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innovation)의 의미를 사전적으로 보면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하는 것`이다. 이 혁신은 기존의 것의 철저한 변화 즉 변혁(變革)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이 혁신이 영구히 진행된다면 이는 일종의 감성적인 접근 등으로 인해 혁신 자체에 중독된 것이지 진정한 의미의 혁신은 아닐 것이다. 이러한 감성에 의한 혁신 중독은 결국 상당한 피로와 소모를 야기할 뿐이다. 　이와 달리 자율적으로 무사안일을 벗어나 매일 발전 노력한다는 의미의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은 상시적이긴 하지만 감성적·중독적 과정이 아니라 이성적·창조적 과정이다. 그러므로 이는 피로하고 소모적인, 혁신 아닌 혁신과는 분명히 다른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정부를 비롯한 공공 부문의 집행조직의 명칭에 `혁신`이란 글자가 들어가는 것도 이상하다. 원론적으로 `혁신` 이나 `개혁`이란 말은 한시적 또는 경과적 임무 조직에 맞는 것이다. 영구적 기능수행을 전제로 하는 기구 이름에 `혁신`이 붙는 것은 적합하지 않고 유사한 외국사례도 보이지 않는다.　실제 정부 내에 온통 혁신의 메아리 가득하던 2000년대 초 한 때 모 부처 이름을 `OO혁신부`로 바꾸어보자는 의견이 위로부터 제시되었으나 여러 논의 끝에 그렇게 변경되지는 않았던 적이 있다. 　그런데 한국의 각 지방에 조성된 `혁신도시`라는 이름은 이것과 차원이 다른 개념이다. 종래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던 공공기관들을 지방분권이라는 혁신사업의 일환으로 지역별 특성 등에 따라 이전해 조성된 신도시구역의 `통칭`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민·관 부문 할 것 없이 혁신과정에 개인적·집단적 감정이 개입되는 경우는 결국 실패하게 되어 있다. 특히 조직·인사·예산 등과 같은 기초 자원의 운용은 본래 보수적인 관리가 요구되는 분야이므로 그 소관 조직을 형성·변경함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사실 2014년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정부의 안전 관련 조직이 잠시 이상하게 바뀐 적이 있다. 내·외의 원론적 자문조차 없었는지 기구·기능 편제가 혼돈스러웠을 뿐만 아니라, 혁신이라기보다는 일시적인 정부조직의 퇴행적 변화라고 해야 할 것이다. 국정 최고책임자가 눈물 어린 듯한 모습으로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하던 그 광경은 처연(悽然)하고 안타까운 국정의 추억으로 남아있다. 　공·사의 판단에 감정 개입은 없다. 그리고 화(火)의 결단도 없는 것이다. 징기스칸의 어깨 위 친구는 매였다. 말을 달리던 징기스칸이 목이 말라 골짜기의 물을 떠 마시려하자 머리 위를 돌던 매가 갑자기 물그릇을 쳐 엎질러버렸다. 다시 떠 마시려하자 또 물그릇을 쳐 엎질러버렸다. 이것이 서너 번 반복되자 화가 난 그는 칼로 그 매를 베어버렸다. 　그러고 나서 물속을 살피자 그 안에 큰 독사의 시체가 썩고 있었다. 그는 크게 반성하여, `화가 났을 때는 여하한 결정이나 판단도 내리지마라`는 것을 평생의 좌우명으로 삼았다고 한다.　한편 개인적인 경험만을 바탕으로 국정을 판단하는 것도 위험하다. 비록 다수나 집단의 공유된 경험일지라도 관통하는 원리적 검증 없이 그것에만 기초하여 어떤 공적인 결정을 해버리는 경우 또한 마찬가지이다. 　실제 2013년 정부까지만 해도 정권이 바뀌면 정부조직을 대폭 개편하는 것이 하나의 의례였다. 한편 그 시절 외무부외 타 부처 소속 공무원들 중 재외공관 근무 경험이 있는 자들 상당수는 재외공관에서 당한 푸대접(?) 때문에 외무부에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1998년에 `국민의 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참여한 공무원들 중 재외공관 근무 경력자들을 중심으로 외무부 폐지론이 제기되었다. 이때 정부 조직업무를 총괄하던 K국장이 사적(私的) 감정에 의해 조직을 논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단호히 말린 적이 있다. 　혁신에 있어 `일신우일신`은 있을지라도 감성이나 경험에만 지배된 상시적 혁신과 결단은 실패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