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에서 공식적 정보의 전달·공유는 대부분 위로는 `보고`(報告), 아래로는 `지시`(指示)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보고`는 그 방식이 대면(對面)·비대면(非對面), 온라인(online)·오프라인(offline) 할 것 없이 조직의사를 결정하는 `결재`(決裁)를 위해서도 주된 소통로가 되고 있다. 그리고 `지시`는 그 방식이 어떤 형태이든 목표나 집행방침을 전파·숙지시키는 등 조직을 `동작화`(動作化)하는 핵심 수단이 되어 왔다. 그러므로 이 보고와 지시는 유기체가 사유하고 행동하며 살듯이 조직에 있어서도 그 생명활동의 기본 요소가 된다. 따라서 그 운영 체계와 질서는 조직의 `근본기강` 차원에서 관리되어야 하는 것이다. 　`보고` 및 `지시`의 신속성·정확성등에 관해서는 이론적으로도 상당히 연구되어 있기 때문에 여기서는 그 `기강` 문제를 실제 조직 상황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보고`는 정해진 `계통`과 `절차`를 따르는 것이 기본이다. 그 진행 과정에서 중간계층을 생략하는 이른바 `건너뛰기`(skip)는 금물이다. 예컨대 어떤 사안을 실무자나 계장이 과장 또는 국장을 거치지 않고 그 위 국장 또는 실장에게 바로 보고하는 것이다. 이 건너뛰기는 고의인 경우와 착오인 경우가 있다. 　첫째, 고의인 경우에도 악의가 있고 선의가 있다. 전자는 그 중간 상급자를 의도적으로 소외시켜 무력화 또는고사시키려는 것이고 후자는 사안의 시급성 등으로 어쩔 수 없이 건너뛰는 것이다. 　전자는 죄악이다. 이는 공적행위의 사적·감정적 변용에 다름 아니며 이런 일이 자행되는 조직은 원한과 분란으로 조만간 소멸되거나 창조적 생산성이 영(zero)에 가까운 개체가 되어버린다. 실제 그런 사조직은 다 사라졌고 공조직은 소멸했거나 그 구성에 지각변동을 겪고 나서야 새싹이 돋았다. 　후자 즉 선의인 경우에 있어서의 요체는 신속히 그 건너뛴 중간계층에게 `사후보고`를 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사후보고가 없으면 전자 즉 악의인 경우와 비슷한 결과가 된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예컨대 기관장이 급히 직접 찾거나 지시를 해 직접 보고할 수밖에 없는 경우, 최선은 그 보고 전에 중간 상급자에게 가능한 한 간략하게라도 사전보고를 하는 것이요, 그게 안 되면 차선으로 즉시 사후보고를 하는 것이다. 사후보고는 웬만하면 대면방식이 좋다. 이 최선과 차선의 차이는 그 중간 상급자의 표정·안색 등 반응에서 쉽게 알 수 있다.　둘째, 착오로 `건너뛰기` 보고를 해버린 경우는 즉시 지각(知覺)하여 사후보고를 하면 회복되나 문제는 지각없이 사후보고조차 없는 경우이다. 이것이 한번이면 양해가 되기도 하지만 상습적이면 치명적이다. 상습적이면 매번 사후보고를 잘 하더라도 문제가 된다. 　과거 정부의 O부에는 이 건너뛰기에 능한 간부 직원이 있었다. 빈번하지는 않았으나 중요 사안도 1년에 몇 번 정도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 상급기관으로도 직접 뛰는 경우가 있었다. 대부분 고의라기보다 거의 습관적이었다. 그는 후속 정부에서 요직을 받았으나 얼마 안 가 본부대기 발령을 받는 것을 목도했다.　다음으로, `지시`도 마찬가지로 `건너뛰기`는 아니 된다. 고의는 조직을 빨리 죽게 하는 지름길이다. 선의나 착오에 의한 경우는 지시자가 중간계층에게 바로 `사후확인`을 해주는 것이 정도(正道)이다. 다만 `보고`에 있어서와 다른 점은, 이 사후확인이 실제 잘 안 된다는 점이다. `상급자의 오만`은 본성에 가까운 것이어서 사후확인까지 잘 하는 수준 높은 상급자가 드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요체는 언제나 그 지시 받은 당사자가 건너뛴 중간 상급자에게 직접 `사후보고`를 잘 하는 것이다. 예컨대, 계장이 국장 지시를 직접 받았다면 과장에게 "방금 국장으로부터 지시를 받았다 또는 보고했다…" 식으로 보고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몇 번 생략되면 그 계장은 위태로워지게 된다. 　한편 보고·지시를 건너뛰지 않으면 오히려 일을 그르치기 십상인 문제아 중간 계층이 있을 수 있다. 이는 이른바 `해군지마`(害群之馬)에 해당되므로 따로 다룰 사안이다.　오늘날 회의와 같은 수평적 정보전달이 늘고 있으나 여전히 수직적인 보고·지시가 주 통로이며, `건너뛰기`는 고의든 착오든 금물이며 불가피했다면 `사후보고`나 `사후확인`을 하되 가급적 빨라야 한다. `보고`와 `지시` 체계는 생명체의 혈행(血行)처럼 조직 운행의 기강이요 생명선인 것이다.