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시지탄(晩時之歎)을 이쯤 에 한번 쓰고 싶다. 때늦은 한탄(恨歎)이라는 뜻으로,시기(時期)가 늦어 기회(機會)를 놓친 것이 원통(寃痛)해서 탄식(歎息)함을 이르는 말이다. 이 사자성어가 솔솔 나오는 곳은 그동안 `갈등지역`으로 인식됐던 경주 동해안 감포·양북 ·양남 등 3개 읍면이다. 원전이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동경주 지역은 전형적인 농어촌 지역이었다. 그래서 `저 집 숟가락이 몇 개고`, `그 집 자식이 어느 직장에 다니며`, `이 집 딸이 어디로 시집을 갔는지`를 알 정도로 순박하고 정이 넘치는 곳이었다. 한마디로 울타리 없이 사는 공동체였다. 그런데 이 지역에 원자력발전소가 생기면서 이런 정서나 주민공동체 의식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국내 정치 및 경제 성장사 속에는 꼭 `노사문제`나 `지역이기주의`가 등장했다. 이도 그럴 것은 민주화라기보다 자본주의의 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 중 원전사업처럼 오랫동안 지역사회와 마찰을 빚은 사례는 없으며, 아직 유효하고 지속할 것은 분명하다. 그 대표적인 지역이 한수원 본사와 월성원자력본부가 있는 `동경주`다. 　그런데 종전 지역 분위기와 달리 `만시지탄`의 여론이 나온다는 것은 이 지역사회가 상당히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다름 아닌 `한수원 본사`와 직결된다. 특히, 이 여론이 나오기까지는 22년 걸렸고, 지역 변천사를 볼 수 있는 획기적인 결과물 중의 하나일 것이다. 이 긴 시간동안 그 지역사회는 투쟁, 갈등, 반목, 이기주의 등 갖은 풍파의 연속이었다. 이 일대가 `갈등지역(葛藤地域)`이란 불명예란 굴레를 쓴 결정적인 배경에는 2005년 정부가 주도했던 방폐장 조성사업에서 비롯됐다. 그리고 이후 이와 관련된 정부지원사업을 대집행하는 경주시 측의 실기와 지역지도자들의 설득력 부족, 선거 등이 분란의 주요 요인이었다. 이 과정과 현재까지 한수원은 `피해자`일 수도 있다. 　돌이켜 보건데 방폐장 주민투표 당시 지역대표자들이 `미래 경주 지역경제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는 절박한 호소가 시민사회를 움직였다. 그런데 이후 지역사회가 본격적으로 갈등의 소용돌이로 빠진 것은 방폐장 유치 인센티브인 `한수원 본사 입지`와 지원사업 예산 배정 때문이었다. 　동경주 지역주민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정부와 지자체를 상대로 `한수원 본사 장항리 이전`, `지원사업 약속이행` 요구를 해야만 했다. 이는 지역이기주의가 포함된 무리한 것이 아니고 책임의 집행요구인 것이었다. 그런데 이를 경주시 측과 시내권에서 합작해 `지역이기주의`로 호도한 것이 동경주 주민들의 공분(公憤)을 쌓게 했고, 경주는 아수라장으로 됐다. 　심지어 주민 대표가 사망하거나 분신 사태까지 발생하는 등 지역이 큰 혼란에 빠지는 현장을 언론은 실시간 보도했다. 문제의 발단은 당시 백상승 시장을 비롯해 방폐장 유치위 측의 `찬성표` 득표전략 때문이었다. 한편으로는 이 유치 전략을 이해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왜 그렇게까지 해야만 했나" 란 물음에 "미래 경주를 위해 부득이 할 수 밖에 없다" 며 고뇌에 찬 답변을 한다면 나무랄 수도 없다. 　이후 성과물 배분을 두고 경주시 측과 시내권 주민 입장에서는 경주의 장기발전과 글로벌 공기업 위상을 위해서라도 한수원 본사 입지는 `도심권`에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는 있었다. 이런 가운데 지역 정치권마저 선거 과정에 한수원 본사 입지 선정을 `득표용`으로 적절하게 활용했다. 이러한 총체적인 사항으로 인해 이 지역은 지난 2010년 한수원 본사 장항리 확정 전까지 투쟁의 세월을 보냈다. 이 과정에 주민들은 월성원전 진입로 봉쇄, 양북면사무소 점거 등 신라 천년 고도 이미지는 추락했고 국내 갈등의 대표 도시로 부각됐다. 그렇다고 동경주 주민들의 행위가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 원인 제공자는 지역지도자들이었다. 그런데 이를 푸는 방법과 설득 미숙이 오늘의 동경주와 경주를 만들었다.　어쨌든, 지난 2010년 말 한수원 본사가 장항리로 최종 결론이 나자 이 지역은 평온상태를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 2015년 이 공기업 이전 이후 지역주민들은 이전 효과 득실(得失)에 대한 논의와 평가를 했다. 결론은 시내권과 지역지도자와의 싸움에서는 이겨 쓸지는 몰라도 `실`이 많았다는 것이 지배적 여론이다.　그렇다면 글로벌 전력에너지 공기업을 더는 산속에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비단 동경주 주민뿐 아니라 경주시민들은 국내 공기업들의 입지가 수도권 중심에서 지방 핵심지역으로 이전한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경주의 대표기업인 한수원을 성장(成長)시키는 것도 시민들의 몫이고 사장(死藏)시키는 것도 같은 손에 달려있다. 　따라서 동경주지역의 만시지탄을 그대로 해석해야 할 것이 아니라 경주 전체의 발전과 한수원을 더욱 건강하고 세계적인 1등 기업으로 성장하라는 주문일 것이다. 이에 대한 답을 지역 대표자와 시민사회가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