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공통되고도 한결같은 소망이 있다면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명예롭게 사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상에 널리 퍼져 평판 높은 이름인 명성을 얻는 것이다.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명성은 영웅적 행위의 방향(꽃다운 향기)"이라 했다. 　명성은 마음의 신열을 가라앉힌다. 그리고 영원한 삶을 얻은 것 같은 착각을 느끼면서 몸가짐을 바르게 하는 습성이 있다. 유명해진 이름이 얼마나 무거운 짐이 되는 것인지 명예를 존중한다면 좋은 사람과 사귀라 한다. 나쁜 사람과 교제할거면 차라리 혼자 있는 것이 낫다고 한다. 때로는 명성이 화려한 금관을 쓰고 있지만, 향내 없는 해바라기다. 　그러나 우정은 꽃잎 하나하나마다 향기를 풍기고 있는 장미꽃에 비유한다. 명성이란 청춘의 갈망이지만, 호흡이 신체의 활력인 것처럼 그것은 마음의 활력이 된다. 그리고 사람을 따라다니는 그림자와 같다. 명성이 그 사람보다 선행(先行)하면 커지는 것이고, 수행하면 작아지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거짓된 말을 해서 나쁜 평판을 얻고, 또 어떤 사람은 거짓된 행동을 하면서도 좋은 이름을 남긴다. 그래서 유리와 도자기와 명성은 쉽게 깨지며 다시 고치지도 못하는 것이다. 위대한 지성인에게 있어서 명성은 결과이지 목적은 아니며, 얻기 어렵고 잃기 쉽다. 　학식이 넓고 인품이 방정하며 타인에게 호감을 갖는 이들을 가리켜서 명예롭게 산다고 한다. 명예는 뛰어남을 인정받는 어엿한 이름이나 자랑을 말하기도 하고, 도덕적 존엄이 남에게 승인되고 존경과 상찬(기리어 칭찬함) 되는 일이다. 어떤 공로나 권위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특별히 주는 칭호를 말하는 경우도 있어 `명예교수`란 직급을 붙이기도 한다. 　성서`전도서`에도 "명예는 값진 기름보다 좋고, 명예 있는 죽음은 불명예의 삶보다 낫다"라고 했다. `명예를 가볍게 여기라`고 자기가 쓴 책에 언급하면서도 자기 이름을 그 책에 크게 쓴다고 한다. 　옛 선현들의 말씀이 금전과 쾌락, 그리고 명예를 사랑하는 자는 사람을 사랑하지 못한다고 훈계한다. 명예는 스스로가 쌓은 업적이지만 타인에 의해서 평가되므로 거기에 대한 모든 상처는 본인이 입힌 것이다. 명예를 중하게 여기는 사람이라면, 하지 못하고 또 해서도 안 될 일들이 있는데 그것은 아녀자같이 약한 자를 쉽게 해치거나 그 품위를 손상시키는 일이다. 　또 불쌍한 자와 가난한 자를 억압하거나 속이지 않는 일이며, 남의 신의를 절대 배반하지 않는 일이다. 어쩌면 명예를 맛보지 못한 사람이 다행일 수도 있다. 그 까닭은 명예를 가진다는 것은 연옥(천국과 지옥 사이)이고, 그것을 원하는 사람은 지옥이란 말도 있다. 그렇다고 자기가 얻은 명예 속에 안주(安住)하는 것은 눈밭 속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만큼 위험하다. 　왜냐하면 그것은 잠든 채 죽게 되기 때문이다. 나라에도 뛰어남을 인정받는 자랑꺼리가 많으므로 국가가 명예심이 희박하면 전 국민의 도덕심이 손상을 입는다. 국가의 명예는 국가의 안녕보다도, 그리고 국민의 생활 그 자체보다도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서양 격언에, 명예심에 마음이 들뜬 사람은 평온에 대해서는 마음의 문을 닫는다. 명예는 이를 피하는 사람에게 찾아오고 이를 추구하는 사람을 피한다. 명예와 거울은 입김만으로도 흐려진다. 일단 잃으면 회복하기 어려운 악의 원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