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停年)은 다른 퇴직 사유가 없더라도 퇴직해야 하는 나이이다. 즉 퇴직의 여러 사유 중 연령에 의한 퇴직의 경우 그 연령을 말한다. 이 정년제도는 본래 공무원 사회에 있어서는 신분보장을 위한 한 요소였고, 신분보장은 능력과 실적에 의해 평생토록 안정되게 공직에 봉직할 것을 골자로 하는 `직업공무원제도`의 확립을 위한 근간이 되어 온 것이다.　그러나 이 정년제도가 고령화 시대에 있어서는 또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즉 위법행위나 큰 잘못이 없더라도 일정 연령이 되면 당연 퇴직되는 것이므로 조직의 신진대사를 도모하고 능률성을 확보하기 위한 역할도 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런데 이 제도는 오늘날 100세 시대에 그리고 무한 경쟁 시대에 그 존재의 의미를 심각하게 재검토하고 개선방안을 생각해야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이 제도가 신분을 안정시켜 직무에 전념하게 하는 것은 좋으나 이로써 무능한 자도 범법행위 등만 없으면 정년까지 안일하게 직장생활을 하는 이른바 `철밥통` 차고 밥(녹봉)만 축내게 하는 부작용이 있다. 　반대로 아직 유능하고 건강·성실한 자도 정년으로 직장을 떠나야 하는 안타까움과 그 능력과 전문성이 사장(死藏)된다는 문제점도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년은 일정 조건 하에 연장되어야 하고 또한 정년제도 자체는 곧 폐지되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미국은 1967년에 "연령에 의한 고용차별 금지법"(the Age Discrimination in Employment Act)이 시행된 이래 정년이 없어졌다. 영국의 경우도 "연령차별 금지법"(Employment Equality (Age) Regulations 2006)에 따라 근로자에게 65세 미만 정년을 설정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다른 서구 제국의 경우도 공무원 정년을 70세 정도로 하거나 없애려 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도 공무원 정년 65세 연장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중이다. 한국의 경우는 1990년대에 (약칭)고령자고용법을 시행했으나 주로 권고사항에 그치고 있다.　연령에 의한 고용의 차별은 대략 두 가지의 경우로 나뉜다. 채용에 있어서의 차별과 해고(퇴직)에 있어서의 차별이다. 한국에 있어서는 연령에 의한 채용의 차별은 위헌이라 하여 일반 공무원 등을 채용할 때 채용 상한연령이 폐지된 지 벌써 몇 년이 지났다. 그런데 연령에 의한 해고 즉 정년퇴직은 아직 합법적으로 남아 있는 까닭은 무엇인가? 미국의 정년은 연령에 의한 해고의 차별도 위헌이라 하여 지난 세기에 이미 없어진 것이다. 　물론 한국의 경우 조직의 세대교체와 청년실업 문제 등 사회·경제·정치적인 제반 여건이 고려되어 아직 정년이 존재하고 있다. 모든 사회제도가 그러하듯 정년도 이처럼 순수 논리적 차원을 넘어 현실적인 요소도 고려되는 것은 납득이 간다. 　그러나 인간의 모든 제도는 그 수명이 있다. 세월이 가면 제도의 수명 주기를 점검하여 리모델링하거나 존속 여부 등을 검토해야 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유명한 함무라비 법전(the Code of Hammurabi, BC 18세기) 등에 나온다는 `탈리오 법칙`(Lex Talionis)도 그 본래 취지는 그 이전까지 자행되어 오던 무차별적이고 가혹한 사적(私的)인 복수를 방지하고, 당한 만큼만 응징한다는 `동해보복`(同害報復)의 원칙을 천명하여 징벌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오늘날은 잔인한 보복의 대명사로 인식되고 있지 아니한가!　미국의 경우 전후 베이비부머 세대는 1947년생부터이다. 베이비부머의 은퇴와 함께 고용인구 부족현상이 2000년 초반부터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공직사회에 베이비부머랭어(babyboomeranger)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 말은 퇴직한 베이비부머들 중 다시 고용되는 자를 마치 부머랭처럼 직장에 되돌아온다고 해서 생긴 말이다. 한국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의 퇴장이 시작된 지도 이미 몇 년이 지났다.　들어올 때의 연령 설정이 위헌이라면 나갈 때의 연령 설정도 위헌이라야 한다. 양자 공히 연령에 의한 고용 차별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치상으로는 이러하다. 그러므로 조직에서의 정년은 없어져야 한다. 다만 그 파급 영향 등을 감안하여 단계적인 방법과 시기를 잘 고려해야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