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방콕의 왕궁 주변 마하차이로드의 `팁마사이`라는 식당은 태국의 전통음식인 팟타이를 전문적으로 하는 곳이다. 이 식당에서 팟타이를 맛보려면 최소한 1시간 정도 줄을 서야 한다. 　태국식 볶음국수인 팟타이를 태국에서 가장 맛있게 한다는 이 식당의 음식을 먹기 위해 줄을 선 여행자들은 방콕의 무더위를 고스란히 참는다. 딱히 대기할 만한 장소도 없지만 길거리에 우두커니 서서 순서가 다가오기를 기다린다.　`팁 마사이` 식당 바로 옆에 우리말로 `점순이 언니 식당`이라는 뜻을 가진 `란 자이 파이`라는 길거리 식당이 있다. 이곳은 미슐렌 가이드가 별점 1개를 부여했다. 제대로 된 고급 레스토랑이 아닌데도 미슐렌 가이드가 주목한 것은 3대에 걸쳐 부단하게 맛을 개발해 왔고 싱싱한 식재료를 엄선해서 구입하는 장점이 작용했다. 이 식당 역시 번호표를 받고 최소한 2시간을 길거리에서 서성대야 입장할 수 있다. 미슐렌 가이드가 길거리 음식점에 별점을 부과한 것은 지난해 싱가포르의 길거리 식당 2곳이 더 있다.　태국의 길거리 음식도 맛있다. 우리 돈으로 불과 2~3천원이면 거뜬히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음식들이 수두룩하다. 결국 태국을 여행하면서 음식 걱정을 한다는 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거기에 한 술 더 떠서 음식 때문에 태국을 다시 찾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해산물은 물론이고 육고기, 짙은 향신료 냄새 풍기는 그들의 고유 음식까지 음식 별천지다.　가난한 나라 라오스에도 음식문화가 화려하다. 냉장시설이 제대로 발달되지 않은 것이 역설적으로 라오스 음식문화를 신뢰하게 만드는 요소가 됐다. 이른 아침 어김없이 들어서는 아침시장에 가서 하루 동안 먹을 채소와 고기를 산다. 그리고 그 재료를 모두 소진한다. 그러니 라오스의 음식은 가장 신선한 재료를 사용한다는 소문이 났다. 그리고 과거 프랑스 식민지 국가였기 때문에 프랑스 음식들이 자연스럽게 남아 있고 연접한 베트남과 태국의 음식문화를 자연스럽게 응용해 여행자들의 입맛에 맞는 그들만의 음식을 개발했다. 라오스가 여행국가로 부상한지 몇 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처럼 제대로 된 식탁을 꾸민 것은 그들의 노력이 얼마나 눈물겨운가를 짐작하게 한다.　유럽은 말할 것도 없고 일본에도 수백년 전통을 지닌 식당이 즐비하다. 중국과 인도는 음식 대국답게 다양한 음식들이 여행자들의 입맛에 맞게 고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특히 대만의 경우 식당 10곳에 들어가 실패할 확률은 10%밖에 되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음식 천국이다. 대만의 노점에서 파는 싼 음식도 실패할 확률이 거의 없다고 한다. 사실 대만의 관광자원은 한계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의 여행자들이 대만으로 모이는 것은 바로 음식에 대한 매력에 이끌린다는 분석도 있다.　여행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음식이다. 음식이 부실하면 그 여행지에 대한 좋은 인상이 현저하게 줄어든다. 그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경주가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바로 여행자들이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는 음식을 개발하는 것이 시급하다. 솔직히 말한다면 경주의 음식의 질은 우수한 관광 자원에 비하면 형편없이 저조하다. 경주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음식은 고작 쌈밥과 순두부가 전부다. 소문난 맛집이 제대로 없는 경주는 음식 분야에 대한 고민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경향이 역력하다.　최근 생겨난 황리단길에는 여행자들이 선호하는 식당과 카페가 생겼다. 물론 이들 업소의 역사가 일천하기 때문에 소문난 맛집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지금 들어서고 있는 식당의 메뉴들을 살펴보면 경주가 자랑할 만한 고유의 음식이 없다. 대부분이 세계, 혹은 전국 어디에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종류들이다. 그러니 경주 여행에서 기억이 남는 음식을 남길만한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당국의 노력으로 될 것도 아니다. 또 그동안 마땅한 대표음식을 갖지 못했다가 불현듯 경주의 대표음식이라고 내세울 것도 마땅치 않은 사정에 난감하기는 하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어느 누가 찾아와서도 만족하고 추억으로 남길 수 있는 음식을 개발하기 위한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