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물주께서 그 많은 동물가운데 사람에게 `만물의 영장`이라는 칭호를 주었다. 영장이란 영묘(신령스럽고 기묘함)한 힘을 가진 것의 우두머리란 뜻이다. 거기에다 특전으로 말과 글(문자)을 사용하게 했다. 그 중에 `말`은 사람의 생각이나 느낌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음성기호로 한자어로 언어(言語)하 한다. 　사람의 얼굴(몸)에는 다섯 개의 감각기관이 붙어있다. 눈-시각, 귀-청각, 코-후각, 입-미각, 피부-촉각이다. 특이한 것은 이상의 것들이 탈(고장)이 났을 때 여분의 한 개가 더 있다. 그런데 유독 입만은 한 개 뿐이다. 다른 것처럼 두 개라면 먹는 음식도 두 배가 소비되고 특히 두 입으로 말을 하므로 시끄럽고, 희한한 일들이 많아 설화에 고통을 당하게 된다. 성인들의 말씀에도 `미련한 자는 그 입으로 망하고 그 입술에 스스로 옭아 매인다`고 했다. 　입은 엉긴 젖보다도 부드러우나 마음은 미움으로 가득 차 있다. 때로는 그 말이 기름보다 매끄러우나 실상은 뽑아든 비수다. 짐승들은 그들 나름의 소리로써 의사를 전하지만, 인간만이 소유하고 있는 말도 마음의 소리다. 인간 스스로가 미화시켜 말은 사상(생각)의 옷이며, 마음의 그림이요, 심부름꾼이며 화석(化石)이 된 시(詩)라 한다. 제멋대로 하고 싶은 말 다 하는 사람은 싫은 소리를 듣게 된다. 　인간에게 있어서 말은 고뇌(마음이 괴롭고 아픔)를 고치는 의사다. 왜냐하면 말은 영혼을 고치는 불가사의한 힘을 갖기 때문이다. 또한 현인들은 `묘약`이라 불렀다. 그래서 현자의 입은 마음속에 있고, 어리석은 자의 마음은 입 안에 있다고 했다. 말은 사람의 사상을 장식하기 위해서 사용되는 것이므로 말의 노예가 되어서도 안 된다. `논어`의 말씀에 새가 죽을 때가 되면 울음이 슬프고, 사람이 선종 전에는 그 말이 착하고 어질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날은 말의 홍수시대이다. 말이 곧 사람의 혼이요, 정신이요, 신(神)이기도 하다. 말 속에 무한이 있어 애용됨은 그 혼과 정신 속에 그것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정말 말처럼 무서운 무기도 없다. 요즘 사람들 사이에 이성을 잃은 나머지 서로를 무시하고 경시하는 경향이 난무하고 있다. 특히 입법부나 사법부에서 힘을 과시하듯 반말이 흥행하고 있는 현실이라 한다. 　반말이란 존대도 하대도 아닌, 말끝을 흐려 어름어름 넘기고 상대방에게 함부로 낮추어 하는 야속된 천한 비어이다. 서울의 어느 가게 앞에 "반말 쓰지 마세요,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고와요. 반말로 주문하시면 반말로 받습니다"라고 쓰여 있다. 　특히 권력자가 많은 행정관서에 반말로 둘러싼 시비가 잦다고 한다. 그 뿐만 아니라 그 단서가 싸움으로 번져 서로 욕설하고 막막하며 악담으로 옮겨 언어폭력에 이르게 된다. 　오래 전에 들은 얘기가 있어 들려주고 싶은 결단이 생겼다. 나이 지긋한 양반 둘이 푸줏간에 들렀다. 　한 사람이 "이봐, 쇠고기 한 근 주게" 하자, 옆에 있던 다른 사람은 "여보세요 김씨, 나도 한 근 주십시오"라고 했다. 먼저 온 양반에게 말없이 한 근을 달아 주었다. 그런데 나중 온 양반에게는 "어르신 여기 있습니다"하며 육질이 좋은 고기를 골라 공손히 건네주었다.　먼저 온 양반이 "왜 고기가 다르냐"며 화를 냈다. 주인 말씀이 "그쪽 것은 `이봐`가 자른 것이고, 이 양반 고기는 `김씨`가 잘라서 그렇습니다"고 했다. 반말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다. 사람들 사이에 요가는 예의는 매력도 있고 이익도 있다. 남에게 호의를 베푸는 데에는 참다운 예의가 있다. 버릇없는 말이 항상 말썽이다. 예의는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요, 정성이 깃든 예의에는 정다움이 느껴진다. 꽃에는 향기, 사람은 고운 말이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