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출마자들의 발길이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연일 강행군을 하고 있다. 자치단체장 선거의 경우 지역이 한 곳에 집중되어 후보들이 발품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 그러나 광역단체장의 경우 그 범위가 광역권 전체를 상대하기에 왠만한 `체력`을 가지지 않고는 선거를 치르기가 힘이 든다. 물론 체력도 체력이지만, 선거 비용도 지자체장 선거보다 몇십 배 더 추가된다는 것은 당연하고 당사자들도 감수하고 있다.　어쨌든 선거에 있어 `자금(資金)`과 `조직(組織)`은 필수다. 그래서 이 두 요소가 충족되지 않으면 선거에 출마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이 바닥에 불문율(不文律)이다. 그리고 선거 경험자들은 선거에 출마할 후배들에게 꼭 이 말을 전한다. 선거문화가 확실히 바뀐 것은 사실이다. 한편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 정치구조나 선거 문화가 성숙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아직 50대 이상은 그 `색`이 빠지지 않고 옛 문화에 익숙해져 있는 듯 하다. 이들은 `관권(官權)`선거나 `금권(金權)`선거를 경험한 세대다. 그래서 평소 직업도 없는 이들에게는 선거철은 마치 자기 일인 양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아무리 선거법이 엄하고 투명하고 공정해졌다 하지만 구시대 선거 문화나 잔재가 남아있는 것은 분명하다.　금전 선거는 우리나라 근대사부터 현재까지 선거의 한 문화였다. 물론 우리나라만 그랬던 것이 아니라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국도 선거에 있어 자금 시비는 늘 있었다. 다만,그 액수만 차이가 있을 뿐 본질은 큰 차이가 없었다.　본격적인 `지방선거`는 김영삼 정부 때부터다. 그 당시만 해도 국내 경제 상황은 단군 이래 최초 `호경기`였다. 저녁만 되면 유흥주점은 불야성을 이루었고, 곳곳에 돈이 넘치는 등 그런 시대는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다. 그때 치른 지방선거를 회고하면 쓴웃음만 나온다. 지방선거가 부활하자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선거에 출마했다. 지금이야 정당이 공천하기 전에 후보에 대한 적격 여부를 엄하게 심사하지만, 그때는 정당 공천제가 없어 자격 시비 등 모든 것이 자유로 왔다. 그래서 우후죽순(雨後竹筍) 표현이 적합할 정도로 출마자들이 난립했다.　당시 선거 문화를 알 수 있었던 것은 이렇다. 군사정부는 `여당`이었다. 여당이 선거의 모든 면에서 유리할 수 있었던 것은 자금력이 풍부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노골적으로 관(官)이 개입되어 선거판을 주도하는 등 그야말로 공정성이라곤 전혀 없었던 시절이 그때였다. 따라서 유권자는 물론 후보자도 이 문화에 체질화됐고, 이를 당연히 받아드렸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 등장하는 것이 `선거꾼`이다. 　심지어 여당 후보라도 기관에 `상납`하면서 선거 지원을 요청하는 등 관례화되기도 했다. 그리고 해당 기관 측에서도 의례적으로 받아들이는 등 요즘에는 상상조차 못할 `기관 풍습`도 있어 실소마저 나온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당시 지방선거 출마 군이 지역토호나 자산가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렇다 보니 선거는 `돈판`이 되었고, 정부는 개입조차 않는 등 선거 천국이었다. 돈 선거였다는 것은 토호가 출마한 선거구다. 선거 기간 동안 유권자들은 식당에서 `돼지고기`는 볼 수 없고, `소고기`만 먹었다. 개도 10만 권 수표를 물고 다녔다는 소리가 비일비재했다. 이 역시 후보나 유권자 양측이 군사정부 때 금전 선거문화가 몸에 뺏기에 당연한 행위로 인식했다.　고인이 된 인사가 선거를 치른 경험담이다. "난 조직도 없었다. 아침에 은행에서 200만원을 인출한 후 만나는 유권자에게 악수할 때 2만 원을 똘똘말아 전했다. 그래서 당선됐다"　또 다른 토호의 선거 방식이다. 그 인사는 시장선거 낙선 후유증으로 고인이 됐다. 그 지역에서 손꼽히는 자산가였는데, 시장 선거에 자신의 전 재산은 물론 형제, 지인들의 재산까지 전부 동원했다. 낙선으로 폐가망신과 함께 주변인들에게 까지 심각한 피해를 남겼다. 그 당시 이런 사례는 부지기수였다. 　그들이 전 재산을 동원하면서 선거를 치르기로 한 것은, 당선만 되면 그 이상의 부가가치를 획득할 수 있다는 잘못된 선거철학을 가졌기 때문일 것이다. 적어도, 선출직은 봉사 자세가 우선이다. 그렇지만 이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원칙을 지킬 수는 없을 것이다.　군사정부나 문민정부 그리고 현재까지 선거에는 `선거꾼`들이 개입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자 구조다. 이는 서로 공생해야 할 `악어`와 `악어새` 관계이기 때문이며 필요악(必要惡)으로 정착됐다. 당선에는 한 표가 귀중하다. 역전 노숙자든, 고위 관료든 표의 위력은 남녀노소나 신분에 구예를 받지 않는다.　후보가 전지전능하지 않다. 당선을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것이 선거판이지만, 후보들은 가려야 할 것은 분명히 가려야 한다.　바야흐로 `선거꾼`들이 날개를 달면서 큰소리치는 계절이 왔다. 선거에 있어 순수할 수 있는 세력은 가족뿐이고 나머지는 이해관계가 얽힌다.그런데 영원히 변치 않고 자신의 이익만 챙기는 `선거꾼`뿐이다. 이들이 활개를 치면 득보다 실이 많고, 정책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