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연주하는 데 쓰이는 기구를 이름하여 악기라 한다. 우리나라의 고유 음악인 국악에 대표적인 것으로 가야금과 거문고가 있다. 가얏고라 불리는 가야금은 신라시대 음악가요, 한국 3대 악성의 한 사람이며 대가야국 사람이 왕의 뜻을 받들어 만든 12현금 현악기다. 오늘날 현존하고 있는 조선 최고의 향토악기다. 연주용 악기뿐 아니라, 악곡에 이르기까지 순수 가야인의 두뇌에서 나왔으므로 후일 신라인이 가야금으로 명명한 것이다. 오동나무 공명반에 명주실을 꼬아서 만든 12줄을 세로로 매어 각 줄마다 안족(기러기 발)을 받쳐놓고 손가락으로 뜯어서 소리 낸다. 　가곡반주, 가야금산조, 가야금병창 등 한국 음악 전반에 걸쳐 사용되고 있다. 청아하고 부드러운 음색으로 현재 가장 대중화 되어 있다. 명주실은 누에고치에서, 누에고치는 누에가 만든다. 그리고 그 누에는 뽕잎을 갉아먹고 자란다. 뽕은 어둡고 침묵하는 거칠고 마른 흙에서 자란다. 그렇다면 가야금 소리는 소리 없는 것들의 침묵에서 울려 나오는 것이다. 뽕나무 소리이며, 누에고치의 침묵이 깨치는 소리이다. 　소리 없는 것들의 소리-그것이 바로 가야금 소리라 한다. 김동인의 `운현궁의 봄`에 "성낸 물결과 같이 우렁차게, 높고 낮은 음파는 부드러운 밤공기를 헤치고 은은하게 멀리까지 울리어 나갔다"라고 했다.　윤선도 시인은 "버렸던 가얏고를 줄 얹고 놀아보니/ 청아한 옛소리 반가이 나는구나/ 이 곡조 아는 이 없으니 집에 놓아 두어라" 했다. 우륵은 본래 가야인으로 나라가 패망할 때 그 유일한 예술적 재산인 가야금을 안고 또 그 제자인 이문을 데리고 이웃나라 신라에 투항하여 여생을 가야악의 본존 및 그 발전을 위해 공헌한 대악가(大樂家)이었다. 　필자가 교직에 있었을 때 한 학생이 질문을 했다. 가야금하고 거문고하고 어떻게 다르냐는 것이다. 음악에 문외한인 자로서는 약간 당황하다가 `하나는 12줄이고, 또 하나는 6줄인데`, 현문우답이었다. 　현금(玄琴)이라고도 불리는 거문고는 오동나무와 밤나무를 붙여서 만든 울림통 위에 명주실을 꼬아서 만든 6줄을 매고 술대(작은 나무막대기)로 쳐서 소리를 내는 역시 현악기다. 예로부터 거문고를 `백악지장`이라 일컬어올 정도로 뛰어난 소리에 매료되었으며 악기 중 최고의 자리에 올렸다. 　일찍이 학문과 덕을 쌓은 선비들 사이에서 숭상되었다. 지금도 가곡반주, 거문고산조 등에서 출중한 멋을 나타내고 있다. 거문고의 기원은 삼국사기에 의하면 중국 진나라에서 만든 것을 왕산악이 제도를 많이 고쳐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거문고를 탈 수 없는 5가지 조건이 있다. 모진 바람과 심한 비가 내릴 때, 속된 사람을 대할 때, 의관을 갖추지 못한 때, 먼 거리에서 감상해야 할 때, 편안한 자리가 아닐 때이다. 　백아라는 사람은 거문고의 명인(名人)이었다. 그의 친구 종자기는 백아가 산 속 풍경을 묘사하면서 연주하면 "아! 마치 태산을 멀리서 바라보는 듯한 기분이군. 그윽한 죽림 속에 홀로 앉아/ 거문고 뜯고 휘파람 분다/ 이윽고 달이 빛을 안고/ 살며시 찾아온다"고 했다.　가야금과 거문고는 우리의 것이라. 소리가 청아하면서 감미롭고 애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