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초 공직생활을 막 시작하면서 조용히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경상북도 경주(당시 월성군)의 산촌(내남면) 골짜기에서 태어남 촌놈이, 옛날로 치면 과거(科擧)에 해당하는 고시(高試)를 통해 나라의 초급관리자에 임용되었다. 한 30년은 봉직하겠구나!`라고. 그 후 공직생활 31년 2개월을 하고 퇴직했다. 일에 파묻혀 일만 하는 동안 바람같이 지나간 세월이다.　시간은 이처럼 빠르고 허무하다. 이 같음을 초년에 자각했어야 했다는 긴요하고 아쉬운 생각이 시절이 지난 이제서야 비로소 드는 것이다. 　정부에서 시간과 날짜에 관련된 업무를 두 번 수행한 바 있다. 한 번은 1987년 일광절약시간제(日光節約時間制) 실시를 담당한 것이고, 다른 한 번은 그 15년 후 토요휴무제를 도입하는 실무 책임을 맡은 것이다. 　일광절약시간제는 서양에서 서머타임(summer time)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봄철에 해가 길어지면 나라의 시간을 앞당겼다가 가을에 해가 짧아지면 시간을 다시 뒤로 되돌리는 것이다. 　통상 앞당길 때는 사람들의 활동이 가장 적은 시간에 한 시간을 빠르게 하고(예:새벽 2시에 3시로 시계를 조정) 되돌릴 때도 활동이 가장 적은 시간에 되돌리는 것이다(예:새벽 3시에 2시로 시계를 조정). 나라의 위도 등에 따라 이중 서머타임(해가 더 길어지면 추가로 한 시간 더 앞당김)을 실시하는 나라도 있다. 　법률적으로는 영국 그리니치 표준시(Greenwich Mean Time : GMT)를 기준한 그 나라의 표준 자오선(子午線)을 조정하는 것이 된다. 한국의 표준 자오선은 `표준시에 관한 법률`에 의해 동경 135도선으로 일본과 같고, 서머타임 때는 동경 150도가 되어 호주의 평소와 같게 된다. 중국은 동경 120도선을 표준으로 하고 과거 한국도 127.5도를 표준으로 하여 지금보다 30분 늦은 시간을 정한 적이 있다. 한국의 서머타임은 정부 수립 후 1960년까지와 `88 서울 올림픽`에 맞춰 2년간 실시된 적이 있다.　이 제도는 일출 변화에 따라 생활주기를 조정함으로써 여름철 오후 여가 시간을 증대시키고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으며 생산활동 기간을 늘린다는 장점이 있으나, 생활리듬이 깨지거나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또 개인과 가정뿐만 아니라 모든 공공장소의 시계도 조정해야하고 각종 교통수단의 스케줄도 재점검해야하는 등 그 실시 준비가 복잡하다. 그러나 시계 산업에는 도움이 된다. 　재미있는 것은 앞당길 때 사라지는 한 시간에 관한 기록관리와 되돌릴 때 겹치는 시간대의 표기관리를 공적 기준으로 정확히 하지 않으면 공·사 법률관계 등에 있어 많은 혼란이 야기될 수 있고, 인간 생시(生時)가 달라져 사주팔자에 기초한 명리학 상의 각종 지표 등도 달라진다는 점 등이다. 　한국의 토요휴무제는 2002년 5월부터 시험실시(experimental test)를 거쳐 도입되었다. 공휴일이 늘어남에 따른 노동 생산성과 임금의 변화 등 경제 산업적 영향, 여가·관광 및 문화에 미치는 파급과 그 인프라의 뒷받침 문제, 조직인들의 복무 행태 문제 등 점검·보완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런데 당시의 아이러니는 토요휴무제가 도입되던 그해 1년여 동안에 그 실무책임자들은 단 하루도 휴무한 적이 없었다는 점이다.　정부 조직 내·외의 시간 속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하다가 한 숨 돌리려 하니 이미 30년 세월이 지나갔다. 누가 지은 책 제목이던가 `남은 것은 달랑 USB 하나`라고. 필자에게 남은 것은 보고서 쓰는 아니 보고서 `만드는` 기술 달랑 하나 정도뿐일 것이다. 후손 교육도 미흡했고 재물도 모으지 못했다. 날아가는 살처럼 빨리 지나간 시간이었다.　불가에서는 가장 짧은 시간 단위는 찰나(刹那)이고 가장 긴 단위는 겁(劫)이라고 한다. 찰나는 1/34초이고 사람 생각은 매 2찰나마다 바뀐다는 것이다. 지질학에서는 수천만 년 전에 알래스카 쪽과 극동지역이 붙어 있었다고 한다. 지구의 나이는 50억년이다. 물리학에서는 137억 년 전 빅뱅 직후의 현재 우주의 위상이 1/10¹²초 만에 형성되었다고 한다.　모든 생명은 태양의 자식이다. 이 태양들은 지극히 짧은 시간에 태어나 영속되는 우주의 시·공 속에서 생멸한다. 　주자(朱子)는 "연못 가 봄 새싹 꿈이 깨기도 전에 뜰 앞 오동잎은 이미 가을을 알린다!(未覺池塘春草夢 階前梧葉已秋聲)"고 했다. 가혹한 시간이다. 　시간과 관련된 나라 제도를 어떻게 변용하더라도 근저에 스며있는 시간의 허무성과 영속성 그리고 가혹성은 변함이 없어 보인다. 그리고 이것은 또한 빠르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