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사회의 변천과 흥망의 과정을 기록한 것으로 그동안 존재하여 온 연혁이나 경력을 가리켜 역사라 한다. 이런 과정은 긴 노정을 통해서 주로 인간에 관한 지나온 것을 얘기하지만 그것에 대한 시원한 대답은 기대키 어렵다. 역사는 전례가 가르치는 철학이며, 영원히 되풀이된다. 그리고 역사가 기록되는 것은 설명하기 위해서이지 증명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인간의 생활에는 온갖 과거가 있으며, 그 학문을 연구하고 조사하는 역사가는 사실에 항상 눈을 돌리는 예언자이다. 　그러면서도 역사는 법률로 밝히고, 법률은 기록으로 밝혀야 한다. 그것은 과거의 사람들을 평가함으로써 사람들로 하여 미래를 판단케 한다. 사관을 분석함에 있어 너무 완전하려고 하지 말라는 것이다. 주어진 원인들이 흔히 지극히 피상적인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문학인 밀러는 "인생의 항로는 바다와 같다. 사람은 왔다가고, 밀물은 차고 빠진다. 이것이 역사의 전부"라 했다. 그러나 과거는 명확해진 경험이며 자연과의 투쟁이다. 인간은 세계사의 중요한 담당자이며 그것은 인류 운명의 결과에서 나온다. 그렇지만 누구나 기록을 만들 수는 있지만 과거사를 쓸 수 있는 것은 위인뿐이다. 　인간은 역사의 관찰자이기 전에 우선 사실적 존재이다. 역사 없인 자유가 없고, 또 반대로 자유 없인 역사가 없다. 이런 문헌을 배우는 까닭은 역사의 목적은 과거의 실례에 의해서 우리들의 욕망이라든가 행동을 이끄는 것과 같은 지식을 함양하는 데 있다. 그래서 사관의 의무는 진실과 허위, 확실과 불확실, 의문과 부인을 분명히 구별하는 것이다. 하나의 사건에 충분한 설명은 있지만 확고한 대답이 없는 것이 역사가 행하여 온 주역이다. 과거가 없는 민족은 행복하다고 하지만 현재에게 사실을 주고, 미래에 방향을 주며, 인간 지도자에게 겸손을 주게 되는 지식이다. 국가도 개인처럼 과거를 의식하지 못한다면 미래에 대한 목표도, 외세에 대한 방패도 없이 표류하게 되는 운명이다. 사실 인간 그 자체는 끊임없이 계속되는 노력의 가장 중요한 창조본이요, 완성본인데 우리는 그런 노력의 기록을 과거사의 표본으로 인정한다. 붓을 잡고 정직하고 명확하게 쓰는 것은 사관(史官)의 직무이지만 어떤 강요에 의해서 기록된 것은 잡사에 불과하다. 　문화는 역사의 덩어리요, 근원이다. 달리 말하면 문화는 과거사의 열매요, 문화의 뿌리에 속한다. 그러한 기록은 두 가지로 남는다. 하나는 뒤에 남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속에 남는 것이다. 인간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사관은 뒤에 남는 역사만을 논거하는 일이다. 　국가의 흥망, 국민의 변천, 전쟁의 승패, 산업의 성쇠, 학문예술의 시작과 경향 등 모두가 과거의 사실 뿐이다. 과거의 과정을 말은 하지 않지만, 그 속에는 무한의 진리가 내포되어 있어　지혜의 눈과 용기의 입이 있다. 그렇다고 신의 역사도, 자연의 것도 아니며, 인간의 것이다.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제3의 세계인 것이다. 　공자에 의해서 노나라의 연대기(年代記)가 엮어진 것을 춘추라 하는데 제자들이 이것을 읽고, 또 공자 스스로도 "후세에 나를 알아주는 자도 춘추뿐이고, 또한 나를 비난하고 죄를 뒤집어 씌울 자도 춘추"라 했다. 　이처럼 역사는 흘러가 버린 시간이 아니고, 괴어있는 시간이다. 그러나 사실을 밝히기는 하지만 대답도 없고, 가정(假定)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