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적으로 볼 때 인간의 제1차적 본능 가운데 첫째가 음식을 먹고 싶어 하는 욕망인 식욕(食慾)이다. 먹을 것이 없어 배를 곯다보면 눈에 보이는 것은 음식뿐이다. 굶주림을 이겨내는 사람은 없어 `사흘 굶으면 남의 집 담장을 넘어 간다`는 속설이 있다. 그러나 허기진 배를 채우려고 훔쳤다 해도 남의 것을 훔쳤으면 큰 욕을 보게 마련이다.　굶주림은 견디기 어려운 힘든 짐이다. 서양 속담에 "배고픈 개는 사자를 겁내지 않는다"는 말처럼 모든 동물은 다 마찬가지다. 요즘 TV광고에 아프리카 아이들이 기아와 질병에 고통받고 있는 실황이 자주 화면에 비친다. 　시청자치고 그 모습에 동정이 가지 않은 사람이 없으며, 그 딱한 현실을 외면할 수 없어 참혹하고 암담하다. 월 2만원이며 29명의 아이를 살릴 수 있다는 자막에 가슴이 무너지는듯한 감정을 가진다. 이 지구상에는 68억의 인구가 살고 있으며, 구호의 손길을 기다리는 빈곤족이 12억이 된다고 한다. 　1946년 유엔총회 결의에 따라 설립된 유니세프(유엔 아동기금)는 처음에는 2차 대전에서 희생된 아동의 구제가 목적이었다. 1953년, 유니세프는 주로 개발도상국의 아동에 대해 직접 원조를 주는 세계적 기관이었다. 아동과 임산부를 위한 급식, 결핵예방대책 등의 건강 위생활동과 교육, 직업훈련 등을 시행하고 있다. 본부는 뉴욕에 있으며 원조는 침략전쟁의 희생국에 대해 우선권이 주어진다.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은 지금도 배고픔과 각종 질병에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현실이다. `가난 구제는 나라도 못당한다`는 속담처럼 빈곤은 개인은 물론 나라의 힘으로도 어렵다는 뜻이다. 여러 해 전에 서울에 있는 한 대학교 근처에서 리어카에 채소를 실고 이 동네 저 동네 다니면서 채소장사를 하던 이가 고학으로 대학을 수석 졸업한 기사가 뉴스의 초점이 되었다. 기자가 찾아가서 `가난`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했을 때 채소장수 아저씨는 당당하게 "가난은 결코 수치는 아닌데 생활하는데 불편할 따름이다" 했다. 수석자 답게 정의롭게 세상을 관조했다. 　성서에도 가난하면 부자의 지배를 받고 빚지면 빚쟁이의 종(노비)이 된다고 한다. 가난한 사람은 언제나 부자를 원망하고 비난한다. 그러나 부자는 가난한 사람을 동정하고 측은하게 여긴다. 　가난뱅이에게 아첨하는 인간은 없다. 플루타르크의 `영웅전`에 "가난은 가난하다고만 하여 결코 불명예로 여길 것이 아니다. 문제는 그 가난의 원인이다. 가난이 나태나 제멋대로의 고집, 어리석음의 결과가 아닌가를 잘 생각해보라. 그러했을 때야말로 진실로 수치로 여겨도 괜찮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오늘날 `가난`이란 말에 표준과 기준이 없다. 전세방에 살고 소형차를 소유했다고 가난하다고 할 수도 없다. 　교육받은 지식인들 사이에 만연되고 있는 가난에 대한 공포는 우리의 문명이 앓고 있는 최악의 도덕적인 질병이다. 현재의 70세 이상의 노인들이 겪은 `보릿고개`는 사치스런 용어가 되어버렸고, 젊은 세대의 청소년들은 아프리카나 북한의 얘기인줄만 알고 있는 현실이다. 　스페인 격언에 "가난에서 부자로 가는 거리는 두 팔이고, 부자에서 가난으로 가는 거리는 두 손가락 폭"이라 했다. 한국전쟁 이후 어딜 가나 사람을 쫓아다니던 가난-가난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는 것보다 쇠뭉치나 돌덩어리를 지는 것이 훨씬 가볍다고 한다. 이처럼 가난은 정말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