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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기틀을 잡는 일이 우선 - 경북신문
몇 년 사이 드문드문 쓰이던 ‘국격’(國格)이란 단어가 새 정부 들어서면서 더 자주 쓰이고 있다. 사람들에게 꽂히는 말, 통하는 말이 되어가는 듯하다. 새 정부에 ‘국격 외교를 펼쳐라’ 주문하는 언론이 있는가 하면 환경외교가 국격을 높이는 외교이니 서두를 것을 주장하는 환경학자도 있다. 국어사전에 ‘국격’이란 단어는 없다. 국립국어원이 펴낸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실려있지 않다. 수 년 안에 표제어로 실릴 가능성이 높지만 아직은 표제어 자리에 올라있지 못하다. 이런 사정은 ‘국격’이 사용빈도, 사용기간, 사용세로 보아 아직은 확립되어 쓰이는 어엿한 단어라기 보다는 새로 만들어져 막 쓰이기 시작한 새 단어임을 말한다. 우리사회에서 ‘국격’이란 단어를 앞서서 쓰기 시작한 이로는 작가 최인호를 꼽아야 한다. 2005년 6월 펴낸 소설 ‘유림’의 서문에서 그는 ‘국격’을 소개하였다. 그는 “한 사람의 개인에게는 인격이 있듯이 한 국가에도 국격이 있는 것이다.”라고 설명하였다. ‘인격’이 사람을 의미하는 ‘인’(人)과 ‘품격’의 결합으로 만들어진 단어인 것에 유추하여 보면 ‘국격’은 나라를 의미하는 ‘국’(國)과 ‘품격’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단어로 보인다. 경제학자며 정치가인 조순 선생님이 연전에 쓴 ‘인격과 국격’이라는 칼럼을 보면 중국에서는 ‘국격’이라는 단어를 쓰는 듯하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국격’이라는 단어보다는 ‘국가의 품격’이라는 표현이 널리 쓰이는 듯하다. 일본에서는 ‘국가의 품격’이 한때 사회의 화두였다. 2005년 11월 후지와라 마사히코라는 한 대학의 수학교수가 펴낸 같은 제목의 문고판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이다. “일본은 아메리카화 하는 데, 무조건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데 질주할 것이 아니라 품격 있는 국가가 되는 목표를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 시작하여, 많은 이가 ‘금전지상주의의 부작용, 논리와 합리성에만 초점을 맞춘 사회개혁의 부작용’에 공감하였다. 영국을 품격 있는 이상적인 국가라 보고 일본의 고유정서와 무사도정신의 부활을 부르짖는 저자의 관점이 다 공감되지는 않지만 그 책이 말한 ‘품격 있는 국가의 지표’ 넷은 일본사회에 큰 울림을 울렸다. 그 넷은 1. 철저한 독립성(외교문제와 식량자급 등에서도) 2. 높은 도덕심 3. 아름다운 전원의 확보 4. 천재들의 배출이다. 일본에서 ‘국가의 품격’이 발간된 시점보다 국내에서 ‘유림’이 발간된 시점이 앞선 것으로 보면 ‘국격’의 중요성을 먼저 깨달은 쪽은 한국이다. 작가 최인호 선생이다. 두 책만 비교해보아도 한국이 먼저이다. 그렇다면 ‘국격’은 어떠해야 하는가? ‘최인호 선생은 ‘유림’의 서문에서 “세계적 성리학자 이퇴계의 초상은 천 원짜리 화폐 속에서만 존재하고, 이율곡의 초상 역시 오천 원짜리 지폐 속에서만 존재하는데, 과연 오늘을 사는 우리들은 화폐 속에 그려져 있는 그 인물의 정신을 이어받고 있는 것일까?” 라고 물으며 효(孝)와 충(忠), 예(禮), 경(敬) 같은 도리를 지키는 국민들이 사는 나라가 국격 있는 나라임을 암시한다. 선진화, 경제 살리기가 최대과업인 새 정부는 그래서 돈과 경제, 능력, 효율에 경도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품격 있는 국가는 어떠해야 하는지, 규정도 해보고 문화, 정신, 자연, 생명을 기반으로 한 품격 있는 국가의 기틀을 잡는 일을 새 정부가 시도했으면 한다.
즐겨찾기+ 최종편집:2022-03-03 오후 09:09:55 회원가입기사쓰기구독신청지면보기전체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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