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가상의 가치를 상정하긴 했지만,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현재의 화폐는 어쨌든 액면가가 명시된, 돈이라는 어떤 가시적 형태가 존재하고 있고, 또 국가라는 공신력이 일정 수준의 신용을 보증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의 `비트코인`은 어떤 형태조차 없이, 말 그대로의 가상공간에만 존재할 수 있는 가상의 화폐로, 누구든지 발행할 수 있으며, 아무도 그 가치에 대한 신용을 보증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본래의 목적이야 무엇이었던 간에 현재의 `비트코인`은 화폐의 기본 목적과는 아무 상관없이, 이 화폐를 거래하는 일단의 그룹에 의한 투기대상물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절대가치와는 철저히 무관한 거품가치로만 형성된, 문자 그대로 사이버 공간의 비트(bit)신호일 뿐이라는 말이다.　사람이 무인도에 홀로 살고 있다면, 거기엔 당연히 어떤 룰도 필요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인류는 이 지구라는 단 한 개의 혹성 위에서 공존할 수밖에 없는 공동체이기 때문에 다양한 규범들이 만들어 진 것이며,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 역시, 어떠한 규범이나 규제도 원치 않는, 어느 누구보다 가장 자유로운 삶을 갈망하는 사람 중의 하나다. 　그런데, 일예로 향정신성 약물은 분명히 사람의 기분을 매우 좋게 하는 물질임에도 법으로 금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또 도박 역시 자기 돈으로 자기가 즐기는 게임일 뿐인데, 그것 또한 법으로 금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제는 마약이나 도박 등이 개인이나 우리 사회에 미치는 돌이키기 어려운 부작용 때문이 아닐까? 　비트코인은 한마디로 인터넷이라는 동일 통신망으로 연결된 전 세계를 하나의 거대한 투기 도박장으로 만들어 놓은 프로그램일 뿐이다. 거기엔 사람의 생존에 필요한 어떠한 절대가치 생산도 없으며, 오직 서로 상호간의 이익을 빼앗기 위한 투기활동 밖에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인류 경제를 위한 가치교환의 수단으로 개발된 화폐와는 분명히 구분되어야 하고, 단지 하나의 집단게임 중독현상으로 보는 편이 훨씬 타당하다는 것이 내 개인적인 견해이다.　물론, 어느 누구도 절대로 위조할 수 없게 처리된 블록체인 암호화 기술의 장점, 그리고 아무도 통제할 수 없게 만들어진 민주적인 거래방법 등을 내세우는 옹호론자들도 있지만, 이는 마치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은 도박이나 마약의 유용성만을 강조하는 것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리고 IT 인의 입장에서 볼 때, 비트코인 규제가 블록체인 기술발전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의견에도 동의하기가 좀 어렵다는 것이다. 즉, 블록체인 기술은 그 암호화 기술 자체의 알고리즘적 난이도에 있는 것이 아니며, 다만 모든 사람이 같은 프로그램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여, 원천적으로 어느 한 사람에 의한 위조를 불가능 하는 환경을 만든, 기술의 발상 전환에 그 우수성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좀 더 쉽게 설명하면,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은행권 지폐 역시, 하드웨어적으로는 매우 정교한 위조방지 기술이 적용되어 있긴 하지만, 원천적인 위조 방지가 사실상 불가능한 이유는, 거의 식별이 곤란할 정도로 모방된 위조지폐가 유통되고, 발행 은행으로 되돌아오기 전 까지는 은행권의 일련번호 대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 볼 수 있는데, 블록체인 기술은 비트코인을 거래하는 모든 사람들이 다 동일한 소프트웨어적 위조감별 기능을 가진 프로그램에 의해 작동되기 때문에 근본적인 위조방지 기능이 집단적으로 작용하는 시스템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블록체인 기술의 개념은 이 후 다양한 분야에 응용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비트코인의 규제가 곧 우리 IT 기술 발전에 장애가 된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약해보이고, 오히려 고삐 풀린 사행성으로만 치닫고 있는 비트코인 규제가 너무 늦어진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가 없지 않다. 지금이라도 더 많은 피해자가 발생되기 전에 하루빨리 적절한 대책이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가상경제와 무노동 사회 등 연관이 깊은 제4차 산업혁명은 이미 진행되고 있고, 인간이 에덴동산을 떠난 이래, 스스로의 힘으로 다시 에덴동산으로 복귀할 것인지? 아니면 대 혼란이라는 파국을 맞이하게 될 것인지가 바로 지금 우리의 선택이 아닌가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