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변하면 죽는다.`고 했다. 특히 갑자기 변하거나 안하던 짓을 하면 죽는다고 했다. 그러나 요즘은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 `변해야 산다.`는 것이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환경 변화에 잘 적응하는 것이 생존에 필수적이다. 나아가 발전을 위해서는 능동적·자율적으로 변화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 즉 자율성에 기초한 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혁신의 본질은 변화이다. 그런데 급격한 변화, 자율성을 결여한 혁신은 결국 실패하는 것을 우리는 보아왔다. 몰아붙이는 것 즉 드라이브(drive)하는 것으로는 일회적 과업 완수는 가능할지 몰라도 시스템과 사고방식을 바꾸는 혁신에 있어서는 성공을 거두지 못한다. 　변화관리 내지 혁신에 있어서의 핵심은 `저항`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미국의 제리슨(J. M. Jellison) 교수는 「변화경영」(Managing the Dynamics of Change)이라는 책에서 변화 경영에 있어 기본적으로 리더와 그 구성원들 간에는 시각차가 존재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리더는 높은 산꼭대기를 바라보지만 직원들은 낭떠러지를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변화 관리에서 구성원들이 무슨 생각을 어느 정도로 또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등과 같은 인간적·감정적 측면을 중요시하고 있다. 따라서 변화의 속도 조절이 또한 필요하다는 것이며 경우에 따라 충분한 시간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설사 변화가 순조로울 때조차도 쉴 시간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참여정부 시절(2003~2008)의 혁신에 대한 추억이다. 국정 최고책임자의 지대한 관심 아래 급격한 방식으로 추진되었다. 청와대에 혁신수석비서관이 설치되고 정부혁신의 주무부처인 H부에는 혁신본부라는 조직도 생겼다. 균형성과관리(BSC: balanced score card) 시스템에 입각하여 각 부처의 혁신 진도를 매일 성적 매기듯이 체크했다. 이른바 혁신의 시계를 설정하고 그 실적을 실시간으로 관리해 나간 것이다. 　그와 함께 정부 부처 내 조직에 팀(team)제가 도입되었다. 운영의 기동성을 확보하고 생산성을 증대하기 위해 팀제를 도입한 취지는 공감이 간다. 그러나 소위 혁신의 전도사들도 생겨나고 지나치게 급격한 변화를 시도함에 따라 공직사회의 `혁신 피로`는 쌓여가고 외부의 학자들조차 냉소적이었다. 　당시의 철저한 혁신 추진으로 정부에 성과주의적 마인드가 도입된 점이 있다고 할 수도 있으나 시스템 발전에 긍정적으로 남은 유산은 거의 없어 보인다. 그리고 팀제의 경우 그 짧은 세월이 지나자 그와 관련된 모든 것이 과거로 되돌아가 버렸다. 팀제만큼은 시간을 가지고 소규모로 미리 실험을 해보고 했어야 했다.　필자도 당시 재외공관(미국 워싱턴 대사관)에서 혁신담당관을 한 적이 있다. 공관혁신을 위해 사업의 여건분석 기법인 `스왓`(SWOT:Strength, Weakness, Opportunity, Threat)분석까지 해본 적이 있다. 여기서도 일시적인 예산절감과 소통강화 외에 시스템적으로 남은 것은 없었다. 　반(反)드라이브(drive) 이론이 있다. 미국의 동기부여 분야 학자 파울러(S. Fowler)는 돈·직위·수치·공포 등 유·무형적인 `동인`(動因)에 의해 통제되는 것 즉 드라이브에 의한 움직임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율성을 상실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예컨대 배가 고프면 먹기 위해 드라이브 되지만 욕구가 만족되고 나면 다시 배가 고파질 때까지는 더 이상의 동인이 존재하지 않게 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자율성(autonomy)과 관계성(relatedness)과 역량(competence)을 강조했다. 　혁신에 저항하거나 수동적인 자들은 언제든지 손 놓아 버릴 준비가 되어 있다. `저항`은 도처에서 발생할 수가 있다. 더욱이 전면적이고 급격한 혁신에 대한 저항은 주체 집단 내부에서도 발생할 수가 있다. 이는 `혁신 피로` 개념으로도 설명되기 어려운 것이다. 조광조의 개혁에 대한 중종 스스로의 반감도 이런 것이었을 것이다. 소현세자의 개혁구상이 실패한 것도 왕실 내부 그것도 매우 가까운 힘에 의해 좌절되지 않았던가. 　변화와 혁신은 완급 조절이 중요하다. `갑자기 변하면 죽는다.`는 말은 `급히 변하면 죽는다.`는 뜻이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여기에는 `급격한 혁신은 실패한다.`는 의미도 포함된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