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경남 김해의 한 KBS시청자가 가요무대에 보낸 사연으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장인어른께서는 어려서부터 낙동강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물고기를 잡으며 한평생을 보냈습니다. 장인어른의 `인생 주제가`와도 같은 이 노래를 꼭 듣고 싶습니다`라며 반세기 전의 노래`저 강은 알고 있다`를 신청하였습니다. 매월 KBS 가요무대의 마지막 주는 신청곡을 받아 사연과 함께 노래를 들려줍니다. 하나같이 구구절절한 사연으로 우리 부모님의 삶과 닮아있습니다. 모으고 분류하면 값진 논문 한 편이 탄생할 것입니다. 노래와 함께해온 그 사연은 바로 우리나라 반세기의 역사이며 우리와 우리의 부모님들이 애닮은 마음으로 껴안고 살아온 현대사`스토리텔링`입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흘러간 노래 `저 강은 알고 있다`가 한 사람의 인생 주제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가요무대를 보는 내내 사연과 노래에 더 집중하도록 해 주었습니다. 　비 오는 낙동강에 저녁노을 짙어지면 흘려보낸 내 청춘이 눈물 속에 떠오른다 한 많은 반평생에 눈보라를 안고서 모질게 살아가는 이 내 심정을 저 강은 알고 있다 밤안개 깊어가고 인적 노을 사라지면 흘려보낸 한세상이 꿈길처럼 애달프다 오늘도 달래보는 상처뿐인 이 가슴 피맺힌 그 사연을 서런 사연을 저 강은 알고 있다 ―유동일 작사, 백영호 작곡, 이미자 노래, 저 강은 알고 있다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은 흘러간 노래 `저 강은 알고 있다`는 거대한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 대하소설이나 종교 서적의 제목처럼 긴 호흡과 무게가 느껴집니다. 우리의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세대를 이어가며 스토리를 전개했던 `토지(섬진강)`나 `혼불(요천)`의 제목으로 대체되어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것 같은 명문장입니다. 이현세의 베트남전 소재의 만화도 같은 제목입니다. 이현세의`저 강`도 지리적 역사적 배경과 함께 한 국가나 사회 그리고 한 사람의 `흘려보낸 한 세상`을 품어 안고 묵묵히 흐릅니다. 이 노래는 1966년 유동일 감독 이예춘, 이경의 주연의 영화주제가입니다. 당시에는 영화주제가가 대중들의 곁으로 가깝게 갈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았습니다. 불우한 환경 속에 살아온 그녀가 교도소를 출소한 한 사내를 만나고 가정을 이루지만 사내는 또 교도소에 갑니다. 　`한 많은 반평생에 눈보라를 안고`살아가는 강처럼 남편도 힘이 들지만 비극의 주인공 한 여인의 삶 역시 더 아프고 눈물겹습니다.영화 속에서 아내는 죽음까지 생각하지만 딸 때문에 마음을 돌립니다. 영화의 마지막에 가족은 다시 만나고 행복한 삶을 다짐하지만 눈물 속에 떠오르는 `흘려보낸 내 청춘`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저녁노을 짙어지는 낙동강을 바라보며 할 수 있는 일은 잠언에 가까운 "저 강은 알고 있다"라는 스스로의 위로와 격려로 마무리를 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저 강은 알고 있는 것일까요? 한층 깊어진 수심으로 "모질게 살아가는 이 내 심정"의 낙동강은"상처뿐인 이 가슴"과 "피맺힌 그 사연" 의 모든 이야기를 다 품어주는 넓은 강이 되었습니다. 깊은 강이 되었습니다. 그 어떤 사람의 아픔도 들어줄 수 있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생각의 깊이가 자라 있었고 표정도 담담했습니다. 분명 뭔가 알고 있는 `저 강`이었습니다. 주인공은 극한의 고통을 "저 강은 알고 있다"는 7자로 요약 정리합니다. 우리 동네 어른들은 억울했던 삶을 이야기 하실 때 "하늘이 알고 땅이 안다"라는 말씀을 하십니다. 　그렇지요. 그 진실, 당연히 저 강도 알고 있을 것입니다. 한 사람을 눈물 흘리게 하고 모른 체하거나 뒤돌아서서 히죽히죽 웃는 사내는 되지 마십시오, 눈 내리면 눈 맞을 줄 알고 비 내리면 비 맞을 줄 아는 낙동강이 당신을 보고 있을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