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지명은 임기가 보장된 기관장이 연임하는 첫 사례이다. 연임도 40년만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검증된 구관(舊官)`을 택한 이유는 대내외 변수로 한국경제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에서 안정된 통화정책을 펼치기 위해서다. 　전 정권에서 임명된 인물을 연임시킨 것은 이례적이다. 한은의 중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통화정책 전문가를 택하면서 과거정권의 인사스타일을 차별하겠다는 결단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일선 공기업들은 한은총재 연임으로 앞으로 임기를 남겨둔 공기업기관장들에게도 희소식이 되기를 바라는 눈치다. 정권이 바뀔 때 마다 단골메뉴로 등장 하는 낙하산 인사로 인해 검증된 구관(舊官)`이 물러나는 폐단을 최소화 할 때 조직은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공기업 기관장이 임기를 남겨두고 자주 봇짐을 싸게 되면 조직은 술렁이기 마련이다. 자기가 소속해 있는 차기 기관장이 어떤 인물인지, 이왕이면 정권의 실세가 부임해 공기업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켰으면 좋겠다는 의견과 임기를 채웠으면 좋겠다는 의견으로 분주하다.　낙하산 논란을 잠재우려면 공모방식을 좀 더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가져가다보면 공모제에 대한 부작용도 조금은 사그러들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불신이 가득한 고질적이고 부도덕한 낙하산 인사 방식 중 하나인 `공공기관장 공모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경영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극대화 하자는 취지로 도입된 `공공기관장 공모제`의 방식이 나쁘지 않다고 해도 공모제 도입 20여 년 동안 대다수 공공기관장 자리는 여전히 `관 피아(관료+마피아)`와 `정 피아(정치인+마피아)`들의 전유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권마다 반복되는 낙하산 인사에 공모제 본연의 취지를 잊은 지 오래 이고, 사실상 형식적 정당성만 채워 주는 힘 있는 사람들의 도구로 전락한데 문제가 있다.　공공기관장 임명은 대통령의 절대권한 중 하나였지만, 김대중 정부 당시 `추천제`라는 이름으로 공모방식이 도입됐다. 당시까지 추천제를 도입하면서 외부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노무현 정부에서 `공모제`로 이름을 바꿨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공모제 의무 기관을 확대하면서 외연 상 부패척결을 위해 힘쓰고자 했지만 오히려 여러 정부를 거치면서 `무늬만 공모제`가 관행으로 굳어졌고, 권력 실세들이 공공기관장 인사에 개입해 이권을 챙겼다는 소문이 끊이질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공모제 도입 2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사실상 내정 공모제`란 불신에서 헤어 나오질 못한다. 이를 뒷받침 하듯 각 공공기관장은 정권이 바뀔 때 대부분 물갈이 됐고, 정부가 추천하는 인물들로 대거 교체됐다. 대선 캠프나 청와대 출신의 정치권 인사들은 기관장으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지기도 했다. 이들은 기관장으로 임명 후 정권을 충실히 뒷받침하며 정권 내부의 결속력을 쌓는데 일조 해온 게 사실이다. 어쨌든 20년 여 가까이 정부가 소위 말하는 인사적폐를 척결하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기울여왔으나, 결국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속설이 빈말이 아님을 보여줬다. 이주열 한은총재 연임지명을 계기로 능력 있고 검증된 구관(舊官)`은 정권이 바뀌어도 임기가 보장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