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목시계를 풀어 놓듯　며칠 고향에서 지냈다.　옛 친구며　친구의 친구들과 어울려/ 술자리도 함께 하고　先山에도 가보고　나의 묏자리도 생각하며　山도 둘러보았다.　진정 인생이란 무엇일까　어린 날 내가 걷던 길을/거닐며 생각해 보았다.　철 없는 젊은 날의/ 꿈과 야심과 사랑이어.　부질없는 허망 속에서/山머리에/누구 것인지 모르는　墓石을 바라보며　고향에 돌아와서　비로소 나의 인생을 뉘우쳐 보았다.　 -박목월 　올 3월 25일은 목월 선생께서 타계하신지 벌써 40주년이 되는 날이다. 40년 전 그날 아침, 선생님은, 늘 하던 아침 산책길에서 원효로 집에 돌아오신 후 "몸이 조금 어지럽다"고 하시면서 잠시 몸을 눕히더니, 주무시듯 조용히 영면의 길로 떠나셨다. 　63세. 꽃샘 바람 몹씨 부는 봄날이었다. 그렇게도 고향 땅에 묻히시기를 희망했으면서도 경주 고향으로 못 돌아오시고 지금은 경기도 용인공원 땅에 선생님은 계신다.　이 시는 목월 선생님의 다섯 번째 시집, `경상도의 가랑잎`에 나온다. 시속에서 시인은 오랜만에 고향을 찾는다. " 팔목시계를 풀어 놓듯/ 며칠 고향에서 지냈다"　푸근한 이미지다. 그런데 고향에 와서 시인은 선산에도 가보고, 단석산 자락일까? 자신의 묏자리도 둘러본다. 자신의 묏자리! 한사람의 삶의 마침표 그 자리, "진정 인생이란 무엇일까" 산다는 것, 그 부질없는 허망 같은 삶을 되씹으며. "비로소 고향에 돌아와서 나의 인생을 뉘우쳐 본"다고 시인은 시 속에서 자신의 인생을 돌아본다. 　나는 얼마나 시인다운 삶을 살았는가?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 철없던 젊은 날의 꿈과 야심과 사랑을 되돌아본다. 모든 시인은 삶의 본질에 대한 아픈 질문을 늘 한다. 　목월시인도 `만술 아비의 祝文`이라는 감동적인 시편에서 "이승저승 다 다녀도 인정보다 귀한 것 있을라꼬" 노래 하며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사람사이의 `인정人情`임을 진술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마음, 그 情! 그 마음이 오고 가는 `인정`의 소중함을 갈파하고 있는 것이다. 정현종 시인도 `방문객`이란 시에서, 마음은 유리처럼 잘 부서지기 쉽고, 그래서 사람이 온다는 것은, 잘 부서지기 쉬운 마음이 온다고, 그래서 사람을, 즉 `그 마음`을 잘 대접해야 한다고 감동적으로 노래한다. 　예술의 감동은 보이지 않는 마음에서 온다. 시도 그렇다. 독자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이 평범하고도 소중한 진실은 어디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