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유명 휴양지 보라카이 섬에 지난해 한국인 관광객이 8만8천여명이 다녀왔다고 한다. 가까운 나라고 다른 휴양지에 비해 물가가 싸다는 이유로 한국인이 선호하는 여행지 중 하나다. 그런 보라카이 섬이 환경정화를 위해 26일부터 6개월간 전면 폐쇄된다고 한다.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환경자원부, 관광부, 내무부 등 관계부처 합동 회의를 주재하고 보라카이 폐쇄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필리핀 당국에 따르면 보라카이섬의 많은 시설물이 하수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는 등 환경법규를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습지 9곳 가운데 5곳이 불법 건축물로 파괴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라카이 섬에는 지난해 200만명이 넘는 국내외 관광객이 다녀갔으며 이는 2016년보다 16% 증가한 수치다. 이 가운데 한국인은 중국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방문했다.　인도 대륙의 동쪽에 위치한 불교국가 부탄에서는 아예 여행자수를 제한한다는 말이 있다. 물론 이 말은 소문에 불과하다. 부탄 정부가 외국 여행자 수를 제한해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하루 방문 비용을 200 달러로 정해 배낭여행자들의 무분별한 방문을 억제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200 달러 안에는 차량과 숙식비가 포함돼 있으며 개별 여행이 허가되지 않고 철저한 패키지여행만 허용한다.　부탄이 이 정책을 고수하는 것은 자신들의 전통문화와 자연환경을 보존하기 위해서다. 티베트불교의 원형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고 종교에서 파생된 문화와 역사유적이 산재해 있으며 히말라야 산맥 동쪽에 위치한 천혜의 자연환경을 보유하고 있어 부탄은 무절제한 외부 문물이 밀려올 경우 자신들의 전통이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부탄은 가난한 나라로 알려져 있지만 국민행복지수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로 분류되고 있다. 외래문물을 차단하는 것에 대해서 지나친 쇄국정책이 아닌지 반문하는 경우도 있지만 문명의 발전만이 인간의 행복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명제를 대입시키면 부탄의 쇄국정책은 수긍이 간다.　보라카이의 폐쇄 결정은 환경을 지키기 위한 자구적 노력이다. 아무래도 급작스럽게 여행자들이 몰려오자 제대로 된 환경시설을 갖추지 않은 채 수용에 급급했던 자신들을 반성하는 차원이다. 관광국가인 필리핀의 뒤늦은 자각이 반갑다. 사실 급조된 관광지에 방문했을 때 제대로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아 느끼는 불편함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자면 치명적일 수 있다.　부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부탄은 자신들이 내세울 수 있는 가장 큰 콘텐츠를 보존하기 위해 철저하게 절제하고 있는 것이다. 일제히 개방을 하고 여행자들을 제한 없이 받아들일 경우 얻을 수 있는 수입은 지금보다 훨씬 더 크겠지만 눈앞의 수익에 매달리지 않는 점은 본받을 만하다.　경주는 보라카이처럼 휴양을 즐길 천혜의 해양자원도 부족하고 부탄처럼 품격 있는 종교문화유적도 풍부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적인 관광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한 온갖 고민을 짜내고 있다. 사실 경주가 가진 신라천년의 문화자원은 국제적으로 충분히 경쟁력을 가진다. 물론 중국의 주요 역사문화관광도시에 비한다면 규모면에서 뒤진다고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신라가 이뤄낸 절묘하게 우아하고 과학적인 문화는 분명하게 독보적이다.　그리고 경주는 지난해부터 눈에 띄게 여행자수가 늘어났다. 매체의 도움도 있었지만 경주가 자체적으로 기울인 노력도 있고 자원이 가진 독창성이 서서히 빛을 보는 것이다. 그러나 경주가 앞으로 더 늘어날 여행자들을 감당할만한 인프라를 제대로 갖췄는지에 대해서는 지금 급하게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제대로 된 영문 안내표지판 하나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국제적인 관광도시로 발돋움하겠다는 용기가 가상하다.　정책 입안자들의 안목을 길러야 하고 해외 주요 관광도시의 사례를 경주의 실정에 맞게 받아들이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숙소가 다양해야 하고 음식이 맛있어야 한다. 관광자원만 있다고 여행자들이 찾는 것은 아니다. 여행 이후 즐길만한 나이트라이프도 있어야 하고 문화와 예술의 향기가 흘러넘쳐야 품격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경주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왕경유적 복원에만 급급한 나머지 반드시 필요한 인프라를 갖추는 일에 등한시 했다. 발등에 떨어진 불을 어떻게 끌 것인지 화급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