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또 한 번 부끄러웠고 기억해야 할 역사의 한 장면을 봤다. 2018년 4월 6일 금요일 오후 3시51분 서울 서초구 법원종합청사 417호 대법정.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 김세윤 부장판사는 국정농단 등의 혐의로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를 "징역 24년, 벌금 180억 원이다" 라고 판결했다. 　김 부장판사는 선고 이유에서 가장 강조한 부분으로 "다시는 대통령이 이 나라의 주인인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을 함부로 남용해서 국정을 혼란에 빠뜨리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국정 혼란의 장본인으로서 국정농단 사태의 궁극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특히 재판부는 박 피고인이 "잘못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책임을 주변에 전가했다"라고 지적했다. 이 판결을 통해 국민이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고, 공분한 것은 그녀가 `국민이 위임한 권한`을 국가와 국민을 위함이 아닌 비정상적인 권한 행사, 즉 직권남용(職權濫用)이었다.　특히, 재판부의 중형 의미는 최고 권력자를 비롯해 권한(權限)을 행세하는 `위치`에 있는 이들에게 예방 차원의 준엄한 경고(警告)다. 더욱이 현직이던 미래 대통령이 직(職)을 수행하면서 꼭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라는 추상(秋霜)같은 주문일 수 있다.　막강한 권한과 권력을 가진 대통령도 처벌하면서 `책임`을 묻는 것이 오늘의 대한민국이다. 이는 동북아 한 귀퉁이에 있는 작은 나라가 주변 강대국과 싸움 및 경쟁 속에서도 버틸 수 있다는 국민적 근성(根性)일 수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경제 대국으로 급성장한 시간은 짧았다. 8·15 해방 후 좌우 난립, 6·25 전란 등에 의한 폐허 속에서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이 우리 국민이다. 그 시간과 함께한 국가지도자들이 시해(弑害)되거나 자살, 투옥 등 갖은 국가적 불명예와 불운을 입었다. 하지만 이런 과도기와 국가 혼란 속에도 대한민국의 위상은 흔들림이 없었다. 그리고 더 성장했다. 서방 국가들이 우리나라를 봤을 때 `곧 무너질 것이다`는 등의 비난과 조롱도 했지만, 버텼다. 이는 우리 국민이 위기를 탈출하고 극복할 줄 아는 근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동안 공석이던 한수원 사장에 정재훈 전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원장이 취임했다. 세계적인 원전사업자 위상에 있는 에너지 공기업의 수장직이 장시간 공백이 된 것은 이관섭 전 사장의 직권(職權)과도 관련돼 있었다. 그래서 불명예 퇴진한 것이며, 최장수한 김종신 씨 역시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어쨌든 현 정부의 탈원전이 주춤한 상황에서 거대 공기업의 의사결정권자로서 부임은 심적 부담이 클 수 있다. 때문에 그가 넥타이를 풀고 취임사를 한 것인데, 눈에 띄는 것은 "에너지 전환정책의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자"고 한 것이다.　그러면, 정 사장의 발언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한수원 구성원들이 변화에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일 수 있다. 한수원에 대한 전 ·현 직원들의 공통적인 평가는 "좀처럼 변화하지 않으려는 것이 특성이다". 그래서 정 사장이 타성(惰性)에 젖은 조직에 대해 변화를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원전사업 자체가 고도의 보안성이나 안전성을 필요로 하며, 대외적으로 `투명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현안 처리를 보면 기존의 틀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않으려는 등 고정관념에 물들어 있다.　특히, 해외사업은 접어두더라도 국내 원전사업 추진과 관리는 항상 민원과 갈등이 따른다. 중요한 것은 한수원이 오늘에 반열에 오른 것은 CEO를 비롯해 구성원들이 혼연일치한 것이며, 이를 지원한 것은 원전 인근 주민들도 포함된다. 그렇지만, 주민들과의 마찰에 있어 한수원은 `갑질 한다, 직권을 남용한다`라는 말을 듣고 있다.　지역적으로 `직권 남용` 은 월성원전 `온배수 피해보상`과 `맥스터` 추가 설치이다. 원전사업에 있어 일관적인 것은 투명성이다. 그런데, 한수원의 직권 `활용`은 약자보다 `기업이익`에 비중을 더 두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더욱이, 대형 민원은 공개적 보다 특정 기관과 특정 단체와만 교섭했다. 따라서 정재훈 체제는 이런 사례를 반복시켜서는 안 된다. 그리고 `잘못된 직권 행사`가 있었다면 이를 인정하고 개선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변화하지 않을 때는 도태 당하고 책임도 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