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사회를 반영하고 새로운 사회를 만들기도 한다. 당대의 말들은 그 당대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비춰 보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지나칠 정도로 말로써 말이 많은 `말의 성찬`이 넘쳐난다. TV 정치, 인터넷을 비롯한 소셜미디어 정치 시대가 열리면서는 이를 잘 활용(장악)하는 사람들이 그 무대를 사로잡고 있으며, 보통사람들의 일상마저도 점점 더 그 속으로 빨려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요즘 말의 성찬에는 영어, 한자어, 일본어까지 합세한 말들이나 국적불명의 말들이 무작위로 만들어지고, 비속어와 욕설까지 난무해 우리사회의 혼탁한 모습이 그대로 읽히는 듯하다. 반말도 존대어도 아닌 일그러진 기형어들과 철자법이나 띄어쓰기, 받침마저 무시한 합성기호들이 우리 언어의 정연한 질서를 마구잡이로 흔들어 놓는가 하면, 온라인의 익명성에 기댄 채 언어폭력, 한글 파괴 등으로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되레 따돌리는 형국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나 비속어, 유행어, 욕설이 있어왔지만 때와 장소에 따라서는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청량제가 되는 경우도 없지 않다. 그러나 그 정도가 문제다. TV는 물론 인터넷은 이제 심리전의 핵심 병기라 할 수 있을 만큼 위력이 커지면서 사이버공간에서의 욕설과 비방, 터무니없는 인신공격들마저 도를 넘는 추세다. 　무책임한 각종 공방전이 우리 사회를 뿌리째 뒤흔들고 있으며, 특정 정치인 비호세력들이 걸핏하면 폭력을 휘두르듯이 `문자 세례`를 퍼부어대기도 한다. 이 때문에 시궁창 같은 오물언어들이 넘쳐나고, 변칙언어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말은 옥구슬처럼 영롱할 수도 있지만, 잘못 사용하면 시궁창의 오물처럼 더럽고 추악해져 버린다. 한 민족은 그 민족의 언어와 운명을 같이한다는 말을 떠올려보면 우리의 장래가 심히 걱정된다. 　유대인들에게 전해오는 `지혜의 보고(寶庫)`라 할 수 있는 `탈무드`에는 혀에 얽힌 일화들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하루는 한 상인이 행복하게 사는 비결을 팔겠다고 거리에서 소리쳤다. 순식간에 인파가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돈을 많이 줄 테니 팔라는 사람들의 아우성이 넘쳤다. 그러자 그 상인은 "인생을 참되고 행복하게 사는 비결은 자기 혀를 조심해 쓰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그 일화 중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행복의 비결은 멀리 있는 건 아니지만 그 실천이 결코 쉽지 만은 않은 것 같다. 　말에 관한 글이나 속담은 동서와 고금를 막론하고 한량없이 많다. `말로써 말이 많으니 말을 말까 하노라`, `병(病)은 입으로 들어가고 화(禍)는 입으로 나온다`. `혀가 미끄러지는 것보다 발이 미끄러지는 편이 낫다`는 속담도 말조심을 강조한 경우들이다. 세상에는 말로써 망신을 사고, 화근을 부르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더구나 지도층 인사들의 `입방정`은 파장이 상대적으로 더욱 클 수밖에 없게 된다. 우리는 그런 경우를 수도 없이 보아왔다. 　최근에는 법조계의 내홍(內訌)이 심해지면서 인터넷 카페의 익명 게시판에 비속어와 욕설로 동료 판사들을 비난하는 글들이 넘쳐나 실망감과 충격을 안겨준다. 판사들이 `또라이`, `적폐 종자`, `개××` 같은 말을 쏟아내고 있어 기가 찬다. 이런 판사들 가운데도 인터넷 명예훼손과 모욕 혐의 재판을 담당하는 경우도 없지 않을 것이다. 판사는 법정에서 사람들의 잘잘못을 가려 심판을 내리는 사람이다. 그들의 판결은 재판을 받는 사람들의 운명을 좌우할 뿐 아니라 사회의 갈 길을 결정짓기도 한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젠 법조인들까지 이성과 균형감각을 잃어가는 것 같아 실망을 넘어 절망감을 안겨준다. 더구나 판사들의 그런 막말이 특정 정치세력에 편향된 데서 비롯되고 있다면 그 권위를 누가 믿을 것이며, 그 누가 법정의 공정한 심판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위든 아래든 `옥구슬처럼 영롱한 말의 지향`이 시급한 요즈음이다. 그래야 세상이 바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말이 고마우면 비지 사러 갔다 두부를 사온다`는 말이 있듯이, 말을 잘하면 `가벼운 입`과는 달리 득을 불러들일 수 있다. 우리 다함께 `말 한 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든가 `쌀은 쏟고 주워도 말을 하고 못 줍는다`는 속담을 되새겨 봐야만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