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국 형 대형 참사가 연거푸 일어나자 국민들은 아연실색이다. 대통령이 안전한 나라를 다짐하고 있지만 총체적 안전 불감증이 사태를 키웠다. 밀양 대형 참사는 제천 대형화재 참사가 발생한지 얼마 안 돼 터져 국민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화재현장에 달려간 문재인 대통령은 이렇게 참사가 거듭되고 있어 참으로 참담하고 마음이 아프고 국민께도 참으로 송구스러운 심정이라고 했다. 신년사에서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온 힘을 다 하겠다"고 밝힌 대통령에게는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밀양 세종병원에 난 불은 조기에 진화됐지만 38명이 목숨을 잃었고 151명이 다쳤다. 사망자를 포함한 사상자가 189명으로 국민들을 놀라게 했다. 요양병원으로 연결된 통로에 불길이 번졌더라면 인명 피해는 배가 늘어났을 것이다. 　38명의 사망자를 낸 밀양 화재는 29명이 숨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가 발생한지 불과 한 달여 만이다. 국민 안전이 얼마나 불안한 토대 위에 있는지를 참담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리 사회 도처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이 언제 어디서 또 다른 사고를 불러올지 모르기 때문에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연중행사처럼 반복되는 대형 화재는 국민소득 3만 불 시대, 세계 10위권 경제력을 가진 우리나라의 위상에 비해 참으로 부끄럽고 참담한 수준이다. 　피난 약자가 모인 병원은 불이 나면 신속한 대피가 어렵기 때문에 불의의 사고를 대비한 대책이 철저해야 한다. 이번에도 움직임이 불편한 고령 환자와 중환자가 제대로 대피하지 못해 태풍처럼 밀려온 시커먼 연기에 질식 하고 말았다. 　진화를 진두지휘했던 한 소방 간부는 사망자 대부분이 질식사로 희생됐고 화상 희생자는 없었다고 했다.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지만 전문가들은 소방시설의 부실이 화재를 키운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살려 달라"고 외마디 소리를 낼 뿐 병상에 누운 채 꼼짝도 못 하고 유독가스를 마신 환자들이 적지 않았다. 화재 신고가 접수된 뒤 소방대는 3분 만에 도착했고 불길도 2시간 뒤 잡혔지만 엄청난 인명 피해를 막진 못해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사망자가 발생한 세종병원에는 스프링클러가 없어 화를 키웠다. 병원은 바닥면적 1000m² 이상인 건물에는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그보다 면적이 작은 이 병원은 대상에서 벗어나 있다. 짙은 연기에 애를 먹은 한 소방대원은 "초기에 스프링클러에서 물이 쏟아졌다면 피해를 줄였을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이미 4년 전 21명의 목숨을 앗아간 전남 장성군 요양병원 화재로 스프링클러 없는 의료시설의 위험성을 목격했다. 정부는 요양병원에 대해 올해 6월까지 3년의 유예기간을 주고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했지만 설치를 미루고 있는 요양병원이 많다.　 정부는 대형 화재가 날 때마다 소방 특별점검에 나서고 안전규정을 강화했다. 그러나 근본적 대책보다는 당장 비난의 화살을 돌릴 보여주기 식 대책을 찾는 데 급급했다. 그러다 보니 화재는 반복되고 피해규모는 대형화 돼 가고 있을 뿐이다. 　어쨌든 정부는 제천, 밀양 양대 대형 화재참사에 드러난 것들을 면밀히 분석 희생을 최소화할 매뉴얼부터 마련해야 한다. 대형 참사가 날 때 마다 말로만 호들갑을 떨었지만 달라진 게 없다. 잇단 대형화재 예방 시스템을 바꿔 화재 참사 없는 안전한 나라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