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학비 몇 푼 거드니 아이들 등록금이 빠듯하다　마을금고 이자는 이쪽 카드로 빌려 내고　이쪽은 저쪽 카드로 돌려 막는다. 막자시골 노인들 팔순 오고 며칠 지나　관절염으로 장모 입원 하신다. 다시자동차세와 통신요금내고　은행카드 대출 할부금 막고 있는데　오래 고생하던 고모 부고 온다. 문상마치고 막 들어서자　처남 부도나서 집 넘어 갔다고 아내 운다.　　`젓가락은 두 자루, 펜은 한 자루…중과부적!` 이라 적고 마치려는데,　다시 주차공간미확보 과태료 날아오고　치과 다녀온 딸아이가 이를 세 개나 빼야 한다며 울상이다　철렁하여 또 얼마냐 물으니 제가 어떻게 아느냐고 성을 낸다. 　-김사인 　법정 스님이 말했던가 "그냥 가버리면 그만인 것이 우리 삶이고 세월이라고!" 그래서 스님은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을 그냥 걷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사인 시인의 시, `중과부적(衆寡不敵)`처럼 삶이란 게, 참 숨 가쁘게 흘러간다. 사고가 연속 터지고 삶은 갈수록 첩첩산중, 중과부적이다. 금쪽같은 하루하루가 아깝고, 정신없이 파도처럼 밀려 왔다 밀려간다. 　시는 암시와 생략에 묘미가 있다는데, 이 시는 쩨쩨하게! 소소하게! 모두 다 까발려 놓고 있다. 그런데 묘하게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소통은 쉽게 더 잘 된다. 그렇다 시는 쩨쩨하게 쓰는데 묘미가 있는 것, 추상적인 것 보다 구체적인 시가 독자를 설득한다　시속 화자의 상황이 마치 내 이야기, 당신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는가? 물신만능주의와 자본주의 시대에 떠밀려 살고 있는 서민들의 아픈 삶의 모습이다. 　동원된 시어들을 보자`학비, 은행카드, 자동차세, 주차공간, 과태료, 부도… 관절염, 입원, 문상. 부고장 등등, `달, 별, 꽃, 강물, 나무, 그리움…`같은 서정적인 시어들이 아닌, 어찌보면 딱딱한 일상어들이지만, 설명이 아닌 시인의 체험이 녹아 있는 상황묘사가 공감을 준다.　"젓가락은 두 자루, 펜은 한 자루… 중과부적" " 아내 운다" "치과 다녀 온 딸아이가 이를 세 개나 빼야 한다며…/철렁하여 또 얼마냐 물으니/제가 어떻게 아느냐고 성을 낸다" 딸이 오히려 성을 내는 이 짜증나는 현실!　그러나 신은 인간에게 한손에는 기쁨을 주고 다른 한 손에는 괴로움을 주었다고 하지 않는가. 짜증이나 고통과 싸우지 마시라. 짜증과 고통을 젖먹이를 껴안듯 껴안아 주시라. 어차피 삶은 가버리면 그만 인 것! 지금 이 순간을 그냥 걸으면 되는 것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