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경제활동을 시작하면서, 어떤 가치교환의 수단으로 고안된 것이 바로 다름 아닌 화폐이다. 인류 초기의 경제활동은 당연히 물물교환으로 이루어졌겠지만, 인구가 증가하고 교역량이 점차 늘어나면서, 현물 교역의 불편함과 가치를 좀 더 세분화해야 할 필요성 등 다양한 가치 교환의 매개수단으로 등장한 것이 소위 `돈`이라는 말이다. 초기에는 돈이 그 자체로 절대가치를 지닌 귀금속류 등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굳이 어떤 공신력이나 유통을 위한 제도적 강제력이 수반되지 않아도 널리 사용될 수 있었다.　금, 은, 동 등이 주 재료가 된 초기 금속화폐(金屬貨幣)는 각인(刻印)이나 주조도 되지 않은 조잡한 형태였기 때문에, 정확한 형량(衡量)을 따지기가 번거로웠고 그래서 형량을 표준화한 제도적 화폐가 국가에 의해 발행되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오늘 날 공신력 화폐의 기원이 된다. 그러나 인류의 경제활동 규모가 더욱 커지기 시작하면서, 화폐 재료물질의 제한을 받지 않고, 또 가치를 소지하기 대단히 편리한 지폐가 고안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는 은행권이라는 것이다. 　은행권 역시 초기에는 발행한 지폐 액면가에 해당하는 실제 가치는 은행에 보관하여두고, 언제든지 그 실제 가치와 즉시 교환이 가능한 증서형태로 발행된 태환지폐(兌換紙幣)가 원류였는데, 그 대표적 예가 미국의 초기 달러(Dollar)화라 할 수 있겠다. 　물론 우리나라 이조시대에 공신력 있는 어떤 특정인이 종이에 `쌀 몇 섬` 혹은 `비단 몇 필` 이라고 적은 다음 유통시키고, 그 어음을 들고 오는 사람에게 액면가대로의 물품을 반드시 지급했다면, 그 역시 태환지폐와 기능면에서 별로 다르지는 않은 것이다.　그러나 그 후, 경제규모가 더욱 커지게 되자, 태환할 수 있는 물품의 한계가 또 들어났고, 드디어 태환할 수 있는 물품의 량과 상관없이, 단순히 국가의 공신력만으로 가치를 부여한 불환지폐(不換紙幣)가 등장하게 되는데, 현재 세계의 모든 국가가 발행하고 있는 은행권은 이 불환지폐로 보아야 한다. 　그러니까 이제 돈을 찍는데 필요한 것은 종이 값과 잉크뿐이라는 얘기가 된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기축통화를 발행하는 경제 강국들은 이론상으로만 본다면, 종이와 잉크만으로 무제한의 가치를 생산하는 것이 가능해 졌다. 거기다가 과거의 화폐처럼 고유의 가치도 지니지 못한 돈이, 가치교환이라는 돈의 본래 목적과는 달리, 돈 그 자체가 또 투기의 대상으로 변질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현재의 돈은 돈 그 자체가 이미 가상의 가치인데다, 거래 차익에 의한 버블가치까지 더해져, 세계 경제가 절대가치 생산에 의한 실물경제가 아닌 가상의 투기경제 체제로 이행되면서, 많은 부작용과 함께 자본주의의 한계까지 들어내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가상화폐 `비트코인`의 역사는 사실상 이미 각국이 불환지폐를 발행하면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인데, 옛날처럼 많은 국가들이 흥망성쇄를 되풀이 하던 시대로 거슬러 간다면 있을 수도 없는 현상이라 아니 할 수 없을 것이다. 즉, 한 국가가 발행한 화폐의 가치는 그 나라가 멸망(공신력이 사라짐)하는 순간 동시에 소멸해 버리고 말 가상의 가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제 서론은 여기서 줄이고, 본론인 `비트코인`의 실체를 나름대로 규명해보고자 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