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야구만 하던 사람이 야구 외적인 것을 한다는 것은 맨땅에 헤딩하는 것처럼 힘들다. 50년 동안 한길로 달려온 내가 그것도 낯선 라오스로 건너가 야구만 가르치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열심히 지도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한계에 부딪칠 때가 얼마나 많았던지….야구인으로서 야구를 가르치는 것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고 편안함을 느낀다. 그러나 야구의 불모지에 야구를 보급하는 일은 야구 외적인 부분에서 힘든 점이 많았다. 그 중에 하나가 라오스 정치인들을 만나 설득시키고 납득시키는 일들이었다.왜 야구를 하는지? 왜 야구가 라오스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이 되는지? 왜 야구장이 필요한지? 왜 야구협회가 생겨야 하는지?평생 야구만 하던 나로서는 사회주의 국가의 정치인들을 만나 설득하는 일이 무척 힘이 들었다. 그러나 도전도 하지 않고 중간에 포기할 수 없어 하나씩 부딪쳐 나가기로 마음 먹었다. 이렇게 낯선 라오스 땅에서 난생 처음 라오스 정치인들을 만나 일일이 설명하고 이들을 이해시키는데 무려 2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처음 2년 동안은 한국에서 온 나를 만나주지도 않았고 야구에 대해 관심도 없었던 이들이 꾸준히 라오스 청소년들을 열성적으로 가르치고 도와주는 것을 보고는 경계심을 거두고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나의 진정성을 확인한 이들은 먼저 손을 내밀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라도 말하라며 가까이 다가왔다. 라오스는 가난한 나라이기 때문에 재정적인 부분은 감당할 수 없지만 만 2년이 지나고서야 우리들의 진심이 통하는 것을 느꼈다.작년 11월 20일에는 라오스 교육부장관이 직접 한국까지 날아와 우리 정부 관계자를 만나기 위해 여의도까지 찾아가는 열성을 보였다.지난달 31일에는 주한 라오스 대사의 초청으로 라오스 대사관에 갔다. 이 자리에서 캄쑤와이 께오달라봉 대사가 앞으로 라오스 청소년들에게 좀더 많은 관심과 야구를 보급시켜 달라며 반갑게 인사를 건네왔다.그리고 오는 8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게임에서도 성적에 대한 부담을 갖지 말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라오스 대사의 격려 한마디에 그동안의 힘들었던 시간들이 의미 없이 지나간 것이 결코 아님을 느낄 수 있었고, 감사한 마음과 함께 민간 외교관으로서 역할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