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시즘`에 기반한 공산주의 사상이 초기에 `프롤레타리아`들의 혁명을 성공시킨 이유는 소위 `만민평등`이라는 장미빛 청사진 때문이었다. 오직 인간의 근육에서 나오는 노동력이 모든 가치 생산의 주된 수단이었던 당시만 해도, 절대 다수인 노동자들의 봉기가 그 사회체제를 바꾸는 일이 어렵지 않았기 때문에, 공산혁명이 동구(東歐)에서 부터 전 지구적으로 들불처럼 번져 나갈 수 있었지만, 공산주의 체제의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는 구(舊) 소비에트연방이 무너지면서 결국 공산주의는 인류가 시험한 실패한 정치이념 체계로 남겨지게 되었다. 　그러니까 유산계급(有産階級)을 의미하는 소위 `부르죠아` 들의 무산계급(無産階級)에 대한 무분별한 착취가 공산혁명의 원인을 제공했다면, 인간의 기본적인 속성인 사유욕(私有慾)을 무시한 공산주의 역시 이미 시작단계에서부터 그 결말이 예정된 것이 아니었을까?　여기서 재미있는 일화를 하나 소개하자면, 대양을 항해하는 선박 중에 대형 여객선이나 호화 유람선이 아닌 다음에는 의사가 동승하지 않는데, 그래서 보통 선박의 구급약품은 항해사 중의 한 사람이 관리를 하게 된다. 어느 날 선원 한 사람이 설사가 심해, 약품관리를 담당한 항해사를 찾아 갔더니, 그 항해사는 지사제(止瀉劑)를 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사제를 다량 복용한 환자가 심한 변비 증상이 나타나자, 의료지식이 있을 리 없는 그 항해사는 이번엔 또 설사제를 처방했고, 환자가 설사와 변비를 반복하자 나중엔 설사제와 지사제를 반반으로 혼합해 주었다는 웃지 못 할 해프닝이 있었다. 그런 희한한 처방을 받은 환자가 나중에 어떻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현재 러시아와 중국은 전통적인 공산주의 체제도 아니며 그렇다고 완전한 자본주의 체제도 아니다. 마치 설사약에 변비약을 혼합해 놓은 듯한 이상야릇한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그들의 미래가 흥미롭기까지 해 진다. 　구 소련의 공산주의 체제가 몰락하면서, 민주주의 국가 헌법을 모방한 러시아가 탄생했지만, 신생 러시아의 초대 대통령인 `고르바쵸프`이후 `옐친`과 `푸틴`으로 이어진 러시아의 권력은, 다시금 `푸틴`의 장기집권으로 이어지면서, 과거 대한민국의 `한국적 민주주의`를 연상케 하는 `러시아식 민주주의`로 퇴행현상을 보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 역시 `시진핑`의 장기집권 체제 구축으로, 인구 13억이 넘는 초거대 국가 중국이 어떤 미래를 걷게 될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만고의 진리에 변함이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나는 예단이 아닌 예측이 가능해 진다. 즉, 당장은 아니더라도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두 거대 국가가 그리 멀지 않은 장래에 또 한 번의 정치적 대 격변을 겪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거기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했고, 이제야말로 참다운 민주주의 국가의 초석을 다시 놓아야 할 때가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동서고금을 통해 유래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가장 평화적이며 조용한 혁명으로 기록될만한 광화문 광장 그날의 사건이 지금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있는 과정이 아닐까? 이제 우리는 다시는 설사약과 변비약을 번갈이 찾는 그런 우(愚)를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이며, 그렇다고 설사약과 변비약을 반반씩 섞어놓은 무지(無知)한 처방도 피해야 하지 않겠는가? 　아직도 과거 회귀를 꿈꾸는 사람들은 이제 그 허망한 꿈에서 깨어나야 하고, 지금 새롭게 발의되는 헌법(憲法)은 특정 정당의 이익이나 특정 권력을 위한 것일 수 없기에, 당리당략(黨利黨略)과는 무관해야 하고, 오로지 민주주의라는 절대 가치 구현에 부합하는 정당한 논리에 기초한 헌법(舊法)이 아닌 새법(新法)이 되어야 옳지 않겠는가? 　아직도 혁명은 소리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정치인들이 좀 자각했으면 한다. 민중은 바보가 아니다! 아직도 민중을 바보로 아는 그들이야말로 정말 바보들이 아닌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