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의 캐치프레이즈만 보면, 대한민국이 과연 민주주의 국가인가? 라는 의문이 생긴다. 왜냐하면, 전 세계 어느 자유민주주의 국가도 일당(一黨) 체제는 없으며, 최소한 양당제가 아니면 다당제 정당정치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모 지방지에 발표된 우리 지역 지자체 선거 후보들의 소속정당 분포를 살펴보면, 단체장과 기초의원 등 수 십명 후보들 중에 가뭄에 콩 나듯이 무소속 후보가 한 두명 혹은 두 서너명 보일뿐 전원이 특정 정당 후보들로만 채워져 있는 데, 이는 사실상 우리나라의 자칭 보수 세력들이 가장 혐오하는 공산주의 국가나 아니면 왕정 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일당 체제 선호 현상과 다름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한 때 군부 독재 시절에는 어느 지역보다 강한 각하에 대한 충성심으로 무조건 특정인에게만 묻지마식 몰표를 몰아주던 여당지역이 되어 욕을 먹더니, 이제는 전국에서 2등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야당 일색 지역이 되어 또 대다수 국민들로 부터 욕을 얻어먹는 것은 아닌지?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천년왕국 경주는 민주주의 대한민국 내의 일국(一國) 이체제(二體制) 자치구역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공산주의 국가나 왕정국가에서 반정부 세력은, 옳고 그름을 떠나 반동분자가 되거나 아니면 삼족(三族)이 멸문지화(滅門之禍)를 당해야 할 역적이기에 도무지 견제라는 정치행위가 존재할 여지가 없어, 다만 기개(氣槪)있는 충신들이 목숨을 내놓고 제왕에게 직언함으로써 그나마 위정자의 독선을 바로잡으려 하지 않았던가?　인류 역사를 통해, 국가라는 거대 조직이 만들어 지면서, 다양한 정치이념과 사회체제가 시험대에 오르고, 또 지금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현재 이 지구라는 행성 위의 대다수 국가들이, 특정인이나 특정 정당의 독선 정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고안된 민주주의 정치제도를 보편적 가치로 인정하고 있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여기서 `민주주의`라는 정치이념을 정의함에 절대로 백 쪽의 지면이 필요하지 않으며, 단 한 단어, 한 문장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주민재권(住民在權)` 즉, 민주주의는 과거처럼 민(民)이 다스림의 대상이 아니고 주민이 곧 주인이라는 뜻이 아닌가? 따라서 누가 누구에게 종속됨이 없이 모든 주민이 다 주인이기에, 상호 강한 견제장치가 필요할 수밖에 없는 것인데, 이는 곧 견제세력이 없는 민주주의는 그 존재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는 말이 된다. 　그런데, 지난 수 십년간 일당일색(一黨一色) 자치정치의 늪에 빠진 우리 지역의 모순을 지적하면, 어떤 이들은 부정적인 얘기보다는 긍정적인 얘기를 해야 한다고 핀잔한다. 　필자라고 해서 긍정의 힘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 `긍정`이란 주어진 상황에 대한 무조건적 낙관을 지칭하는 단어가 아닐 것이며, 낙관적 미래를 만들기 위한 현재의 긍정적인 행동을 유발하게 하는 생각을 두고 한 말이 아닐까?　남성 없는 여성의 잉태는 희망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며, 여성 없는 남성의 탄생도 없다. 부정이 긍정의 반대편에 있는 것 같지만, 부정이 긍정을 잉태하게 만든다. 고로 긍정적인 경주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지금과 같은 지역정치 환경의 불균형은 반드시 견제되어야 할 것이며, 한 눈에 보아도 한 줄로 늘어선 그 무리들이 긍정적인 경주의 미래를 만들 사람들인지? 아니면 개인의 영달만을 쫓는 사람들인지는 충분히 분간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항해하던 배가 침몰할 때는 반드시 두 부류의 행동을 하는 사람들로 구분된다. 차가운 바닷물로 몸을 던져야 하는 위험부담이 싫어 난파선을 지키다 함께 수장되는 사람들과, 과감히 난파선을 이탈하여 도생(圖生)하는 사람들로… 나는 사람들의 이러한 행동양식을 선(善)과 악(惡)의 문제로 보고 싶지는 않으며, 현명함과 아둔함 혹은 이성(理性)과 비이성(非理性)의 문제로 보려 할 뿐이다.　배 안에 바다가 있는 것이 아니고 바다 위에 배가 있는 것처럼, 경주가 대한민국이 아니며 대한민국 속에 경주가 있기에, 나는 `Gyeong is Korea` 라는 캐치프레이즈에 결코 동의할 수가 없다. 경주가 대한민국을 바꾸지는 못하겠지만, 대한민국이 경주를 바꾸게 된다는 것은 누구인들 예측하지 못할까? 우리는 `불문가지(不問可知)`를 두고 예언이라 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