 게 정말 누구를 위한 것인지 말이다. 그리고 그게 옳은 정치인지도.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Max Weber)는 정치인이 버려야 할 것은 허영심이라고 했다. 자신을 내세우려는 이기적인 마음이다. 나훈아의 `공`이란 노래를 한 번 쯤 음미해 봐도 좋으련만, 뭐 그리 억울하고 한이 맺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정치의 꿈과 뜻을 안고 살아가려면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채워야 하는지를 깨달아야 한다.　필자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머리로 하는 잡치(雜治)하지 말고 가슴으로 하는 정치(政治)하라고. 그래서인지 개인적으로는 정치공학이란 말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근대의 이성과 자연과학이 만든 기술을 신격화하는 세상이 가끔은 마뜩찮을 때가 있다. 정치는 국민의 마음을 울리는 것이어야 하고, 국민의 믿음을 얻는 것이어야 한다. 대부분 시간이 오래될수록 정치를 안다고 착각하지만 그건 틀렸다. 정치가 뭔지도 모른 채 이기심과 사심에 빠져 세월을 보내면 확증편향증만 심해질 뿐이다.　똑바로 알았으면 한다. 한국정치가 욕먹는 건 사심에 찌든 정치와 이기적인 공천불복 때문이다. 국민이 무관심한 것도 그런 정치에 별로 기대할 게 없는 탓이다. 그들이 얼마나 진심과 열의를 가지고 지역과 시민, 나라와 국민을 위해 헌신할까 하는 물음을 던지는 연유이기도 하다. 사심과 이기심을 꺼내놓았으니 다음엔 올드보이 얘기를 좀 해야겠다.　■약력·연세대학교 대학원 정치학과 졸업(석사)·경북대학교 정치학 박사과정 수료·전 국회의원 보좌관·현 경북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 연구원·현 경북대학교 평화문제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