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결한 이성으로써 우리는 지금까지 배운 지식을 밑바탕으로 하여 일장의 궐기를 하려 한다. 백만 학도여, 피가 있거든 우리의 신성한 권리를 위하여 서슴지 말고 일어서라. 학도들의 붉은 피가 지금 이 순간에도 뛰놀고 있으며, 정의에 배반되는 불의를 쳐부수기 위해 이 목숨 다할 때까지 투쟁하는 것이 우리의 기백이며, 정의감에 입각한 이성의 호소인 것이다"　1960년 2월 28일 낮 12시 55분, 경북고 이대우 학생이 조회단에 뛰어올라 떨리는 목소리로 이 결의문을 읽는 동안 분노가 고조된 학생들은 함성을 지르며 교문을 뛰쳐나갔다. 반독재의 횃불은 이처럼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이 불길은 곧 경북대사대부고, 대구고, 경북여고 등으로 번져 고동학생 1천200여 명이 `학생들을 정치 도구화하지 말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거리로 나섰다. 　이 의거는 그날 오후에 열릴 민주당 장면 후보 강연회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일요일인데도 등교 명령을 내린데 대한 항의와 분노의 표출이기도 했다. 당시는 1952년 발췌 개헌, 1954년 사사오입 개헌, 1958년 진보당수 처형 등 권좌 유지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던 정권의 실정에 식상한 데다 제4대 대통령 선거(3월15일)를 앞둔 예민한 시기였다. 　학생들이 출동한 경찰과 충돌, 20여 명이 부상당하고 200여 명이 연행되기도 했던 이 의거는 십대의 고등학생들이 주체였고, 계획적인 시위였다는 점에서 민족운동의 요건을 갖춘 학생운동이었다고 할 수 있다. 6·10만세 사건, 광주 학생운동 등으로 이어지다 6·25전쟁으로 단절된 뒤 복원된 학생운동이었을 뿐 아니라 전후 우리나라 학생운동의 효시였다. 더구나 이 의거는 4·19혁명의 도화선으로 독재정권을 무너뜨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고, 한일수교 반대와 그 이후 학생 민주운동에 큰 영향력을 미친 것으로도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오랜 세월 동안 4·19에 가리고, 국가 차원에서는 다른 민주운동들과는 달리 그늘에 묻혀왔다. 2001년부터 10년 넘게 이 운동의 글짓기 심사위원장을 맡은 바 있지만, `2·28`을 널리 알 길은 오랜 세월 막혀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생들이 기념탑과 기념공원, 기념관 등을 직접 둘러봐도 이 숭고한 정신을 어렴풋이 느끼는 게 고작이었으므로 이 글짓기에 참여하는 학생들에게 `2·28`을 가까이 느껴보게 했다는 의미는 간과할 수 없다. 　"그것은 첫 새싹이 움트기 전 / 미처 첫 개나리가 피기도 전 / 차가운 꽃샘바람 사이에서 일어난다. / 오로지 때 묻지 않은 순수함과 뜨거운 열정으로 / 그들은 뛰쳐나와 함성을 질렀다. // 그들이라고 사슬이 옥죄지 않았겠는가. / 그들이라고 총칼이 두렵지 않았겠는가. / 그들이라고 칼날 같은 꽃샘바람이 차갑지 않았겠는가, // 하지만 그들을 더욱 옥죄는 것은 부정이었다. / 하지만 그들에게 더욱 두려운 것은 불의였다. / 하지만 그들에게 더욱 차가운 것은 방관이었다. // 그래서 그들은 일어섰다. //……<중략>……// 그것은 차갑고 견고한 하나의 탑으로 서 있는 것이 아니라 / 우리의 가슴 속에서 뜨겁게 함성 지를 것임을 / 2·28 너희는 기억해다오."　인용한 글은 2004년 글짓기 공모에 대상 수상작으로 당시 대구여자고등학교 1학년 박용희의 시 `두 개의 2와 한 개의 8에게 보내는 편지`의 부분이다. 이 경우만 보더라도 이 글짓기는 그 숭고한 정신을 어떻게 일깨웠는가를 짐작케 해준다. 　2·28 민주운동이 올해로 58주년을 맞는다. 기념사업회는 기념공원과 기념관(2011) 건립, `횟불` 지 속간, 세미나 개최, `2·28민족운동사`(전 3권) 발간, 글짓기 공모와 단행본 발간 등 다양한 사업들을 벌여왔지만, 지난 1월 30일 국가기념일 지정을 계기로 뒤늦게나마 새 전기를 맞고 있다. 기념일을 맞아 `2·28찬가 노래비` 제막, 국가기념일 지정 기념 특별사진전 등 다양한 행사들도 펼쳐진다.　우리나라 역사상 진정한 민주주의를 향한 첫 신호탄이었다고 할 수 있는 `2·28`은 58년 전의 역사적인 사건이지만, 그 뜨겁고 숭고한 정신은 언제까지나 살아 숨을 쉬고 계승되며 길이 빛나야 한다는 사실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2·28`은 `과거형`이 아니라 계속 이어지고 새롭게 빛나야 할 `현재진행형`의 값진 정신운동이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